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큼이나 유진은 힘없이 한쪽 그늘에 누워있었다.
수업은 안중에도 없는듯 휴대폰은 저 멀리 굴러다니고 있었고 점심또한 먹지 않았을 것이다.
[....자는 거야?]
[....]
[밥은? 오후 수업 준비 안해?]
유진의 곁에 털썩 앉으며 준영이 책을 걷어낸다.
발갛게 부어오른 입술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싸웠어? 왜?]
[...이제 .... 그만 하려고...]
[뭘?]
[....친..구...]
[!!!!]
준영은 유진의 대답에 놀란듯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은 정말 굳은 결심을 한듯 보였고, 그냥 화가나서 내뱉는 소리가 아님을 느낄수 있었다.
[....유..진아...]
유진은 준영에게 등을 돌려 다시 눈을 감는다.
오후 수업내내 돌아오지 않는 유진.
[민태민! 그 녀석 잡아와!! 너 어디 있는지 알지?]
화가난 담임은 언제나 그랬듯 태민을 불러세운다.
태민은 가방을 들춰메고 담임을 돌아본다.
[저 이제 그 자식 모릅니다]
그리곤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간다.
갑작스런 태민의 태도변화에 담임은 주위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무슨일 있었냐?]
[확실하진 않은데..소문에 둘이 싸웠다는데요. 일방적으로 유진이 맞았다는 설도 있고..]
[하루내내 한마디도 안했어여]
[분위기 냉냉하니...좀 살벌했죠...]
학생들의 이야길 전해듣던 담임은 눈을 감았다.
평탄하기만을 바라고 바랜 하반기...
또다시 불어닦칠 불길한 기운...
[휴~ 이놈의 팔자야...걍~잘라버려?...하아~~~]
긴 한숨을 토해내던 그는 허탈하게 교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태민은 샤워를 마친후
책상위에 놓여진 2개의 선물포장을 바라본다.
귀걸이...
예쁘고 작은 돌모양.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바뀌는 돌
고등학교 입학식때 기념으로 셋이서 귀를 뚫으러 갔었다.
넉살좋게 들어선 재희는 눈물을 보였고, 죽어도 싫다고 우기는 유진은 반 강제로...민망해서 싫었지만, 제법 어울리는 그녀석의 모습에 눈 질끈감고 애써 태연한척 입술을 깨물었던 그때...
지금도 가끔 무대에 오를때면 싫다는 유진의 귀에 막무가내로 귀걸이를 채웠었다.
그럴때마다 살짝 막혀있던 유진의 귓볼.."뜨끔"할텐데 항상 꾹 참았던 녀석...
태민은 침대에 벌렁드러눕는다.
[생각하지 말자...생각하지마...]
태민은 침대를 이리저리 뒹굴고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용서 안해....]
태민의 손에 쥐어진 작은 상자가 힘없이 찌그러진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갔고,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둘 사이의 공기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지켜보는 이들은 그들대로 차가운 공기가 빨리 걷어지길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