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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 재범이를 바라보는 세가지 시선

선덕 |2009.09.11 00:44
조회 208 |추천 5

 

나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지 않는다.

2PM도 그저 그렇게 알았고, 리더 박재범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그저 슬쩍 슬쩍 지나가듯이 봤던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 따위 글을 쓰는 것은, 지난 며칠 간 진행된 박재범스캔들의 과정을 지켜보자니, 꼭지가 돌 거 같아서이다(아아, 꼭지가 돈다니? 얼마나 천박한가? 수정한다, 야마가 돌겠다!). 따라서,  이 글은 재범이를 옹호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어디까지나 한 젊은이의 손톱만한 실수에 대해 바윗돌을 던져, 끝내 출국으로 이끌어간 이 땅의 야만성과 냄비근성의 천박성을 반박하기 위해서 쓰여지는 것이다.

2PM의 박재범이 JYP소속 연습생 시절이었던 4년전, 어느 미국사이트에 올린‘Korean is gay’라는 말로 인해, 결국 2PM에서 탈퇴,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인에 대한 재범이의 표현 중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은,‘gay'라는 단어로, 이것이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한국 내에서는, '정체도 불분명한' 네티즌들에 의해 즉각적으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무지막지한 논리가 시작되었고, 'Yankee go home'이라는 표현이 죽창처럼 난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문제삼아야 할 대목은 2군데이다.

그 글이 4년전에 쓰여졌다는 사실. 그리고, 재범이의 역겨움의 대상이‘한국’이 아닌‘한국인’이라는 사실.

우선, 첫 번째. 4년전이라면 박재범은 JYP소속의 연예인 지망생 시절이었을 것이니, 그는 연예인(연예인 = 공인? 이 공식, 맞기는 하나?)이 아닌, 일반인이었을 뿐이다. 우리 모두도 일반인이지만, 우리는 사석에서 이 나라를 잘도 욕하고, 이 나라 정부를 잘도 씹고, 이 나라 국민인 우리들 스스로에 대해 잘도 구역질해댄다. 뭐가 잘못인가? 자유주의 국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땅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욕설들이 실시간으로 날아다닌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많이 욕하고 구역질해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인 것이다. 연예인 지망생 = 일반인임이 분명하다면, 재범이의 한국인에 대한 구역질은, 재범이만의 잘못일 수 없거나, 우리 모두의 잘못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우리는 그런 우리의 잘못에 눈감고 한 젊은이에게 그것을 덮어씌웠다. 오오! 진정, gay하지 않은가!


두 번째.‘한국인’을 역겨워 한 사실.

재범이가 역겨워한 대상은 '한국'이 아닌 '한국인'이다. 그것은, 재범이는 그 당시 스스로를‘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모든 크레타인들은 거짓말쟁이다, 라고 어떤 크레타인이 말했다’는 명제에서, 어떤 크레타인의 말은,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이 명제가 말하는 것은, 비판하려는 자는 스스로 그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거나 제외되어 있다는 심리상태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판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따라서,‘Korean is gay’라고 말하던 그 순간의 재범이는, 적어도 한국인이 아니었거나,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랬다면, 재범이는 스스로를 미국인(The American)이라고 생각했을 법한데, 이것은 재범이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범이는 전형적인‘백인에게 학살당하는 인디언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인디언의 후예’인 것이다. 모든 종족들을 '문화적, 인종적 용광로' 속에서 '아메리칸'으로 개종/ 변종시키는 미국화(Americanization)의 과정을, 재범이도 거쳤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백인이 될 수 없는 황인종-한국인인 것이다. 프란츠 파농이 말했던‘백인화된 흑인’같은.

그렇다면, 그것은 재범이만의 어리석음일 뿐일까?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백인' 이나 '미국인'쯤으로 여기는 고약한 습성이 없을까, 동남아인/ 아프리카인들을 미개하다고, 가난하다고 손가락질해대는. 업신여기는. 우리 안에도 '백인화된 황인종'의 어리석음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리석음을, 한 개인에게 몰아서 재단하는 것은, 진정 비열한 짓이다. 그것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은폐하기 위한 '희생양'만들기에 가깝다. 우리는 재범이의‘백인화된 황인종’의 어리석음을 집단적으로 욕하면서, 우리의 똑같은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눈감고 만다.

오오, gay! gay! gay!


