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2살 청년입니다.
톡은 평소에 심심하면 몇개씩 보고 그랬는데, 지금 말씀 드릴려는 일이 친구들한테 털어놓기도 영 좀 그렇고, 제 친구들이래봤자 제 또래들이라 다양한 답변은 안나올거 같아서 톡에 처음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먼저 저희 가족은 어머니, 저, 여동생(고2) 이렇게 셋이 생활하고 있구요. 아버지는 제가 10살때(99년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커가면서 정말 '어머니'하면 우리 두 남매 잘 키워주시고, 홀몸이지만 절대 힘든 티 안내시고, 가정이란 울타리를 세상 누구보다 튼튼하게 지켜주신분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들게 사셨을 어머니 생각하면 힘이 났습니다. 제 신앙과도 같은 분입니다.
요새 저는 7월달에 군대 전역하고, 사업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바를 운영하십니다. 플레어나 모던 이런 바는 아니고, 그냥 카페 겸해서 하는 조그만 클래식 바입니다.
동생은 위에 써놨듯이 고2구요. 왠만한 고3보다 더 공부만 잡고있는 바르게 크는 동생입니다.
제가 사업하면서 제 사정상 어머니 가게에 신세를 많이 지게됐습니다. 창고라던지..
그래서 저는 하루 일이 끝나면 어머니 가게로 가서 어머니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걸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근데 어제는, 어머니가 "아들 소주한잔 할까?" 하시더군요.
평소에 어머니랑 가끔가다 술한잔씩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자주 했고 또 그런걸 좋아해서 "좋죠." 하면서 동네 근처 횟집에 가서 어머니와 술을 마셨습니다.
제 일 얘기랑 어머니 일 얘기, 여동생 얘기 등등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술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얘기를 꺼내시더군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제가 일 끝나고 어머니 가게로 갈때면 자주 봤던 손님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제가 고지식한건지, 뭔지 저도 제가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얘기 듣는 순간 화가 너무 났습니다.
"저한테 그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뭔데요. 어이없네"
"니가 어이 없을게 뭐 있어, 그냥 엄마만 좋아한다고, 그 사람은 엄마 안좋아해."
"아니 그딴게 중요한게 아니라, 엄마 마음이 그렇다는게 제가 싫다구요."
이런식의 대화가 오가다가, 열이 받아서 나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주차장에서 차 세우고, 오는 길에도 얘기가 계속 나와서 짜증섞인 말투로 얘기했습니다.
"아 그러면 내가 집을 나갈테니까, 엄마 맘대로 하셔요."
"니가 집을 왜 나가!"
"아니 엄마랑 나랑 안맞으면 내가 나가야지. 그렇잖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올라가, 짐을 꾸렸습니다.
정말 기분이 엿같았습니다. 분명 이게 내가 잘하는 짓도 아니고, 나이도 22 처먹고, 군대까지 갔다왔는데, 집을 나간다니.. 근데, 그만큼 저도 용납 못할 사항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저 12살때 돌아가셨는데, 제 기억속에 아버지는 정말 완벽한 남자였습니다.
모든 면에서 아버지를 따라가고 싶고, 존경했습니다.
어릴때부터 난 아버지가 없는게 아니다. 돌아가셨을 뿐이지. 난 아버지가 있다. 이런 생각 갖고 살았습니다. 뻔히 아버지가 계신데, 그 자리에 누가 대신 들어온다거나 그런건 절대 용납 못합니다 저는.
물론 어머니는 아들에게 솔직히 얘기를 한거고 어머니도 사람이고, 어머니도 여잔거 압니다. 제가 백번 이해를 해드려야되는데.. 아직 저는 이해가 안갑니다.
제가 너무 고지식한걸까요?
짐 다 싸고 나가려는데 어머니가 붙잡습니다.
"너 이렇게까지 하는게 대체 이유가 뭐니? 그냥 엄마만 좋아한다고.."
"난 그게 싫다구요. 엄마 결혼 안했어요?"
"했어."
"엄마 남편이 없어요? 내가 지금 아빠가 없냐구요?"
"아빠? 아빠가 어딨는데."
"하.. 나 씨 뭐요? 아빠가 어딨냐고? 왜 없어 아빠가"
"어딨는데 얘기해봐."
"내가 신발 아빠가 왜 없어!"
"곁에 없잖아.. 죽었잖아."
"그게 중요해? 어? 곁에 있고 없고가 중요해?"
"10년이 넘었어.. 할머니가 뭐라고 하시는 줄 알아? 매번 고맙다고.. 고맙다고 지아비 없이 혼자서 새끼들 두명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매번 그러셔."
"그래서 뭐 그걸 보상이라도 받고싶다고 하는거에요 지금?"
"어떻게 또 그렇게 얘기를 해. 엄마는 너랑 니 동생만 보고 살았는데.. 1순위는 무조건 너흰데 그냥 그 사람은 엄마만 좋다고.."
".... 도둑질 한 새끼나, 도둑질 할려고 하는 새끼나 똑같아. 나는 엄마 그 마음이 싫다고."
"엄마는 아무런 마음도 갖지 마?"
"누가 그러랬어? 나도 엄마한테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난 이거는 이해가 안된다고요."
