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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선배로써..(길어요)

나의꿈 |2009.12.04 21:44
조회 28,149 |추천 103

저는 졸업한지 벌써 7년이 되었고.. 간호사라는 이름을 단지도 7년차입니다.

 

학생간호사로써 많이 고민도 되고 사회적 인식에 신경쓰이고 그러신가봐요.

살다보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될거랍니다.

아직 어린 학생이.. 소중한 꿈을 잃을까봐 조심스럽게 답을 달아요..

 

저의 꿈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간호사였답니다..

10년이 넘는 굳은 꿈을 지켜 간호학과에 진학했고, 서울 4년제(숙대)를 포기하고 지방대 간호학과로 진학했습니다.

그때 참 고민이 많았어요..

과연 보통 사람들이 지향하는 "학벌"이란 것을 포기하고 지방대를 가면서까지 간호사가 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요...

서울이 집인데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두요.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운좋게..

간호사들이 가고 싶어하는 3대 병원(흔히 서울대 삼성 아산이라고 하죠.)

에도 취직했고 꿈을 이루었다 싶었지만..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00병원 간호사가 될테야! 했는데 정말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약한 체력에, 가장 힘들다는 심장외과 중환자실을 발령받고야 말았습니다.

정말 드라마 "하트"에 나왔던 것 처럼 일했어요.

살아있는 사람 심장... 만져봤구요.

(위급할때 의료진들과 수술실 간호사가 중환자실로 온갖기구를 갖고 들어와 가슴을 열고 직접 쇼크를 줍니다.. 자율신경이 살아나도록 멸균장갑을 끼고 심장을 운동시키기 위해 주물럭 거려줘야 합니다.. 의사가 합니다. 간호사들 약물 계산이며 의료장비 기계 계산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이 무지 많죠.. 학생때 배우는 것은 아주사소한 일들입니다. 졸업 후 병원에 들어가 문화충격? 비슷한 걸 받게 될거에요..)

 

심폐기계, 투석기계, 인공호흡기계, 한 환자에게 달린 0.00까지도 세심하게 들어가야만 하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수십개의 약물들..

공부도 정말 많이 해야만 했고.. 매일 반복되는 시험과 강의, 교육.. 컨퍼런스...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시절이었습니다.

그 생활을 5년이나 했네요.

3교대도 힘든데 중환자실이라.. 응급상황이 매일 있는 것은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CPR만 12시간을 한 적도 있군요.

환자들이 동시에 어택이 와서 제 환자들을 모두(2-3명) CPR하는 적도 많았고요..

일하다 기절해서 쓰러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체력 때문에 꿈을 잃고 싶지 않았고, 꾸준히 운동하고 체력을 길러서..

동기들이 1,2,3년을 못채우고 떠날 때..

저는 만 5년이나 근무했어요.

 

이렇듯 간호사의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환자들과의 관계.. 간호사 동료와의 관계.. 힘듭니다.

울면서 일한 적 많지요. 간호사 선배들은 어찌나 무서운지(지금이야 모두 전산으로 처리하지만.. 그땐 종이차트로 일하던 시절 차트로 머리 때리고..)

보호자도.. 물론 좋은 분도 있지만 막무가내인 분들도 있고 똥오줌 봐야할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나 일을 하는 사람, 커리어의 자세란

"힘듦 속에서도 자아실현을 찾고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이란, 어느 것이든 힘든 것입니다.

 

간호사만 힘들지 않습니다.

저는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회사원생활도 해봤고

지금은 교사로 있네요..

어디서나 일은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구요.

회사원으로서의 생활.. 교사라는 사회적 인식..교사는 교단을 잃어버렸다는 등

다들 사회적으로 인식이라는 것을 신경쓰며 살게 됩니다.

어느 직업이든 생기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보호자가 막말을 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나오더라도, 정말 말이 안통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모두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이니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저는 일하면서 보호자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난동피우면서 의사의 멱살을 잡는 보호자와도 잘 지내서.. 주로 말썽피는 보호자는 제게 전담이 되는 적도 있고 했어요.

공통점은..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주고 싶어하며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의료진을 적대시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바빠서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할때도 있겠지만, 먼저 다가서서 밝은 얼굴(상황에 적절한 표정과 말투)로 환자에 대해 알려주고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누어 보세요.

간호사로써 보람을 느끼는 날이 종종 있을 것입니다.

힘들지만 내가 열심히 케어했을때 건강을 되찾는 환자도 생길 것이고요..

신규 간호사때는 실수하는 날도 있겠지요. 일을 잘 모르니 설명이 어려울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차차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점점 더 능력있고 인격있는 간호사가 되어 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될꺼에요.

 

그리고 간호사는 임상경험을 풍부히 쌓으면, 공단이나 회사 의무실 공무원 교사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한 직업입니다.

