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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나와 느낀 언어의 장벽

낼복귀임.. |2009.09.30 09:05
조회 55,091 |추천 17

안녕하세요.

현재 휴가나온 군인 입니다. 낼 복귀네요. 휴 ㄱ- 각설하고,

때는 갓 일병을 달고 휴가를 나갔을때 있었던 일입니다.

군대를 오면 처음 가게되는 4박5일의 위로휴가때는 여자친구와

깨지고 충격과 공포로 술로 보내버린 과거가 있었기에 이번 휴가는

정말 알차고 아쉬움 없이 깔끔하게 보내야 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며,

모든 스케줄을 나오기전에 완벽하게 짜둔 상태로 휴가를 나왔습니다.

계획에 마춰서 저는 이리저리 들리다가 집 근처 퉷(텃)밭 들려 온갖 먹거리들을

고르고 골라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계산대에는 점원 아주머니께서 퉛밭 앞치마를

두르시고 계산을 해주시고 계셧죠. 제 차례가 오자 전 지갑을 꺼내고 차분히

계산을 기다렸죠. 계산이 끝나자 아주머니는 느닷없이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전 계산이 끝난 온갖 과자들에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듣질 못하고 말았습니다. 크게 당황한 저는 뇌에서 필터를 걸치지 않고 곧바로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ㅁ..."

제가 복무하고 있는곳 에선 선임이나 간부의 말을 잘 못들었을때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라고 말해야 하는데
이 말이 너무 길기 때문에 저희는 말끝을 흐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역시나 아주머니는 무슨말인지 못알아들으셧는지 약간 당황하시곤
동공을 살짝 크게 뜨시고 고개를 앞으로 살짝 내밀며 무슨 소리냐는듯
바디 랭귀지를 구사하셧고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아, 이 언어는 바깥세상에선 통하지 않는 건가?
또다시 크게 당황한 저는 또 다시 입을 열고야 말았습니다.

"어.. 어, 어떤거 말씀 이십니까?"

아뿔싸... 상황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고
아주머니는 의아한 눈빛으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어떤거라뇨?"

그 순간 저는 필사적으로 뇌를 회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예전에 바깥 세상에서 잘못들었을때 뭐라고 했었지???
아, 맞다 그냥 예? 하고 되물었엇지!

재빠르게 해답을 찾아낸 저는 곧바로 입을 열었습니다.

"예?"

... 약 3초의 적막감이 흐르고 또 다시 저는 좌절 했습니다.

이 타이밍이 아니잖아!!!???

엄청난 사실을 깨달은 저는 점점 이상한 사람이라는듯한 시선을 보내시는
아주머니 앞에서 사단장님과의 대면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며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식은땀을 소매로 닦아내고 심호흡을 한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니.까.요. 아.까.하.신.말.씀.다.시.한.번.말.해.주.실.수.있.냐.구.요."

혹시나 또 못알아들으실까봐 싶어 저는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또박또박 천천히
되물었고 그제서야 아주머니는 아아! 라는 감탄사와 함께 알아들었다는 듯
커다란 제스쳐를 취하며 말하셧습니다.

"현금 영수증 하실거냐구요."

"아뇨."

1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재빠르게 대답한 저는 아주머니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황급히
퉷밭 문을 박차고 나와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집에 무사히 도착한 저는
혼미한 정신으로 어머니와 대면하곤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 앞에 무릎을
끌어 안고 앉아 정신없이 중얼 거렸습니다.

"뭐야 대체 왜 못알아 듣는거야? 아아 분명 그 아주머니는 날 비웃었을꺼야
젠장, 여기 한국 맞아? 한국사람이 왜 한국어를 못알아 듣는거야? 어?
내가 우스운 거야 뭐야."

한없이 치밀어 오르는 부끄러움에 저는 괜한 퉷밭 아주머니를 탓하며 좌절감에 빠져있을때
어머니에게 빌린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고객님! 에스케이크 텔레콤 입니다."

"아, 예."

"고객님, 저희가 이번달 머시기 행사로 봘라봘라 쏼라 쏼라 할라할라 해서 전화드렸는데요.
그래서 할라쏼라봘라...."

아아, 이 언니 랩퍼인가? 끼어들 틈이 없어. 끊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하지만 난 군인이야
일반 시민에겐 친절해야할 의무가 있어. 딱히 여자라서 그런게 아냐. 하지만 목소린 정말 예쁘구나
아아, 분명 그냥 끊어버리면 실망할거야. 일단 들어주자.

심각하게 고민한 저는 공허한 눈빛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에스케잌 상담원 누나의 목소리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에스케잌 상담원 누님이 묻더군요.

"고객님? 듣고 계시나요?"

"그렇습니다."

주여... 어디가시나이까....

한참 에스케잌 누님의 목소리에 심취해 있던 전 무심코 '군어' 로 대답해버렸고
순간 에스케잌 누님과 제 사이엔 깊은 침묵이 깔리더군요.
전 치밀어오르는 쪽팔림을 느끼며 폴더를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곤 머리를 싸매며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버렸고 그렇게 또 다시 에스케잌 누님을 씹어대며 분노에 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말 휴가 나올때마다 누가 부르면 튀어나오는 관등성명이라거나 여러가지로
참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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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톡인가요 ㅋㅋ 휴가 복귀전날 좋은경험 하고 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http://www.cyworld.com/01027481399

이쯤에서 적절한 광고 'ㅅ^

여러분 즐거운 추석들 보내세요.

전 추석도 못보내고 복귀하네요 흑흑 ㅜ

그건 그렇고 햄버거 맛있네요.

못먹어본게 뭐 남았더라...... ㄱ-

추천수17
반대수0
베플에힝?|2009.09.30 11:41
낼 복귀라니까 운영자가 톡 시켜준듯ㅋㅋ
베플123|2009.09.30 19:35
난 남자들이 군인말투하는거 멋있어보이드라+ㅅ+ 글고 남자가 군복 갖춰서 입은거(예비군들처럼 칠렐레팔렐레 입은거말고 ) 징짜 남자다워보이고 왠지 두근거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그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베플신™|2009.09.30 11:39
군대에서 내 밑에 있는 애들중에 한명이 휴가를 갔다... 집에 도착해서 보고를 하기 위해서 부대로 전화를 해야 하는데 그 후임이 분대장를 바꿔달라고 했다...분대장을 바꿔줬는데 묵묵히 듣고 있던 분대장은 " 잘 놀다가 조심히 와..." 라는 말을 하고 끊었다...근데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궁금한 나는 무슨 안좋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분대장이 하는 말이... "이 색히가 나보고 하는 말이.....형...휴가 나오니까 진짜 좋아요....이러고 있네.." 그리고 복귀하는 날 그 후임 밤새도록 뒤지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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