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 파란 하늘 아래 한 젊은이가 길가에 쭈그려 앉아있다.
'젊은이 무슨 고민있나?'
지나던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은채 측은한 눈빛으로 묻자 청년은
촉촉하게 젖은 눈을 들어 답한다.
'문경은 도서산간지역이라 아이폰이 오늘 못 온대요...'
'저런.. 아이폰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힘내게 젊은이'
'네 할아버지....'
어느덧 어스름이 깔린 화물터미널 앞
청년은 하나 둘씩 떠오르는 별들을 보며
쭈그리고 앉아 몸을 앞뒤로 까닥까닥 흔들며 추위를 잊으려 애쓴다.
'아이 추워... 내 이뽄이 언제오려나... 우리 아이뽄이...'
노곤한 몸에서 영혼이 이탈하려 하기 직전 검은 그림자가 청년의 위에 드리더니
검고 길쭉한 물체로 주저없이 청년의 머리를 내리치고는 온몸을 뒤지기 시작한다.
'뭐야 이 그지새끼...'
돈전 한 닢 찾지 못한 검은 그림자는 욕지거리를 지껄이며 다른 사냥감을 찾아 떠나고
땅바닥에 납작하게 쓰러진 청년은 발소리가 멀어지자 실눈을 뜨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세를 고쳐 쭈그리고 앉는다.
머릿속 깊은곳에서 뭔가 뜨끈한게 솟아 볼을 타고 흐르는게 느껴져 만져보니
빨간 피가 터진 머리를 타고 졸졸졸 새어나온다.
급하게 양말을 벗어 하나로 묶더니 상처부위에 대고 빙 둘러 묶어보려 애쓰지만
머리가 너무 커 묶이질 않자 상심이 큰 표정으로 한참을 흐느끼던 청년은
양말을 잘 접어 머리와 터미널 벽 사이에 끼우고는
그렇게 벽을 보고 기대 앉은채 숨소리가 점점 잦아든다.
겨울밤의 스산한 바람소리가 청년의 입에서 가늘게 새어나오던 입김을 휘어잡아
저 밤하늘로 날려보낸다.
아침일찍 출근한 부지런한 사람들이 터미널 벽에 머리를 박은채 움직이지 않는
남루한 청년을 보고는 부축해 안아들자 청년의 무릎은 힘없이 꺾여 덜렁거린다.
'이보게 청년 정신 좀 차려봐!' 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 이미 다들 틀렸다며
혀를 차는 순간 끓어오르는 갸냘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포... 아이폰.. 왔어..요?...'
'정신이 드나! 이 사람이 얼어 죽으려고 이 엄동설한에!!'
부산하게 난로 옆에 의자를 이어 붙히고 더러운 담요로 청년을 둘둘 말은 후
얼굴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물수건으로 닦아내자 그제야 볼에 빨갛게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순간 멀리서 트럭소리가 들려오자 다 죽어가던 청년이 벌떡 일어나더니
비틀비틀대며 벽을 짚고 나가 불안한 걸음으로 쉬었다 비틀거리다를 반복하며
트럭으로 다가가고
하차장에는 인부들이 모여 화물들을 내리기 시작한다.
이리저리 치이며 상자들을 집어 주소지를 확인하고 내려놓길 십여분째
제일 밑바닥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찾아낸 청년은 박스를 찢어 발기더니
아이폰을 쥔 손을 번쩍 들어 신에게라도 자랑하려는 듯 까치발로 굳게 서있다.
'저 치 뭐하는겨?'
'리모콘인가?'
무지몽매한 시골 촌로들을 뒤로 한채 달리는 청년의 발걸음은 날듯이 가볍다.
한참을 내달리던 청년은 숨을 고르며 논두렁에 쭈그리고 앉아
이 기쁜소식을 빨리 인터넷에 올리기 위해 메뉴를 골라댄다.
'어... 왜 안돼지?...'
광활한 문경의 논바닥 한가운데서 청년은 당황해 어쩔줄을 모르고
하늘을 향해 아이폰을 치켜든채 이리저리 신호를 잡기 위해 헤메인다.
'왜.. 안돼지?.. 왜?... 왜...'
불안에 가득찬 청년의 눈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엄마.. 하느님... 왜 안돼죠?... 왜?...'
'앞으로 착하게 살께요 진짜에요 제발...'
'풍덩'
순간 하늘이 그의 뜻을 이루었는지 기적과도 같이 무선인터넷에 접속되었고
청년은 신이나 논두렁 줄을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며 게시판마다 아이폰
구매 후기를 적기 시작한다. '난 승리자라구 루져새끼들아 문경1호 아이폰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 달 후
논두렁 옆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시동을 건 채 서있고
사람들이 둘러서 웅성대고 있다.
'두엄 구덩이를 이렇게 깊게 파놨으면 경고 표지판이라도 세웠어야죠!'
'아니 그러니까 이게 얼음 얼고 위에 짚새들 날려와서 잘 안보인게지...'
'아이고 저거 딱해서 우째...'
코를 집게 집듯 잡은 사람들이 우루루 비켜나자 검게 변색된 청년의 시신이
들것에 실려 나온다.
'근데 왜 이런데서 리모콘을 쥐고 빠져 죽었대?'
'글쎄...'
아무일도 없듯이 그렇게 문경의 파란 하늘은 정지해 있고
시린 겨울날씨에 썩지도 않은 청년의 몸은
앰뷸런스 속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따듯한 차 안에 녹기 시작한 손 사이로 아이폰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며 '딱'소리를 내고
주인이 마지막으로 행했던 메뉴를 찾아 부팅되기 시작한다.
앰뷸런스가 시내로 들어서자 깜빡이는 배터리 표시등과 함께
'무선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그제야 청년의 검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