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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내성’ 이후가 문제다

김도연 |2009.11.15 14:11
조회 222 |추천 0

타미플루 ‘내성’ 이후가 문제다


기사입력 2009-11-05 13:40  
   
 
신종플루 고병원성 변이‘무방비’… 병원체 유전정보 추적해야


10월28일, 질병관리본부는 “신종인플루엔자 국내 연구 활성화를 위해 국내 신종플루 바이러스 유전물질(바이러스 RNA)을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을 통해 국내 연구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RNA는 국내 첫 확진환자의 호흡기 검체로부터 분리된 바이러스.

 

[A/Korea/01/2009(H1N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정보는 미국에서 보고된 [A/California/04/2009 (H1N1)]과 염기서열이 거의(99~100%)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 확진자는 미국 방문 후 비행기를 탄 51세 수녀였다. 역학조사 결과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오는 케이스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 RNA에 관한 정보는 5월15일 전 세계 유전자 정보 공유 데이터베이스(DB)인 미국 NCBI(국립생물기술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젠뱅크(GenBank 유전자은행)에 등록됐다.

 

NCBI가 운영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리소스에는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와 관련한 유전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NCBI에 따르면 10월28일 새로 등록된 바이러스 시퀀스는 말레이시아 16건, 이탈리아 23건, 일본 96건, 중국 8건 등이다. 주로 정부기관이나 대학들이 제출한 보고다. 10월22일에도 이탈리아에서 24건이 보고됐고, 20일 일본에서 1주, 19일 중국 칭화대학에서 8개와 폴란드 국립인플루엔자센터에서 2건을 각각 보고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DB에서 검색해 보면 전체적으로 딱 두 건이 나온다.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첫 확진자 RNA, 또 하나는 올해 1월 부산에서 보고된 것이다. 전국에서 506건의 단백질 시퀀스를 보고해 놓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질병관리본부 병원체방어연구과 이광준 연구관은 “우리나라 병원체 자원 축적은 이제 시작 단계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관련 조직이나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나타난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 팬데믹, “치사율 높은 형태로 변이” RNA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시퀀스에서 미세한 변이들을 현재 확보한 자료와 비교하면서 추적하는 작업은 앞으로 이 바이러스가 어떤 길을 걸을지 판단하는 데 필수”라고 말했다. 학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 유전자 염기변화가 하나씩 누적돼 어느 순간 변이되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결합해 통째로 바뀌는 형태다. 김 교수는 “신종플루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변이추이를 취합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고병원성으로 변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유행이 1, 2년 지속될 경우 고병원성으로 변이될 위험성은 항상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 20세기에 ‘대유행’한 인플루엔자의 경우 초기에는 비교적 낮은 치사율을 보이다가 몇 단계를 거치면서 급속히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바이러스로 변이된 전례가 있다는 것. 그러기 때문이라도 유전자정보를 가능한 한 취합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것은 중요하다.

 

관련 학계에서는 신종플루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의협 소속 한 의사는 이와 관련해 “신종플루 이후에 또 신종이 나오면 신신종 바이러스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나”고 반문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은 ‘인플루엔자A(H1N1)’이며, WHO는 ‘팬데믹 인플루엔자(H1N1) 2009’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돼지에서 유래한 신종 A형 H1N1 인플루엔자’라는 뜻으로 ‘S-OIV’라는 명칭으로 통칭하고 있다. 학계에서 현재까지 S-OIV, 신종플루는 멕시코 지역에서 지난 2월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월에 미국에서 분리한 신종플루의 염기서열 분석은 돼지, 조류, 사람 등 3종의 인플루엔자 유전자가 재편성된 바이러스에다 유럽과 아시아의 돼지 인플루엔자의 NA와 M단백질 유전자가 재편성된 형태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H1N1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을 기준으로 HA의 1종, NA의 1종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박승철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쉽게 말해 HA는 배로 비유한다면 닻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종의 자물쇠처럼 사람이나 새, 돼지 등의 세포에 달라붙게 하는 것이다. 반면에 NA는 일단 바이러스가 들러붙은 후에 세포에 침입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바로 이 NA를 무력화시키는 것인데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들어와서 다시 나가려면 비유적으로 말해 닻줄을 끊어야 한다. 타미플루나 릴렌자는 이 닻줄을 못 끊게 만드는 일종의 예방적 치료제라고 보면 된다. 배가 항구에만 있으면 무슨 배인가.”

