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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때문에 피말리는 인턴입니다

|2009.11.06 21:41
조회 84,316 |추천 60

안녕하세요?

저는 모 대학병원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인턴입니다

저희 병원은 특성상 몇달동안은 대학병원의 자병원에 응급실 당직으로 근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2차병원 (조금 큰 종합병원)에서 응급실 당직을 서며 환자분들을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뭐니뭐니해도

신종인플루엔자도 있고, 원래 이 시즌이면 유행하는 독감도 있고 해서

감기로 병원에 오시는 분이 제일 많습니다

 

저녁 8시경쯤 되면 일반 병원의 진료가 다 끝났기때문에

가벼운 감기라던가  배아픈 증상으로도 응급실에 많이들 오십니다

 

 

사실 응급실에 있으면

정말 위급하고 위중한 환자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진료보는게 순서입니다

그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실겁니다

 

그래서 보통은 응급실에 감기로 오는 환자분들이 제일 진료가 뒤쳐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건강한 사람이 걸린 감기를 얘기합니다)

 

요즘엔 신종플루에 대한 무서운 기사들때문에 걱정이 너무 많아서

최대한 빨리 진료도 봐드리고,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도 드리고

보통 독감하고 증상도 같고 위험한 병도 아니라고 안심도 시켜드리고 합니다

 

신종플루때문에

이렇게 밤새 한숨도 못자는게 힘들기도 하고

하루에도 같은 설명을 수십번 해야하긴 하지만

 

새벽 3~4시에도 열이 난다고 놀랜 표정으로 뛰어오시는 분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잘 봐드리고, 이 분들 걱정하는 마음도 좀 추스려줄수 있다는 마음에 보람차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저녁 9시경

9살 여자아이와 보호자(엄마)가 병원에 왔습니다

애가 오후부터 열이 나서 왔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증상을 하나하나 물어보았습니다

"기침하고 콧물도 나요?

 목은 안아파요?"

기본적인 질문을 우선 하고 있는데

아이의 엄마는 계속 신경질을 냅니다

 

병원에 왔는데 치료부터 할것이지 뭘 물어보냐고...

 

어디가 아픈지 알아야 치료를 할텐데..

그래도 이런식으로 말하시는 분들이 하루에 2~3번은 있기때문에 새삼스럽진 않았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 검사를 해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어머님"

이렇게 얘기하자

 

증상을 보면 뭔지 모르냐고 소리치십니다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잘 모르시니깐

그리고 자식이 걱정되는 마음에 다급해서 그러시는거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잘 설명드렸습니다

 

수액을 주고, 해열제 주사도 주면서 증상을 조절하는 동안

신종플루 검사도 했습니다

확진검사는 비싸기도하고 1주일이상걸려 안한다고 하셔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선별검사 (Influenza type A Ag screening test)를 했는데

결과는 음성(negative)로 나왔더군요

(이 당시에는 선별검사를 시행 하던 때였습니다)

그래도 그 검사가 워낙 정확하지도 않고

증상도 있고

보호자분도 원한다고 하셔서 바로 타미플루를 처방하기로 했습니다

 

아이 몸무게를 물어보니 33kg라고 하더군요

그 아이의 몸무게라면 타미플루 60mg을 하루에 2번 5일동안 복용해야 합니다

 

아, 그런데

응급실에 비치해놓은 타미플루는 45mg와 75mg 두 종류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30mg과 60mg이 다 떨어졌던겁니다

아직 문을 연 약국에 연락을 해보니 거기도 75mg밖에 없다고 합니다

근처 약국에 가면 60mg 타미플루가 있을텐데 시간이 늦어 문을 다 닫았더군요

 

어쩔수 없이

처방전을 드릴테니 내일 오전에 약국에서 타미플루 60mg를 사야할것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응급적으로 타미플루를 먹어야 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오늘 증상이 시작되었으면 내일 오전부터 먹어도 효과는 비슷하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아~~

 

그때부터

그 아주머니가 소리를 치기 시작하는데

응급실이 떠나갈정도로 눈까지 뒤집혀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거점병원에 타미플루가 없다는게 말이 되냐?

없으면 시내 다 뒤져서 구해올것이지 그게 환자한테 하는 말이냐?

니가 신종플루에 대해서 알기는 아느냐?

의사란놈이 그모양이냐?

이딴식으로밖에 진료를 못하느냐?

돈벌어먹으려고 우리딸을 마루타로 여기느냐?

 

 

이런 내용으로 막 소리를 지르면서 삿대질을 하는데

귀가 멍멍~해지고 ㅠ

 

지금 곧바로 타미플루를 먹지않아도 됩니다, 내일아침부터 먹어도 됩니다

지금은 타미플루  60mg짜리를 구할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같은 말만 반복하고ㅠ

 

그런걸로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일단 다른병원도 연락해보겠다고 하고

진정하시라고 했습니다

다른병원에 다 연락을 해봐도 다 없으니 약국가서 사야한다고 하더군요

 

그때 당시 응급실에는 다른 환자가 4~5분정도 더 계셨고

소리지른 아주머니 대신에 제가 사과를 드리면서 진료를 봤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 소리치던 아주머니는

막 삿대질을 하면서

저를 포함한 과장님, 간호사선생님들에게 까지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픈 분들에게는 친절하게 잘 설명해드려야지,

아프니깐 예민해서 그러신거니 이해해드려야지,

생각을해도

또 생각을 해도

저도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설명을 빠뜨렸다던가

불친절했다면 아무 할말이 없겠지만

정말 저

아주머니 처음부터 까칠하게 얘기하셔도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설명드렸거든요....ㅠ

그런데도 그러시니..

