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자(不具者) 7
Written by - 이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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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20
의미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하루를 ...또 이틀을...
"옛날 옛날에 이쁘고 착한 공주가 살았어요. 그 공주의 미모는 무척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매일 결혼을 청하는 남자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와 친해지게 되었어요. 매일 매일 함께 다니고 웃고, 떠들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고...그래서 둘은 좋아하게 되고, 사귀는 사이가 되었죠.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하고도 비교할 수 없었어요. 근데...근데...그 공주가 점점 아프기 시작했어요. 결혼을 청하던 남자들은 공주가 아프다는 말에 그 아름다운 미모가 시들어 간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서서히 한명..두명...여섯명...열한명...이렇게 떠나가기 시작했죠. 그리고 공주는 스스로 죽기까지...아니 죽으려고 했는데...살았어요...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 한명만이 공주의 곁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죠. 근데..그 남자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네요. 공주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공주곁을 지킨다고 하네요. 보고싶대요. 공주가 보고싶대요. 아직도 사랑하니깐...원망안한다고..."
추억의 기억은 행복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슬픔에 못이겨 눈물 흘린다면 그와 함께 했던 추억을 하나씩 잃어가는 거라고...
마음이 부서져 으스러진다해도..
재중아..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네것이야.
*
쓸때 없는 말으로 눈물짓다...
"재중아 슬프지 않아?"
바보...기쁘진 않겠지.기쁘다 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미안, 괜히..."
자꾸..자꾸 나도 모르게 떠올리게 된다.
우리 재중이가 보고싶다. 너무나도 보고싶다.
오늘은 또 영양제를 먹여줘야 한다.
의사란것들은 사람 하나 살리려고 좋은건 죄다 먹이지만...
재중이는 몇일이나 지나도 일어나지 않는다.
많이 먹인만큼 효과가 있어야지...우리 재중이 계속 아픈데...
아무리 좋은거 먹여도 ...움직이지 않는데...
휴, 한숨 쉬면 안좋다고 했는데.
난 숟가락 위에 가지런히 영양제를 적당양만큼 뿌렸다.
한가득 채워지는 숟가락. 그리고 재중이의 조그마한 입을 벌려 흘러내렸다.
손짓 하나가, 몸짓 하나가...
언제 움직일까...
재중이의 작은 움직임 하나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것 같은데-
재중이의 몸안을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화는 잘 되려나.
"재중아, 맛있어?"
무표정의 재중이. 말 없는 재중이.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들어오세요."
하얀색의 가운을 입고 있는 의사가 들어왔다.
순간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우리 재중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걸까.
"왠일이세요?"
한동안 병실을 들어오지 않았던 의사.
"환자, 김재중군..."
"나쁜건가요?"
"..아니요."
잠시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좋은것인가요?"
의사는 말하기 애매모호한듯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뭔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