 

만 5년 경력 쌓고 회사원에 대한 호기심에 회사로 옮겨 봤는데요,

간호사는 오랜 꿈이었기에 버텼는데.. 회사원도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교수님들과 임상시험에 대해 논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공부 많이 해야 했고

영어 컴퓨터로 인한 압박도 컸습니다.

잦은 미팅과 컨퍼런스.. 남 앞에 서서 회의를 주최하고 강의해야 하는 일도 많았고요.

연구간호사들,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

사내에서 소문난 심한 사람을 파트너로 만나 힘들게 일했고..

매일 반복되는 야근과 주말 출근은..

병원생활 못지 않았습니다. 잠 3-4시간 자고 격무에 시달릴때도 있습니다.

3교대를 안하는 것 뿐, 오히려 간호사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간호사는 오래 일하면 승진도 하고 큰병원에서 경력쌓고 작은 병원가서 간호 과장도 되고 하겠지만.. 나이들면 일도 좀 더 편해지고.

제가 일하던 회사는 갈수록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곳이고 40이 넘어서도 일할 수 있어 보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안그런 곳도 있어요.)

 

고민 끝에.. 결혼과 동시에 좀 쉬다가.. 직장을 옮겼구요.

사람 상대하는 것 좋아하고 아이들 좋아하는 저로써는 참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일 또한 학부모님 동료교사 학생 이라는 인간관계와 잦은 업무(요즘은 신종플루로..)로 힘든 일들이 있습니다.

 

결혼해보니 알겠더라구요.

간호사라는 직업이 왜 좋은 것인지를...

다른 아줌마들은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살다가 혹여 힘들어졌을때...

경제력과 삶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합니다만...

간호사들은 경제적으로는 언제든지 취업이 가능하다는 든든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두바이 간호사 취업 설명회에 4-50세 아주머니들이 참 많더군요..

심지어 남편 사업이 망하자.. 20년 가까이 전업주부로 지내셨는데..

50대 중반에 미국간호사로 함께 떠나 잘 사시는 저희 어머니 친구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새 저는 참 여러모로 감사히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벌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본인이 성실히 산다면 그게 큰 문제겠습니까.

제 주변에는 지방 3년제 나와서 저와 입사 동기로 같은 병원 근무하다

야간으로 연대 들어가서 졸업하고 연대에서 또 석사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아요.

굉장히 프라우드하고 똑똑하게 일만 잘하구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물론 가끔 학벌이란 벽에 살다보면 부딪히는 일이 있겠지만.. 두렵다면 3년제 졸업 후 4년제 주간으로 편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 같은 곳에선 학벌을 보고 뽑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학벌의 벽이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겁니다.

간호사는 교육체계가 잘 되있어서 얼마든지 학벌의 벽을 넘을 수 있습니다. 공부하세요..

 

그리고 간호사의 인식..

글쎄요, 저는 예전에 오래 사귄 남친에게 자신의 부모님이 간호사를 싫어하신다

라는 말을 듣고(교사 며느리를 원하셨음) 맘에 걸리기도 하고 이래저래 헤어지게 되었었는데요..

지금 시댁은.. 간호사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시더라구요.

우리 며느리는 00병원 간호사였다. 이렇게 동네 자랑하셔요.

생각해보면 그때 남친에 비하면 신랑이 집안이나...직업이나..여러모로 훨씬 나은데도..

저의 직업에 대해 다들 처음부터 좋아했습니다. 여성스러운 직업이라고요..

신랑도 의료계통의 종사자이지만..신랑은 제가 간호사인 것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에요, 인식이라는 것은요.

선을 보러 다닐때도, 의외로 간호사라는 직업이 교사 공무원 다음으로 인기가 있어 놀랐었지요..

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사회적 인식이란 때에 따라 변하는 것입니다.

 

친구들 중엔 미국간호사 3년차, 6년차로 연봉 1억 5000씩 받으면서 너무 너무 행복하다던데... 반년에 한번씩 한달 동안 해외 여행 다니고 살고...

반면 월급은 적지만 치매센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 만나는게 너무 즐겁다는 사람도 있고요..

간호사는 참 여러갈래의 미래가 있어요. 자유로운 직업이기도 하고요.

저는 가끔 안락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떠나 세계 각지를 누비며 여행과 함께 간호사 생활을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미리 그런 것에 휘둘리기보다는 자기의 직업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꿔나가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화이팅.

추천수103
반대수1
베플도도한그녀|2009.12.05 01:37
정말 진심이 담긴 좋은글이네요
베플퍼트리스|2012.03.11 10:37
오래전에 올려진 글이지만 누군가가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글을 남깁니다. 저는 미국서 졸업2개월을 남기고 이는 간호대 학생이고 간호조무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간호사들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열심히 일해서 영어가 조금 모자라도 누구도 욕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미국인들 대부분이 한국인처럼 일하지 않기 때문이죠.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거 도전해보세요. 한국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저는 존경받는 전문직을 제 커리어로 선택한게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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