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상반기 가요계는 아이돌의 열풍이었다. 지금도 그 열풍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아이돌이 이 기세를 몰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아이돌 세계에서 단연 가장 많은 인기몰이를 했던
그룹, 2PM. '10점만점에10점' 'Again&Again' '니가밉다' 로
불과 1년만에 대한민국 정상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 매김 한것은
물론 활동영역 또한 넓었다. 그 가운데 가장 날카로운 외모, 완벽
한 몸, 비보이로 다져진 댄스실력, 탁월한 예능감각까지 소유했던
짐승돌 리더 재범. 10월에 컴백을 앞두고 그의 행보는 지칠줄
모르는 기관차와 같았다. 그러나 재범 앞을 기다리는 건 더이상
나아갈 수 없는 끊어진 철로 였다..
지난 4일.
재범은 과거 연습생 시절 온라인 상에서 한국에 대해 비하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서둘러 재범은
공개사과문을 올렸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를 식히기엔 역부족이
었다. 하물며 리더를 구하려던 멤버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그룹의 존명까지 흔들리는 등 일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일파만파
거져만 갔다. 결국 8일, 오후 재범은 자진 탈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미국 시애틀로 출국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JYP 측에서도
그 뜻을 받아들였다. 오늘로써 재범은 2PM 멤버가 아닌 평범한
청년으로 되돌아 갔다..
사실 요 몇일동안 아이돌 세계에서 참 말들이 많았다. 동방신기의
해체설과 활동중단, 지드래곤의 표절시비, 그리고 재범의 한국비하
발언까지.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파워 기획사 삼국지를 형성하던
SM, YG, JYP 에서 터진 일들이었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각색
이었다. 결국 가장 힘겨운 파국을 맞은건 JYP측. 재범의 탈퇴와
미국행은 결코 순탄치 못한 연예계의 실상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기억될 듯하다.
분명 재범군의 한국비하 발언은 공인으로써 경솔한 행동이었고
팬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 자신이 힘들었고
철없던 시절에 했던 말이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어쨌건 그 발언이
과거완료 로 끝난게 아닌 현재진행형의 형식으로 다가왔기 때문
이다. 그가 애써 이를 의식하지 않고 앞으로 활동을 한다고 쳐도
그를 바라보는 팬들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잠시 돈벌이 하러
들린듯한 재범군의 이미지를 지우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그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출국하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과 무거운 어깨를 보고 있자니 그의 선택이 자의적
인 선택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를 추방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건 왜일까..
과거 유승준사태때만 해도 그랬다.
미국 시민권을 택할경우 군입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유승준의
실드는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르곤 했다. 결국 그가 시민권을
택하자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를 비난하기 일쑤였고
그의 국민성은 곤두박칠 쳤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의 미시민권
선택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그가 군입대를 하겠다고
말했던 일에서 기인한다. 그의 행동은 거짓말을 나았고 대한민국
의 국민으로서 해야할 의무를 피했다는 점에서 더이상 이나라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최악의 결말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재범군은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국방의 의무를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유승준사건때부터 시작된
연예인 병역비리 문제가 국민성 무게를 재는 잣대로 여겨져온이상
어리석은 결단을 내리지도 않았을 그다. 연예인들도 사람이다.
성인 남자 세명만 모이면 시국을 탓하고 대통령 욕을 바가지로
하는 세상에 단지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정치적 발언이나
개인의 사상이 철저히 제한되는 건 왜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재범군의 말대로 4년전에 썼던 말인데. 그 말까지 현재에서 책임
져야 한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닌가?
작가들도 과거에 자신이 썼던 산문집을 재출간 할때 프롤로그에
'현재의 생각과는 다른 점들이 있지만..' 이라는 말들로 시작한다.
생각이 생각을 뒤엎고 말이 또다른 말을 낳는 세상에서 이번
재범군 사태는 일방적인 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기득권 세력들이 갖는 특권이나 이득에 굉장히
민감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놈의 '특' 이나'득' 이 연예계에
해당한다면야 더욱 배가 아픈 모양이다. 안그래도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계에 후광이라도 비추는것처럼 보이는가??
그렇다면 재범을 내쫒은 이들에게 묻는다. (지금부터 나는 그가
떠난 이유를 재범군의 선택이 아닌 일부 네티즌들의 추방이라고
말하겠다)
과연 그들에게는 어떤 연예인들이 애국자인 것인가??
박진영처럼 타국에 나가서 JYP 출신 가수들을 데뷔시키는 사람?
'비' 나 '이병헌' 처럼 헐리우드에 입성하여 입신양명 한 사람들?
아니면 박지성이나 김연아 처럼 태극의 피를 수혈받아 전세계로
나가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들? 나는 이들만큼이나 재범군도
노력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가수가 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왔던가. 자신의 꿈 앞에 국적에 대한
반발심은 반항아적 애교로 얼마든지 봐줄 수 있는 일이다. 돈
많이 벌어서 시애틀에 있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가진 그다. 더 좋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 출 수 있도록
풍토를 마련해 주는게 더 맞는말 아닌가?
얼마나 대단한 애국심과 국민성을 지녔기에 한사람의 행보를
이토록 처람하게 추락시킬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이 꼭 취업 안되면 MB 나 나라탓으로 돌리겠지. 이럴때면
나는 故노무현 전대통령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부끄러운줄
알으라' 고. 이러한 사태에서 한국홍보대사로 임명된 태국인
'닉쿤' 이나 필리핀에서 활동하다가 온 '산다라박' 은 어떻게 생각
할까?? 내 말은, 그쪽 나라에서 말이다.
재범군은 이제 떠났다.
더이상 그의 파워풀한 무대는 볼 수 없다. 천국의 문턱에서 지옥을
만났지만 난 재범군의 앞날에 그 지옥을 뚫고 해쳐 나오는 불굴의
의지와 젊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더 크게 성공하고 더 멋진 놈이 되어라.
그게 이 나라에 통쾌하게 복수하는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