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자(不具者) 3
Written by - 이려한
눈 앞이 흐릿하게 보인다. 잠을 깊이 잤는지 머리가 조금 아팠다.
시계를 보니 12시 35분을 넘기고 있었다. 늦었다...
난 허겁지겁 재중이에게 먹일 죽을 준비했다. 재중이가 좋아하는 호박죽이다.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함께 죽을 먹지 못한다...아니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죽을 올리고 숟가락 두개를 준비했다.
재중이의 옆에 다시 앉아 숟가락에 죽을 떳다. 먹으면 좋아하겠지...
재중이는 먹을 수 있다.보통 환자들은 약물을 먹여가며 영양 보충을 해주지만, 우리 재중이는 먹을 수 있다.
내가 먹여줄거다.
입을 벌려줬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아마도... 몸을 가만히 누워만 있어서 그런가... 뛰어 놀 수 있다면 좋을텐데...
활짝 웃어줄수도 있으면 좋을텐데.
"재중아, 아- 해봐. 먹여줄게!"
애써 웃음을 지으며 재중을 바라봤다. 입을 벌리지 않았다.
한 가지, 한 가지 ... 행동을 할 때 마다 추억들이 떠오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날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재중이가 아파서 누워있는 바로 이 순간 말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첫 번째로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재중이가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주는것.
'준수야, 밥먹었어?','준수야,잘잤어?' ...이정도만이라도 좋으니깐...그 고운 입술로 내게 말을 걸어줘...
다른건 바라는것 없으니깐.
그저 그것만이라도.
*
E-23
어젠 재중이와 함께 식사한 것 외엔 별 다른건 없었다. 오늘도 여전히 가만히 누워 있는 재중을 보며 앞으로의 날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재중이를 어떻게 돌보아야 내 마음을 알아줄까...
아...한가지 분명한게 있다면, 내가 재중이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재중아, 잘잤어?"
날씨는 화창했다. 눈을 쉼 없이 계속 뜨고만 있는 재중이였다.
"오늘 날씨 참 맑지?"
나는 활짝 웃으며 재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하지만 그것도... 실현될 수 없었다. 우리 재중이...
아침밥을 챙겼다. 오늘은 병원밥이다. 게다가 맛 없는 영양보충제까지 먹여줘야 한다.
우리 재중아, 맛 없어도 맛있게 먹여줄게..조금만 참아.
영양보충제부터 재중의 입속으로 조금,조금씩 넣으려 했다.
"재중아, 아- 해봐."
움직이지 않는 재중의 입을 조금 벌려 흘려주었다. 맛 없는 약 먹으면 싫어할텐데...
아무 반응 없이 목이 꿀꺽..꿀꺽- 하는 미세한 목의 움직임만이 나타날뿐이었다. 재중이 살아는 있는거지...
하루 하루... 흘러갈 때 마다...힘들어진다.
"재중아, 맛 없는 병원 죽이야."
우리 재중이에게는 밥이 주식인데...액체 상태의 죽...
많이 먹고 싶을텐데...
피자도 먹여주고...고기도 먹여주고.
삼킬수만 있다면 그런것들도 다 사줄수 있고..먹여줄수 있는데.
"재중아, 먹어..."
다시 죽을 입 안 속으로 흘려줬다. 아직 제 몸의 기능은 저가 하는가 보다.
"재중아, 나중엔 전복죽 사줄게."
김준수...김준수...돈도 없으면서...왜자꾸.
휴... 한숨만이 나올뿐이다.
이렇게 재중이에게 매달릴 수는 없다. 뭔가를 해서라도 ...잊어봐야 겠다.
"재중아...나 학교 다닐까?"
학교 다닐 자격은 아직 충분하다. 고등학교 2학년, 18살이니깐.
재중이가 지금 이 나이에 죽는다는건...말이 안되지.
학교 다닐 나이에...
보고싶다. 보고싶다.
나의 연인 김재중이 보고싶다.
그립다. 그리워.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그리워.
내가 꼭, 꼭... 열심히 해서 맛있는것도 사고 싶은것도 원하는 것도.
모든걸 해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