"엄마좀 편하게 해주면 안될까? 그냥 엄마만 좋아한다고.. 너네가 1순위고 그 사람이 2순위야"
"누구멋대로 순위매김같은거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거 필요 없고 그냥 맘 편하게 제가 나간다고요 예? 그리고 동생한테 절대 얘기하지마. 다 엎는 꼴 보기 싫으면"
"아니, 니 동생은 이해 해줬을걸?"
"그래요? 근데 전 이해가 안되네요. 이해가 안된다고. 그니까 저 나갈게요."
"빨리 자라.. 빨리 자고 내일 얘기해. 내일도 니가 그러면 엄마는 동생이랑 둘이 살게."
"씨팔 됐고, 이제 엄마 편하게 해드릴테니까 엄마는 엄마 나는 나 이렇게 살아요. 내일 되도 똑같으니까 지금 나갑니다."
"너 엄마 죽는 꼴 보고싶어서 그래!?"
"누가 그런거 보고싶대? 그딴 소리 하지마세요. 내가 먼저 뒤져버리는 수 있으니까."
이렇게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서고.. 울면서 걸었습니다.
이게 뭘까. 10년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그냥 평범하게 행복했는데.
이제 어디로 가지? 내 지금 일은 어떻게 해야 하지? 내 미래의 꿈도 바뀌려나?
22살에 가출은 신발.. 철없는 새끼.
마냥 걸었습니다. 어느 덧 울음이 멈추고 아무 생각없이 걷던 중에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안받을까 하다가.. 걱정되는 맘에 일단 전화는 받자. 하는 생각으로 받았습니다.
"아들 어디야.. 우리 아들."
"왜요?"
"아들 빨리 들어와.. 엄마 밖에서 기다릴게."
"나오시지 마시구요. 기다리지도 마세요. 연락도 하지 마세요."
"아들 엄마 이렇게 속상하게 할거야?"
"집 나가서 속상하게 안한다고요. 엄마는 이제 눈치보지 말고 엄마 인생 살으시라구요."
"아들.. 우리 아들 빨리 들어와. 밖에 추워. 엄마 지금 나와있어. 너 올때까지 기다릴게."
"안갈테니까 들어가세요 제발."
"너 정말 이럴거야!? 엄마 죽는 꼴 보고싶어?"
"그딴 소리 하지마시라구요 내가 먼저 죽는 수도 있으니까. 성질내지 말고 끊으세요."
이렇게 전화를 끊고 몇차례 전화가 계속 왔습니다.
다시 눈물이 흐르고.. 앉아서 담배를 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할 마음의 여유도 없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다시 전화가 오기 시작하고 또 받았습니다.
"아들.. 빨리 와 밖에 추워.. 엄마 보여? 지금 밖에 나와있는데?"
"벌써 멀리 왔으니까 들어가세요."
"엄마 기다릴게."
각오도, 준비도 없이, 홧김에 집을 나온거라.. 일단 걱정이 다시 앞섭니다.
'그래 집을 나와도, 일단 오늘은 다시 들어가자.'
이 생각으로 다시 집까지 돌아왔습니다.
추운 날씨에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보니까 또 울컥했습니다.
"아들.. 그럼 엄마가 그 사람 안좋아할게."
"아니 그럴 필요 없구요. 엄마 마음대로 하시라구요. 난 이해 못하니까 나가서 따로 살게요."
"니가 지금 나가서 어디로 가겠다고"
"어디든 가겠죠. 몸도 젊고 멍청한 머리도 아니니까 결국엔 어떻게든 살겠죠."
"세상 어떤 부모가 그러길 바래? 자기 자식이 대충 어떻게든 산다는데."
"그럼 세상 어떤 자식이 자기 어머니가 아빠 말고 다른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는데 아 그러십니까? 라고 하는데요."
"들어가자 빨리.. 내일 얘기해. 엄마 추워.."
이때부터 아무 말 없이 그냥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잠들었습니다.
오늘 눈을 떴을때는 역시 어제와 같은 평범한 하루가 아니었구요.
오늘 일도 안하고, 어머니랑도 아무 말 없이 있고, 그냥 아무 말 없이.. 제 짜증만 삭혔습니다.
"아들 오늘 왜 일 안하게? 엄마 때문에 그래?"
"뭘 엄마때문이에요 또 빨리 나가세요."
그렇게 어머닌 가게 열러 가셨고..
전 지금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분명히 잘못한 부분은 있는데. 저도 포기 못할 가치관이라는게 있습니다. 제 가치관으론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이해가 안됩니다.
이해는 되더라도 용납이 안됩니다. 보수적이고 고지식한가요?
다른 일에서는 언제나 '변화는 언제 어디서든 무조건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절대 피할 수 없다. 빨리 수용하고 내것으로 만들라.' 이 생각을 많이 하면서 언제나 낙천적으로 유동적으로 움직일려고 노력하는 저인데, 이 문제 만큼은 그러지 못하겠습니다.
머릿속엔 자꾸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고, 여잔데 이해도 해드리고 싶지만, 엄마라는 틀 안에서 놔드리고 싶지가 않습니다. 이기적이지만 그게 어머니에 대한 제 사랑인데, 최대한 편하게 해드리고싶은데, 이것만큼은 그러고싶지가 않습니다.
너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