 

옆에 다른환자가 있는데

어이없는 이유로 막 소리를 지르고

응급실에 있는 다른 분들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성심성의껏 진료를 보는 의료진을 자기 하인부리듯이 하고

 

다른 선생님들이 다시 또 설명하고 설명했고

아주머니는 오히려 더 소리만 막 지르고

 

끝내 자기가 직접 약국에 전화해서 알아봤다고

약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몰랐냐고 뭐 이딴병원이 있냐면서

빨리 처방전하고, 학교안가도 되게 증명서나 내놓으라고..

화를 내시며 나가버리더군요

그 약국에서 말한건 60mg짜리가 아니라 75mg짜리 타미플루가 있다는 얘기일건데....

 

 

아무튼

아무리 설명해도

미꾸라지에 소금뿌린먀낭 펄펄 뛰는 아주머니를

아무도 잡지 못하고

그렇게 아주머니는 응급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채 나가셨습니다

 

 

 

 

많은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거지만

 

거점병원이라고 해서 정부와 잘 연계되어있진 않습니다

 

저희도 매일 인터넷뉴스보면서 새로 바뀌는 정부지침을 알아갑니다

 

얼마전에도 "오늘부터 증상만 있어도 타미플루를 처방하세요" 라는 말 못들었습니다

 

그것때문에 "정부에서 그렇게 해라는거 아직 모릅니까?

                  여기 거점병원 맞습니까?" 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진료때문에 바빠서 인터넷뉴스를 확인못하면 꼭 그런일이 생깁니다ㅠ

 

먼저 정부부처에서 저희에게 통보가 오는게 아니라

 

저희가 인터넷뉴스보면서 확인합니다

 

 

 

제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딱 두가지 입니다

 

 

1. 응급실에 오셔서 무조건 화를 내야 말을 들어준다는 생각은 나쁜거고, 틀린겁니다

요즘 같이 신종플루때문에 환자분이 많이 오면 힘들긴하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정성을 다해서 환자분들을 진료합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고, 한번 더 살펴보고 싶은 환자가 생기기도 하고

반면 빨리 집에 가버렸으면 하는 환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아주머니처럼 병원에와서 무조건 화만 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2. 이번 신종플루처럼 범국가적인 의료문제가 생길때마다 정부가 너무 야속합니다

이번 신종플루로 떠들썩할때도

정부는 언론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걸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항상 일은 정부가 하는데

욕은 의사가 듣는것같아서 억울합니다 ㅠㅠㅠ

 

정부도 열심히 한다고 하는거겠지만

거점병원 지정해놓고

오히려 거점병원에서 일하는 저희만 더 욕듣게 하고 ㅠ

증상만 생기면 타미플루 줄거라고 쿨하게 얘기해놓고

막상 개인병원에서 타미플루처방하면 보험문제로 병원 압박하고;;

의사협회가 신종플루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도

정부는 쳐다보지도 않고

이렇게 신종플루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그 욕은 또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사가 듣습니다

 

단순히 지금 현정부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지금껏 항상

일은 정부가 벌이는데

그게 잘 안되면 욕은 의사가 듣게 만드네요 ㅠㅠ

 

 

의약분업을 밀어부치다가

실패해서 의료재정 악화되니

이번엔

의료민영화 한다고 그러고

 

그렇게 되면

또 욕먹는건 의사집단이 아닐런지....

일은 정부가 한건데...ㅠ

 

 

 

 

저는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는데

이기적인 사람으로 욕듣고

삿대질당하고, 간혹 멱살도 잡히는게 억울합니다 ㅠㅠ

그럴때마다 힘이 축 빠지기도 하고

처음 의사가 된 초심을 잃어가고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ㅠ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신종플루때문에 고생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 생긴 억울함을 주절주절 했네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혹시 신종플루때문에 궁금한게 있는데

설명을 잘 못들어서 답답한게있으시면 쪽지주세요

제가 아는한 상세히 설명드릴게요 ^^

추천수60
반대수0
베플-_-|2009.11.11 11:29
인턴들 너무 불쌍해. 이제 막 국시 보고나서 아는것도 별로 없고 경험도 없을텐데 환자나 보호자들은 하얀 가운 입고 응급실에 서있으면 모든것을 다 알아서 해결해줄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함부로 대하고.. 막말과 욕설은 물론 멱살잡이 까지... 그들도 나름대로 규정이 있고 절차에 따라 처리해주는 걸텐데 잠도 못자고 힘들게 일하는 것도 버거운데 환자나 보호자들이 저러면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듯.. 그들도 같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같은말이라도 친절하게 해준다면 고마워서라도 더욱 열심히 일하고 치료해주지 않을까...? ====================== 와!! 첫 베플이다 >_< 제 예랑이 인턴인데 죽도록 고생하는거 보니까 넘 안쓰러워서 써봤어요. 응급실 근무할때 피 철철 흘리면서 위급한 환자도 많이 봤지만 정말 아프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환자들이라도 다 저같고, 부모님같고, 동생같아서 잘해준다고 하지만 이따금 개념없는 환자들 보면 화난다고 하더라구요...전해듣는 저도 화가나구 ㅠㅠ 암튼 신플 조심하시구~ 서비스업종에 계신 분들께 이유없이 성질내지 맙시다!!
베플착한악마|2009.11.13 08:38
아 신종 정말 짱나.........오늘 소개팅인데.. 상대쪽에서 신종걸려서 취소댐.ㅠ.ㅠ 아.............................되는게 없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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