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이십대 후반 여성입니다.
날씨도 춥고 몸이 안좋아 병원에 다니고 있어서 오늘은 나가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고
집에서 쉬고있었지요.
월요일날 나갔다가 몸살에 걸려서 온몸이 쑤시고 기운이 없어서
간단한 집안일조차 할 수 없었고 아침점심식사를 챙겨먹을 기운이 없어서
아몬드나 과자같은걸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지요.
아버지는 회사가시고 어머니는 시골에 내려가셔서 혼자였거든요.
한시 반쯤인가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이 동네 이사온지도 얼마 안되었고, 아는 사람도 없는 동네라
올 사람은 택배기사님밖에 없었지요.
마침 수선맡긴 옷이 있는데 택배로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물어보니 택배라고 하길래 문을 열었습니다.
오층 현관 앞에서 두드리길래 택배를 받으려고 열었더니
무슨 점검을 나왔다고 하고 어디서 오셨느냐 물어볼 새도 없이
공구통을 들고 작업복 잠바에 양복바지를 입고 머리에 기름을 바른듯 한 아저씨가
담배냄새를 풍기시면서 거침없이 들어오시더군요.
제가 사는 집은 신축 빌라인데 회사에서 관리하는 집이라서
분양하시는 회사 직원분이 2층에서 근무하십니다.
이런 일이 있다면 연락을 미리 해주셨을텐데
게다가 한달쯤 전에 싱크대 점검을 하러 2층 직원분이 같이 오신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몸살에 먹은게 없어 머리가 멍~~~ 한 상태여서
이상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대책이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그분은 성큼성큼 들어와서 가스렌지 후드를 뜯어서 간단한 시범을 막 보였습니다.
서랍처럼 열면 환풍기가 켜지고 불이 켜지고 몇단으로 조절이 가능하고 등등
안가르쳐줘도 알만한 얘기를 하시더니 렌지 후드 필터를 하나 껴주시더니
어떤 종이에 사인을 하라는겁니다. 그러면서
여기 식구가 많지 않으면 한개만 하면 된다면서 후드 필터세트를 주고는
45000원을 달라고 하는겁니다.
딱 보기에도 기껏해야 오천원이나 될까 싶은 물건을 45000원을 달라고 하길래
이건 좀 사기같다 싶었는데
싱크대 회사에서 오셨냐고 물었더니 가스렌지 위에 달린 팬 회사에서 나왔답니다. ㅋㅋ
상황은 너무 웃긴데 컨디션이 너무 안좋기도 해서 무슨 생각도 하나 안나고
이 집이 너무 방음이 잘 되어있어서
이 사람을 코너로 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고요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못들을테고...
괜히 난처하면 의도치않게 더 나쁜짓을 할수도 있으니까요.
45000원때문에 죽고싶진 않았습니다.
우선은 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돈이 없었거든요 ;;;
수중에 있는 전재산 6000원인가?
그래서 나중에 오시라고 했더니 난처한 얼굴로 2년에 한번씩 다닌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올 수 없으니 계좌로 넣어달라고 하는거예요
지금 당장 인터넷 뱅킹으로 넣으라는데
내 방까지 들어와서 확인이라도 할 기세였죠
그래서 순진한척 하면서 돈이 없으니 엄마한테 받아야한다
전화를 걸을테니 직접 통화를 하시라 하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가 전화를 받으시더니 눈치를 팍 채셨는지
신축빌라에 무슨 점검을 그리 자주 하고 그런걸 또 사라고 하냐
2층에 직원이 있는데 당장 전화를 걸어 확인하겠다고 하셨고
그분은 계좌번호를 적다가
(농협 계좌였는데 회사 이름도 아니고 '김수빈' 명의의 통장 계좌였습니다 ㅋㅋㅋ
본인이름같지는 않고 아들이나 딸 명의의 통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이러고 다니는걸 알면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내가 바꿔준 전화를 받고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적던 계좌번호를 들고 다시 필터를 뽑아 챙기시더니
(당황하셨는지 막 떨어뜨리시고 그러시더군요)
전화하길 다행이다 뭐 이런 말씀을 하신 후에 조용히 나가셨습니다.
(그와중에 식탁에 있던 귤을 두 개나 챙기시더군요;;;
귤때문에 죽기 싫어서 기꺼이 드렸습니다.)
엄마는 이제 택배는 일층까지 가서 받으랍니다. ㅜ ㅠ
세상에 참 이런 사기도 있나요 검색해봐도 비슷한 얘기가 없어
혹시 이런 사람들한테 당하시지 말라고 올려봅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동네 대순진리회 사람들도 너무 징하게 달라붙고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이 집에 막 쑤시고 들어오고
시장에서는 그램수를 속여 팔려고 뻔한 거짓말을 하고
애견물품샵에서는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니
이것참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되도록이면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고 친절하고싶은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나를 속여먹으면 홀라당 넘어가줄께'라는 초대장처럼 느껴지는걸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