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자마자 씩씩거리며 판을 쓴다.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인지?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아저씨 한명이 탔다.
행색은 남루해보이고 차비도 안내고 타려다
기사아저씨의 제지에 문가에 서있었다.
기사는 돈을 내라며 우린 땅파서 장사하냐며
없으면 내리라고 했다. 목소리도 크고
조금 야박해보였다. 술먹을 돈은 있으면서
버스 탈 돈은 없냐며 계속 내리라고 해도
그 아저씨는 말도 없이 불쌍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2차선 도로에서 몇분이나 지체했고,
뒤에선 기다리던 차들이 추월을 했고,
나는 빨리 가지 하는 마음에 짜증도 났고,
그 아저씨가 불쌍해 보였고,
얼마전에 판에서 본 내용도 생각났다.
돈 내주려다 없어서 망신당한 이야기였지만
나는 돈이 있었기에 내줄까 하고 마음먹었다.
무슨 용기가 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서 "제가 내드릴게요" 하고 돈을 넣는 순간
그 아저씨가 손을 뒤로 뻗어 나는 살짝 당황했고
재빨리 손을 제끼며 내 자리에 가 얼른 앉았다.
그때 보니 술취한거 같기 보단 장애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는 나를 째려보는 것 같더니 퉁명스럽게
그 아저씨보고 얼른 가서 앉으라고 했다.
그 순간 괜한 짓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 아저씨가 상태가 안좋은 아저씨이고 집도 잘 못찾고
기사를 계속 신경쓰게 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서였다.
그 아저씨는 자는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기사는 얼마 안가서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적선을 할 때가 따로 있지 왜 나서서
돈을 내주냐"며 "내가 태워주기 싫어 안태워준줄 아냐"며
"저 사람이 계속 자느라 종점가서도 안내리면
아줌마가 끌고내릴거냐"며 큰소리로 계속 퍼부었다.
나는 내리는 문 뒷자리에 앉아서 그 소리를 묵묵히 들으며
바보같이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할말이 없던건 아니었지만
당황스러웠고 내가 잘못했나 싶기도 한 생각에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뭐라고 해도 기사에게 잘 안들릴거 같고
큰소리로 당당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말해봤자
목소리가 떨려서 잘 안들릴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아저씨는 벌떡 일어나 중간까지 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자는거 같진 않았으나
장애가 있는듯 했고 집에는 잘 내리려나 걱정도 됐다.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일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
나는 그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그냥 돈이 없어 갈데를 못가는거 같아 불쌍한 마음에
버스도 빨리 출발했음 좋겠다 싶어 내준건데 그렇게 욕먹을 행동을 한 것인가.
그 아저씨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건 기사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집으로 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앞집 사는 아저씨를 만나 24층까지 오며
대강의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제가 정말 잘못한거냐고 하니
아니라고 잘했다고 그 기사가 기사 자격이 없는거라고 했다.
기사 입장에선 신경스이고 태우기 싫은 손님일테고
그렇다고 대신 차비를 내준 사람에게 그리 말하는건 잘못이라고.
자고 있는 동생을 깨워 얘기하니
바보같이 말 한마디 못하고 내렸냐고 뭐라한다.
"차비 없다고 차 마냥 세워둔 아저씨는 잘했어요?
집에 빨리 가야하는데 차비 없다고 내리라며 계속 세워뒀잖아요.
제가 그 아저씨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고 그랬나요?
일부러 아저씨 힘들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불쌍해 보여서
한 일인데 그렇게 큰소리로 화내실것 까진 없잖아요!
그리고 저 아줌마 아니거든요!
아줌마 아닌데 왜 자꾸 아줌마라고 하면서 화를 내요!!!"
라고 얘기하고 싶다.... 나 아줌마 아닌데.... 나 아줌마 아닌데........
울컥울컥울컥 눈물이 날거 같다.........ㅠㅠㅠㅠㅠㅠㅠㅠ
무엇보다 잘못을 했건 안했건 아무 말도 못하고
내린 내가 너무 바보같고 한심스럽다.....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