감염환자 늘어날수록 ‘내성’ 강해져 다행히 이번에 발생한 신종플루는 신종이기 때문에 타미플루나 릴렌자가 잘 들지만 많이 쓰일 때 반드시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남용해선 안된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다. 서울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이진아·이환종 교수팀은 지난 8월에 낸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08년에서 2009년 시즌에 유행한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거의 대부분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을 보였다. S-OIV(신종플루)가 이러한 계절 인플루엔자의 NA 유전자를 획득하면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이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

 

김철중 충남대 수의학과대학 교수의 ‘변이 가능성 경고’는 더 구체적이다. 그는 “변이가 일어날 것은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고병원성도 동남아나 중동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 보고됐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첫해보다 둘째 해에 사망률이 훨씬 높게 올라갔다. 어떤 양상이 될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도 이미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이 생겼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타미플루나 릴렌자를 대체하는) 약재 개발은 이미 시작했겠지만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을 때 치료 방법은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이 확실하다”면서 “올해 겨울에서 내년 3월까지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지금보다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신종플루가 사실상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자 국가전염병재난 단계를 ‘심각(Red)’으로 격상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난 단계는 ‘관심(Blue)’ ‘주의(Yellow)’ ‘경계(Orange)’ ‘심각(Red)’ 등 4단계로 구분돼 있다. 경계(Orange)를 발령한 것은 지난 7월21일. 주의(Yellow)를 발령(4월 28일)한 지 3개월 만이다.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으로 하는 인플루엔자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행안부 계통에 따라 시·도별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된다. 군대를 포함한 모든 정부 인력이 신종플루와 관련한 방역 등 대처 작업에 투입된다. 아직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심각 단계 격상을 고려하지 않는다”이다. 이재홍 총리실 복지여성 정책관은 “심각 단계 조절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득실을 따져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마치 심각 단계로 올리는 것이 ‘올 코트 프레싱’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렇게 올린다고 지금보다 더 ‘케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시각도 비슷하다. 김철중 교수는 “현재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고, 달라진다고 해서 언제까지 끌고 갈지 판단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아직까진 치사율이 낮기 때문에 차라리 걸려서 나으면 나중에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될지 몰라도 감염환자가 늘어갈수록 바이러스도 적응해 내성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신종플루 앓고 나면 괜찮아질까 정부는 지난 10월27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내원한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해서는 확진검사 없이 바로 타미플루에 릴렌자를 처방하는 등 적극 진료해 주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신종플루로 의심되는 환자라면 누구나 타미플루 등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 측 조치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가 내고 있는 ‘인플루엔자 표본감식 소식지’ 42주차 자료(10월11~17일)에 따르면 2009~2010년 절기 들어 총 256주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중 A/H3N2형이 2주였고, A(신종)형이 254주가 확인됐다. 즉 현재까지 보고된 바이러스의 상당수가 신종형이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에게 타미플루 등을 처방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신종플루와 관련해 현장 분위기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이꽃실 관동대 의과대학 명지병원 감염내과 학과장은 “신종플루 백신 접종이 시작돼 어느 정도 방어하려면 3, 4주가 걸린다. 현재 환자수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치이지만 내년 초쯤 주요한 그룹에 대한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어느 정도 집단면역이 형성돼 차츰 수그러들 것”이라면서 “과거 대유행 때와 다른 점은 영양상태나 위생상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변이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관련 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철중 교수는 “현재 알려진 인플루엔자 아형만 144개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 아형들의 ‘스톡파일링’도 다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결국 예산문제이겠지만 관련 연구시스템이나 네트워크 구축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홍 교수는 “이번 신종플루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속단할 수 없지만 최악의 국면을 막기 위해서라도 만반의 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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