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편지
니가 그리워서 안았던 많은 여자들은 비린내가 나. 신기하지
스무명이 족히 더 되는 여자들과 섹스를 했는데
날 흥분시키는 여자도 물론 있었고, 더없이 끝내주는 황홀한 밤을
선사한 여자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하나같이 비린내가 났어
너를 안을땐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그런
처음엔 그럭저럭 참을만 했거든 근데 두번이상을 침대에
누워있게 되면 도무지 구역질이나서 견딜수가 없는거야
그 비린내의 종류도 너무 다양해서
난 그 비린내로 서른가지도 넘는 구분을 해낼수 있는
지경이 되었지 뭐야
예의상 상하는 그런 종류의 생선비린내가 아니라
그 뭐랄까 그런 비린내가 있어
비싼 화장품에는 방부제를 넣나 ? 그런 비릿한 화장품 냄새
그리고 또 휘어진 손톱을 길러 바른 싸구려 네일의 비린내
또 언제 묶어놨는지도 모르겠는 어울리지도 않는 귀여운 핸드폰에
달린 조그만 악세서리에서 나는 비린내.
억지스럽게 웃을때 나는 어색한 입꼬리의 비린내
왜 다들 자연스럽지 못한거야
말도 안되는 냄새를 피우고
아무튼!
사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나 요즘 회사일이 더 많아져서 미쳐버리게 바빠
뭐 여전히 건강하고 다른건 아무래도 걱정할만한게 없는데
니가 계속 생각나는 이유가 이런거라니
비린내가 나지 않는 이유라니 내가 생각해도 웃겨
근데 완벽한 내 인생에 자꾸 구멍이나
촌스러운데다 살집도 제법인 주제에 언제나 반쯤 눈을 뜨고
잠들던 니 귀에서 나던 냄새가
미치게 , 그리워
웃기게 생긴 주제에 매번 그렇게 팔베개를 해달라며
나를 피곤하게 하던 니가
정확하게 말하면 너에게서 나던 비리지 않은 온몸의 냄새가
너무 그리워 . 제길.
제발 이 같잖은 편지를 본다면
하루라도 좋으니 딱 한번만 만나줘
니가 외울리가 없는 내 번호는 아직 바뀌지 않았으니 일단 적어둘께
경비실에 편지 맡겼다고 지랄하지 말고 제발 부탁이다
꼭 전화좀 해줘
기다린다
여자의 일기
기분이 영 그런날이 있다
미치게 좋아하던 수목미니시리즈가 막을 내리고 난뒤
돌아온 수요일밤 열시의 허망함이랄까
그런 찝찝하고도 썰렁한 기분이 들어 집으로 일찍 들어왔다
오늘 경비실은 경상도 박씨아저씨
아무리 찝찝한 기분에도 나는 안녕하세요 인사하나는
끝내주게 우렁차다
우렁찬 내 목소리를 듣고는 박씨 아저씨가 뛰어나와 건네준
녀석의 편지
급하게 휘갈려쓴 편지지는 어디서 봤더라 ....
B동상가에 일년째 편의점에 전시되어 있던 그건가보다.
놀이터에 앉아 썼나보지 안그래도 악필인 주제에
글씨는 지렁이보다 더 못생겼다.
전화해줄래.
라는 녀석의 말은 사실 뭐랄까
간절해보인다기 보다는 본인이 왜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짜증이라는게 더 맞겠다.
그립다니 , 멍청하긴.
그 말도 안되는 비린내는 나에게도 있었겠지.
다만, 나를 사랑했던 니가 나한테선 조금도 맡지 못했던거겠지.
이런 간단하고도 지루하기 짝이없는 진부한 결론을
여전히 너는 모르고 있다니, 나는 그게 더 의아하다
세상사람들 다 아는데 너만 모르는일.
그래 그게 너한테 지친 이유였지.
니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거,
미안하지만 더이상은 말하기 싫다
너는 내가 지겨워졌다고 그러니 언제든 헤어지자고도
말할수 있는 사람이지
사랑인지 아닌지 온통 암컷의 비린내에 관심이 가있는
너는 그런 남자였지
말하자면 어제는 내가 너무 좋다가도
오늘은 미치게 싫어질수도 있고
그런 사람이잖아 너는
편지는 냉동실에 넣어뒀어.
전화번호는 당연히 못외웠지
그러니까 니가 왜 놀이터에 쭈그려 않아 분한 마음으로
편지지에 마구 갈겨 나에게 같잖은 편지를 써야했는지 모르겠거든
그냥 그렇게 평생 암컷비린내나 맡고 살아.
살다보면 또 알게 뭐야.
더 근사한 여자 만나 팔베개 하고 황홀한밤에 잠들수 있을지.
넌 알까 모르겠지만, 있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게 다 변해
희미해지고 그러다 잊혀져버리기도 하고마니까
나를 너의 그런 고민속 상대역으로 이용하지는 마렴.
그런건 취미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