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일깨워 주는 핸드폰이 있다?........
어제 나는 J의 권유로 새로운 핸드폰을 구입했다. 지금까지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었던 구형 핸드폰은 충분히 충전해 놓아도 하루를 채 못 넘기고 전원이 꺼졌고, 자판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수명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대리점에서는 내가 5년 동안 정들었던 구형 핸드폰을 그냥 가져가도 좋다고 허락해서 새로운 핸드폰과 함께 가져왔다. 사람들은 나의 새로운 핸드폰에 관심과 호기심을 나타내고, 거의 빼앗다시피 저희들이 가져가서 그 외양과 기능을 살피느라고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구형 핸드폰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나도 그의 존재를 잊었다. 그동안 나는 그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들을 교환했고, 은밀한 사랑의 속삭임을 전해 들었고, 안타까운 이별의 소식과 울부짖음, 온갖 음모와 음란 그리고 물건을 팔기 위한 애교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때로는 봄에 피어난 꽃과 여름의 산과 강 그리고 가을의 낙엽과 겨울에 쌓인 흰 눈을 사진으로 찍어 담기도 했다. 그는 나의 실수로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고, 깜박 잊고 분실했다가 되돌아 온 적도 있었다.
이제 그는 주인에게 헌신했던 지난날의 모든 기능과 역할을 신형 핸드폰에게 넘기고, 수많은 기억과 추억과 함께 영원한 안식(安息, 편안히 쉼)의 세계에 놓일 것이다. 앞으로 바뀐 신형 핸드폰과 전화번호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찾고, 나와 상대방의 목소리가 교환될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다시 새로운 신형 핸드폰으로 교체될지도 모르겠다. 불현듯, 나의 육체도 핸드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그는 생산되고 판매되어 제 기능을 다할 때까지, 스스로를 생각하거나 감정을 지니지 못했고,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고 성장해서 죽을 때까지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는 차이점만 다를 뿐. 육체의 기능과 역할이 끝나면 영원한 안식의 세계에 들어가는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핸드폰의 수명과 인간의 수명을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으로서 핸드폰과 달리 스스로 생각하고 인생을 설계하고 살았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으나, 핸드폰은 나처럼 그와 같은 생각과 인생을 스스로 설계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일개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핸드폰은 나를 기억하거나 추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핸드폰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다. 아니, 나는 단순히 핸드폰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을 통해 경험했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추억으로 간직하려는 것이다. 그 기억과 추억 속에는 나를 비롯한 아름다운 사람과 자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의 기계적 육체는 낡고 병들고 사라지겠지만, 나의 정신은 영원히 살아서 끊임없이 그 기억과 추억을 재생산하고 결합하여, 새로운 삶의 계획과 보람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나의 정신은 핸드폰에 담겨 있지 않고, 잠시 인간의 육체에 담겨 있다가 다른 인간의 육체로 옮아가서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렇게 세대를 이어져 내려간 나의 정신은 다른 사람의 정신을 만나서, 새로운 나의 정신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은 나의 정신이 너의 정신이 되고, 우리의 정신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은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고,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새로운 육체로 옮겨지는 신성한 순례(巡禮, 여러 성지를 차례로 방문함)를 영원히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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