설령 재범이가 법적으로 진정 '미국인'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로 인해 그가 '한국인'을 비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본인들을 잘도(아주 모질게) 욕하면서, 일본과 잘도 붙어먹고 산다. 일본 땅을 여행하고, 일본에서 일자리를 갖고 살기도 한다. 물론, 일본인을 너무 자연스럽게 욕하기도 한다. 재범이가 한국인을 욕하는 것은, 우리가 아주 일상적으로 행하는 행동과 별반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재범이의 '미국인'스러움에 대해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미국교포들이나 미국유학생들의 자기정체성 혼란(미국은 강력한 용광로다, 그 속에서는 까딱하면 '나'를 잃어버리고 미국화되고 만다)이고, 그것에 대해서 소속사 JYP에서 충분히 연습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은 소속사 JYP의 무능과 어리석음일 뿐이다. 소속사 JYP의 무능과 어리석음을, 재범이가 안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나의 죄가 너의 죄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진정, gay하지 않은가!


이번 스캔들은 여러모로 7년전의 유승준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유승준은 미국에서 들어와서 성공했던 연예인중 한명이었다. 그 성공에는 <출발! 드림팀>에서 보여준 '밝고 건강한, 씩씩한' 청년의 이미지가 뒤따랐다. 그는 돈을 벌러왔다가, 졸지에 '아름다운 대한민국 청년'이라는 버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 짐, 또는 연예인들이기에 짊어져야할 이미지는, 20대초반의 젊은이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것이었다. 그 이후로는 그의 판단/선택과는 별개의 삶이 공식적으로 진행되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청년→군 입대→(보너스로) 해병대 자원입대'라는 공식말이다. 이 같잖은 공식도 공식이려니와, 자기에게 덧씌워진 가면(이미지)를 스스로 벗어던진 유승준에 대해 잘못을 묻는 이 나라의 가혹한 인정이다. 유승준은, 아니 스티브 유는 군입대 3개월을 즈음해서 그 가면을 벗어던지고, 미국국적을 '합법적'으로 취득했다. 미국법이 인정한 '합법'을, 왜 이 땅의 찌질이들은 '불법' '배신' '사기'라고 게거품을 물었을까? (미국법을 부정한다? 이 자식들, 빨갱이들 아냐?)

더구나 더 심각했던 사실은, 미국국적을 획득한 유승준이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서‘사죄’하려 했던 것이고(도대체, 무엇을 사죄한다는 것이고, 왜 사죄한단 말인가?), 사죄하러 김포공항으로 들어오는 스티브 유를 이 나라의 법무부가 앞장서서 막았다는 사실이었다. 한 나라의 법과 질서, 윤리를 합리와 이성을 기준으로 담당해야할 부서가,‘국민감정’을 앞세워서‘합법적인 스티브 유’를 부정하고, 다시 미국으로 출국시켰다는 것이다. 이따위 짓을 하는 집단이 이 나라의 법무부다. 그럼, 감정이 합리/ 합법보다 앞선다는 것인가? 이 나라, 제정신이야? 법무부 찌질이들은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셈인데, 제 얼굴에 침뱉고 뿌듯해하는 꼴이라니. 오오, 진정, gay하지 않은가!


2PM 재범이의 경우와, 유승준의 경우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한 개인(공인, 아니다)의 잘못을 조직/집단이 나서서 여론재판식으로 즉결심판해버리는 이 나라의 미성숙한 태도에서는 동일하다. 이 따위 찌질한 모습은, 분명 지난시대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타인의 잘못, 그것도 젊은이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했고, 너그러웠다. 그만큼, 지난 시대의 우리사회는 '어른스러웠다.' 그 어른스러움이 사라져가거나, 사라졌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2pm 재범이 사태를 바라보는 세번째 시선으로 우리사회의 어른스럽지 못함을 말해야 한다.

재범이는 이제 22살의 젊은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작은 실수'에 대해, '크게 너그러워야' 한다.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던 연습생 시절, 타향에 떠나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기만 하던 그 어둡던 시절의 막막함에 대한 푸념/ 넋두리를 무슨 큰 잘못이나 한 것처럼 들이대면서, 우리는 창창한 한 청춘을 어둡게 먹칠해버렸던가. 그것은 너무 가혹한 짓이다. 그 사소한 잘못/ 실수에 대해서, 이 나라 이 사회는 보다 어른스럽게 '가르쳤어야' 한다. 소속사의 아이돌 그룹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서. 재미교포 2세들의 정체성 혼란에 대해서. 이 나라의 빛나는 역사와 곰삭은 인정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랬을 때, 그렇게 어른스럽게 시간을 주고 가르쳤을 때, 그리하여 한 사회가 한 젊은이의 사소한 잘못을 껴안아 주고 다독여주었을 때, 자신이 '역겹다'고 말했던 그 사회가 자신을 껴안아주고 가르쳐주는 그 사회에 대해, 재범이는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었을까? 우리의 인터넷은, 그리고 댓글은, 우리의 사고방식은, 너무 거칠고 뜨겁지 않은가? 조금, 아주 조금만 더 미세하게 차가워질 필요는 없는가?  우리는 진정, gay하지 않은가!

