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감히 글을 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국인들이 조기유학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조기유학파의 결말은 대개 두가지 줄거리로 끝난다.
아이가 성공하는 경우에는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고, 아이가 실패하는 경우에는 부모가 자식을 원망한다.
다음은 내가 접한 현실을 적는 것이므로,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과 환상을 깨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여기, 아이들만큼은 최고로 키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5년간 혼자서 지낸 기러기 아빠가 있다.
그러나 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한국으로 일찍 들어오게 된 걸 “돈을 계속 부칠 수 없는 무능력한 아빠” 탓으로 생각한다.
심지어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핑계로 떠났던 마누라까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기대만큼 아이들이 성공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영어는 잘 하지만 문법은 엉성하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남들은 3개 국어를 한다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어느나라 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도 한국사람이면서 한국사람을 우습게 생각한다.
아이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지난 5년간의 노력은 물거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출퇴근하고 아껴가며 꼬박꼬박 거금을 보내 주었는데...
결국 자식 출세에 눈이 어두워 맹목적으로 외화낭비만 한 셈이다.
때로는 자신의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망쳐 놓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조기유학을 간 나라에서 자식이 성공한 경우를 보자.
부모에게 그만한 부귀영화가 돌아올 것 같은가?
비슷한 예로 시골에서 땅 팔아 자식을 서울에 보내 출세시켰다고 치자.
그 자식이 커서 효도할 것 같은가?
오히려 출세한 자신과 초라한 부모 사이의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골의 부모를 부끄러워한다.
서울 친구들을 보면서 “왜 내 부모는 저 모양일까” 원망하다가 돈 많은 처가 만나서 부모는 "나 몰라라" 하고 산다.
조기유학 가서 성공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 최고의 아이들과 경쟁하여 출세했다고 치자.
“왜 나는 저들과 다른 동양인일까”, “왜 내 부모는 영어도 잘 못하는 한국인일까”하며 오히려 부모를 원망한다.
한국에서만 살아온 부모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외국에서 한국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상당한 열등감이며 힘든 일이다.
자식에게 어린 시절에 그런 아픔을 겪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죄인데, 도리어 부모들은 조기유학의 댓가를 받으려고 하니 자식이 부모를 피하게 된다.
내가 유학시절 알던 (이제는 성인이 된) 한국 아이들은 80~90%가 차라리 한국에서 살았으면 더 나았을 경우들이다.
그런 가족을 들여다 보면, 부모-자식 간의 이해관계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부모는 자식을 보면 “내 인생을 망친 놈”이란 생각을 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초라한 한국인”이란 생각을 한다.
No pain, no gain이란 말이 있다.
어디서 살던 고통을 겪고 노력한만큼 성공한다고 난 믿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식을 잃고 싶다면 기꺼이 유학을 보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