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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약자석, '비워둬야' 하는 자린가요?

못난딸 |2009.11.13 23:35
조회 64,231 |추천 74

 

안녕하세요. 매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씁니다...

 

오늘 집에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황당한 일을 겪어서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오늘 저녁에 어머니와 함께 3호선을 타고 귀가하는 중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오늘 외갓댁에 가서 김장을 도와드리고 이것저것 받아오시던 터라 제가 어머니를 모시러 외갓집에 가서 짐을 들고 어머니와 함께 집에 오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어머니는 노약자석에 앉지 않으셨었는데, 오늘 무리하셔서 그러셨는지 노약자석에 앉으시더라구요. (평소에도 허리가 많이 안좋으십니다.) 그래서 사실 살짝 놀랐지만 그냥 아프시니까 그러려니 하고 어머니 앞에 서서 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옆에서 웬 중얼거림이 들리더군요. 그래서 쳐다봤더니 한 50대쯤 되신 아저씨께서 혼자 계속 노약자석을 째려보시면서 혼잣말을 하고 계셨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되신게 금요일 밤이니 술 한잔 하신 것 같더군요.

 

저희 어머니께서 노약자석에 앉으실 때 몇몇분이 앉아계시긴 했습니다. 그래도 양쪽 합쳐서 한 3자리 정도는 남아있었구요. 늦은 밤시간인지라 노인 분들도 주변에 안계셨습니다. 제가 사실 계속 좀 눈치가 보여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거든요.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다들 자기가 내릴 때가 되어서 내리면 그 뒤에다가 대고 또 혼잣말로 온갖 욕을 하시더군요. 사실 그분이 혼자 중얼거리실 땐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점점 그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노약자석에 앉은 사람들 들으라고 대놓고 엄청 큰 소리로,

 

"지들이 무슨 노약자라고 저길 앉아있어. 그래, 누가 오면 비키겠지. 근데 그 자리는 원래 비워둬야 하는 자리야. 지하철만 타면 너도나도 다 노약자지. 내리면 쌩쌩하면서."

 

라고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하시더군요. 근데 저 말투가 정말 듣기 거슬릴 정도로 비꼬는 말투였습니다. 그러더니 젊은 여자 두분이 노약자석에 오셨는데 한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배가 많이 나와보이진 않지만 임산부인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이 앉기가 무섭게 "저 여자는 임산분가보지? 왜 저길 앉아" 이라면서 또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주변 사람 다 들리게 하시더군요.

 

정말 마음 같아서는 그 아저씨께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괜히 한마디 했다가 싸움이 날까봐 겁이 나기도 하고 해서 그냥 꾹 참았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집 직전 역에서 나이 드신 부부께서 타시길래 제가 어머니를 잡아 끌면서 내릴 준비 하자고 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총 6자리 중에 3자리는 비어 있었고 그 앞에 와서 서 계시던 분들도 없었습니다. 그 아저씨 외에는 그 누구도 노약자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눈치 주는 사람들도 없었구요. 정말 듣는 입장에서 너무도 불쾌하더군요. 차라리 직접 오셔서 대놓고 말씀을 하시지 왜 그렇게 남들 다 듣게 혼잣말을 하시는건지...

 

버스의 노약자석에는 다들 관대하면서 왜 그리 지하철 노약자석에는 엄격한걸까요? 앉을 사람이 없으면 몸이 아프거나 한 사람들이 앉을 수도 있는 자리인데 왜 꼭 그 자리를 비효율적으로 '비워둬야'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앉아야될 사람이 오면 비워주면 되는데... 그 자리는 앉는 사람이 없으면 비워둬야만 하는 자리라는 생각, 이제는 바뀌어야되지 않을까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극단적인 생각이지만, 지하철의 노약자석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다 일반석으로 만들면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양보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수 많은 사람들이 서서 가지만 텅텅 비어있는 노약자석은 낭비 아닐까요? 다 일반석이 되면 사람들이 눈치 볼 것 없이 앉아있다가 노약자분들이 타시면 자연스레 양보하는 문화만 정착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여기에다가 이렇게 하소연 해도 나이 드신 분들은 못보실테죠. 그래도 마음이 너무도 답답해서 여기다가 풀어놓고 가렵니다.

 

덧) 제발 술취하신 분들은 택시타고 집에 가시면 안될까요. 오늘도 집에 오는 전철에서 술에 떡이되어서 몸도 못가누시는 분들을 너무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 분들과 열차 한칸에 타고 있으면 솔직히 무섭습니다. 괜히 부딪혔다가 맞거나 욕먹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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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지 며칠 됐는데 헤드라인이 됐네요. 많은 리플들 감사합니다.

저는 노약자석은 비워둬야된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글이었는데,

이해를 못하신 분들도 좀 계신 것 같네요..ㅠ

그리고 제가 앉았다는 게 아닌데 그렇게 이해하고 리플 쓰신 분들도 계신 것 같구요..;;

 

아무튼, 읽어주셔서 그리고 리플로 많은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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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74
반대수3
베플-ㅅ-|2009.11.18 09:20
난 제일 싫은게 등산 갔다 오면서 자리 양보하라고 하는 노인네들 그럴거면 등산은 왜가 그냥 집구석에 있지
베플|2009.11.18 09:24
난 노약자석엔 절대 안앉아요. 대신 일반석에 앉으면 절대 안일어나요.
베플|2009.11.18 09:00
일단 지하철 노인무료표 부터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는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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