 

우리가 재범이의 잘못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적어도 재범이의 실수와 잘못에서 벗어나 있어야한다. 非크레타인만이 크레타인의 구라를 까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크레타인이 아닌가? 우리는 진정 재범이의 잘못과 실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벗어나 있는가?

 

 

 

 

P.S.

1. '한국인은 개쩐다(gay). 나는 랩을 잘 못하는데, 그들은 잘한다고 칭찬한다. 그들은 진짜 멍청이같다.'

 

위의 문장에서 핵심포인트는, '개쩐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랩을 더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 심하게 질책하고 싶다에 있다. 그 자책을, 조금 격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것은 스타일상의 문제다. 스타일은, 개인 그 자체이므로, 위의 문장 스타일에는 재범이의 '불량'스럽고 까리한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되어야한다. 설령 위의 문장에서 거슬리는 것이 한 연예인의 애국심부족이라면, 거기에는 분명한 답이 있다. 연예인들이기에 투철한 애국심을 가져야한다면, 기획사에서 연예인지망자들을 뽑을때, '야, 너 우리한테 애국심 한번 시범보여봐.'라는 요구를 하거나, 아니면 손가락을 잘라 '대한민국을 영원히 사랑할게요,ㅎㅎ'라는 혈서를 쓰게 하면 된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지 않나? 연예인이기에 남들보다 투철한 애국심을 가져야한다는 그 논리는, 그러므로 조폭들의 논리에 다름아닌 것이다.

 

2. '연예인=공인'이라는 공식.

 

공인이 뭔가? 공적인 일을 하는 자라는 뜻이다. 이 개념은, 일제시대 일본군이 중국/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면서 전쟁의 불안과 공포에 떠는 일본군을 위해 위문공연하던 당시의 연예인에 적용된다. 그때 연예인은, 공인이 맞다. 그리고, 북한체제와 같이 전쟁상황이 일상화된 체제에서, 전투의욕을 고취, 선전하기 위해서 연예인들이 연예활동을 한다. 그래서 그들은 북한정부에서 보수를 받는다. 북한의 연예인들도, 그래서 공인이다.

하지만, 남한사회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개그하는 이들이 국가에 봉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로부터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윤도현이 대학축제에서 공연을 하고, 장윤정이 포항과메기 축제에서 노래한다고 해서, 국가에서 보수를 주지는 않지 않는가! 적어도 남한사회에서 연예인=공인이라는 공식은 수정되어야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인(私人)일 뿐이다. 그들을 공인이라는 족쇄에서 풀어줘야하고, 그들의 사생활도 보장해주어야한다. 그들에게 일반인의 몇배에 해당하는 윤리적 엄격함을 요구하는 것도 가혹한 짓이다.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줄때, 그들의 예술은 생기를 얻는다.

 

3. '미국화된 인디언'의 어리석음, 혹은 '백인의 가면을 쓴 흑인'에 대해.

 

미국의 인디언 후예들은, 극장에서 서부영화를 보면서 백인들이 야만적인 인디언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고 한다. 그들은 미국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스스로 백인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그 어리석음을, 우리 또한 갖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한다. 예를 들어, <진주만>이라는 영화에서 미군전함을 향해 돌진하는 일몬 카미카제 특공대의 자살폭격기들이 용감한 미군병사들에 의해 격투될 때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환호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미국=정의=우리편'이라는 공식에 빠져든다. 하지만,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해야하는 그 미국병사가 격추하는 일본폭격기에 타고 있는 조종사들은 누구인가? 일제의 강제징용에, 혹은 이광수 최남선 같은 친일인사들의 설득에 혹해서 자원해서 일본군이 된 우리들의 할아버지들이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 조상들을 격추하는 미군병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감동을 받는다.

사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미국인들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의 오만함이다. 다른 국가, 다른 민족에 대한 무시, 업신여김, 집단 린치. 우리는 동남아인들과 아프리카인들에게,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받았던 그 무시와 업신여김과 집단린치를 그대로 돌려준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강력한 대중문화 속에서 살면서, 스스로 백인화되어가고 있는 황인종인 것이다. 그것을 부정할 것인가! 

 

 4. 이 나라의 하이에나 신문기자들에 대해.

 

이 나라의 연예담당기자들은, 진정 강아지들이다. 현상만을 제시할 뿐, 원인이나 이유를 밝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개처럼 살고, 하이에나처럼 헐뜯는다. 재범이의 이번 경우에도, 누군가 올린 재범이의 글을 읽고 그 문맥적 의미를 읽었어야 하는데, 말초적인 기사로 여론을 흔들었다. 조금만 머리가 돌아가는 인간들이었다면, 그 글의 사회적 함의를 읽어내고 소속사와 우리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여론을 유도해냈을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gay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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