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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셀틱은 위대한 팀이지만 스코틀랜드로 가서는 안 된다.

조의선인 |2009.08.28 19:28
조회 398 |추천 0

[스포츠 Pup 2009-08-26]

 

 

‘한국 축구의 미래’ 기성용이 K리그를 떠나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1부 리그로 가야하는 당위성은 그리 많지 않다. 기성용이 정말 스코틀랜드 1부 리그에 가려한다면, 우리는 그의 야망에 대한 의심을 품어야 한다.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의 충고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나는 기성용이 J리그 요코하마F 마리노스에 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축구적인 이유에서만 보면 스코틀랜드 1부 리그보다는 차라리 J리그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셀틱은 물론 대규모 구단이다. 스코틀랜드 1부 리그가 한국에 전해지는 빈도수는 극히 적은 까닭에 한국 팬들은 셀틱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 모르실 수도 있다.

매주 마다 셀틱의 경기에는 6만명의 관중이 들어온다. 셀틱은 포르투와의 UEFA컵 결승전을 위해 8만명의 팬을 스페인으로 데려가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셀틱의 팬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데, 셀틱이 만약 프리미어리그에 있었다면 규모적으로는 맨유의 라이벌 팀이 될만한 능력도 있다.

셀틱에서 뛰는 것에도 장점은 있을 수 있다. 셀틱은 챔피언스리그에 종종 출전하는 팀이기에 유럽에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셀틱에서 뛰면 매주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플레이를 하며, 셀틱을 꺾는 것에 혈안이 된 상대 팀들을 만나게 된다. 셀틱에서 뛴다는 사실은 기성용의 이력서를 화려하게 만들 것이며, 영국 언론 역시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레인저스와의 라이벌전 역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글래스고 더비는 기성용이 경험한 서울-수원 라이벌전보다 10배는 더 잔혹하고 치열하다. 축구 자체의 수준이 항상 높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누르고자 하는 열정과 승부욕은 정말 대단한 볼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용은 셀틱에 입단해서는 안 된다. 구단 자체는 대규모지만 선수들의 실력은 그저 그렇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코틀랜드 1부 리그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스코틀랜드 1부 리그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침체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리그는 꽤 존경받는 무대였다. 1967년 셀틱은 유럽 챔피언에 오른 첫 번째 영국 팀이었다. 70~80년대 유럽을 휩쓸었던 리버풀의 주축 멤버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케니 달글리시, 그레엄 수네스, 알란 핸슨, 스티브 니콜, 존 워크 등이었다. 당시만 해도 프리미어리그 상위 팀들은 하나 같이 스코틀랜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요즘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빅4팀에서 뛰는 스코틀랜드 선수는 대런 플래처밖에 없다.

(점점 망가지고 있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존재만 빼면 스코틀랜드 1부 리그는 K리그보다 나을 것이 없다.

(셀틱과 레인저스를 제외하면) 유럽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스코틀랜드 프로팀은 1985년 알렉스 퍼거슨의 에버딘이 유일하다. 1980년대의 에버딘, 던디 유나이티드, 허츠 등은 유럽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던 팀들이었다. 하지만 2009년 유로파컵의 결과를 보면 스코틀랜드의 3팀은 모두 조기 탈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애버딘은 체코의 무명 팀에 1-8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고, 폴커크는 유럽 소국 리히텐슈타인의 팀에 덜미를 잡혔다. 한편 마더웰은 스테아우아 부쿠레슈티이에 1-6으로, 허츠는 디나모 자그레브에 0-4로 무너졌다.

상대 팀들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끔찍한 결과가 아닐 수 없으며, 스코틀랜드 축구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하는 걱정스러운 징조가 틀림없다. FC 서울이 유로파컵에 나갔어도 저들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뒀으리라 생각된다.

국가대표팀의 현실도 다를 바 없다. 스코틀랜드는 1998년 이후 월드컵이나 유로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고, 최근에는 노르웨이에 0-4로 깨졌다.

따라서 나는 기성용의 셀틱행이 그의 유명세와 유럽 적응에는 도움이 되지만, 축구적인 이유에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스코틀랜드 1부 리그에서 잘한다고 해서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A에서도 뛸 준비가 됐다고 볼 수는 없다. 스코틀랜드 1부 리그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잉글랜드나 기타 톱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심각한 도전이 필요하다.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하는 것과 스코틀랜드 1부 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하는 것에는 큰 차이점이 없다는 말이다.

더 큰 무대로 가는 디딤돌로 유럽의 중소리그를 활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만, 축구적으로 보면 스코틀랜드리그는 K리그보다 나을 것이 없다. 아직 어리고 잠재력도 충분한 기성용은 이러한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셀틱은 위대한 클럽이지만 스코틀랜드 1부 리그 자체는 수준이 떨어지는 무대임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스포츠 Pup 영국 포포투 아시아 축구담당 취재 존 듀어든 객원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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