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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키스

정양수 |2009.12.28 19:44
조회 1,474 |추천 0

그가 지금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고민은 쌓였지만 이제서야 뒤돌아봐야하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겸하고 있었다.

서서히 노트북의 열기가 그의 얼굴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눈이 부셨다. '껌벅껌벅' 광채가 자신의 눈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순간 갑자기 눈이 떠졌다. 아니 느끼고 있었다. "배터리를 바꿔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전원 버튼을 누른 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행간의 넓이는 벌어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가까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그리고 그를 지켜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맘 때쯤 이었을 것이다. 사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쿨하게 자신에게 들려주는 전말은 평범한 자살 사건이었다. 잠시 어깨가 뻐근했다. 그 뿐이었다. "그런데요. 이 사건 말고 최근에 또 다른 술집 여종업원 자살 사건이 있었다는 걸 제 정보원이 가르쳐줬어요"

"그래?"

그는 구미가 땡겼다.

시계는 정확히 새벽 12시4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선배님 저 다음 파출소에 가봐야해요" 그를 기다린지 한시간이 막 지나쳤을 때 '호호' 입김을 불던 후배는 다음 목적지를 손쉽게 지목했다.

"요즘 술을 넘 많이 드시는 것 아니세요?". "아니! 일년에 한두번 먹을까 하긴 하지." 그는 정면을 응시했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선배님 피곤해보이세요. 오늘은 여기서 택시타고 들어갈께요"

그리고 바삐 가방을 챙겨서 차 문을 닫고 사라졌다.

후배는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하긴 오늘은 유난히 피곤하네' 창문을 천천히 열고 유턴을 했다. 그리고 오른 쪽 옆을 지나는 야산의 한 귀퉁이에서 번뜩이는 눈빛을 본 듯했다.

어차피 주말이었다.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드르릉!' 낡은 차가 시동이 걸듯이 엄청난 굉음으로 그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었다.

팝업창이 엄청나게 달려들고 있었다. '잘 들어갔겠지'. 그날 이후 며칠 동안 후배는 연락이 없었다. 묘한 불안감이 그를 엄습해왔다.

그날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그를 안개속에 몰아넣고 있었다. '그랬던 것인가?' 가슴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혼잣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이 서글퍼졌다.

"김 팀장님 계십니까?"

어색했다.

새벽녘에 찾아 든 경찰서. 사회부 수습 이후 거의 6년만의 일이었다. 어색한 것은 당연했다. 특별한 단서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영화에나 있을 법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기자가 되고픈 그도 아니었다. 이상한 시점에 경찰서 철창을 열고 들어섰다.

'이 방은?' 낯이 익었다.

그는 선수를 뺐으려 했다. "이 방이면 전에 형사 과장님 방이네요. 새로 정리된 것 같습니다". 강력3팀장은 위아래로 그를 훑어봤다.

그는 소스라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11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건 현장으로 가는 후배의 모습이 보였다. 잘 정리된 사건 현장이었다. 이미 과학수사팀이 깨끗하게 정리해놨다. 그러나 영혼의 흔적은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사건 현장을 보여주겠다는 후배의 성화에 그곳에 인도한 경찰은 단서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함께 동행한 것이었다.

후배는 잘 살펴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서랍을 연다던가 하는 바보같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물건이랄 것도 없었고 동거녀는 이미 모든 짐을 뺀 상태였다. 순간 영적인 기운이 그의 몸을 잡아쥐었다.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그도 놀라서 잠이 깼다.

"요즘 어떠니?"

"네? 몸요? 좋죠"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맘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여기 주소를 적어봐라"

"어디요?"

"어디긴. 그 사건현장하고 술집..."

"다 잊어버렸어요"

"그래..."

"네! 다 잊어버렸어요"

그는 다시 고개를 알겠다는 듯이 두번 흔들었다.

손을 꼭 쥐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후배의 말을 믿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카프리 한잔..."

"다른 맥주 드세요"

"난 카프리만 마셔요"

바를 찾는 것은 그의 못된 술버릇 중 하나였다.

오늘은 정말 외로웠다. 터벅터벅 걷던 그가 찾은 곳은 바가 많기로 소문난 번화가의 한 층에 위치한 바였을 것이라는 것만 알았다.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술이 떡이 된 그의 눈에 이름이 스치고 지나갔다.

"실명인가?"

"네?"

"그 명찰에 있는 이름이 실명이냐고 묻는거지?"

"맞아요"

그녀는 무표정하게 그에게 이름을 다시 한번 내보였다.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횡하고 걸려 있는 명찰이 그의 상황과 비슷했다.

그는 몇 병째 마시고 있었다.

"나랑 얘기좀 할까"

주사였다.

"돈 많이 버시나봐요. 오빠 직업이 뭐세요?" 반쯤 화가 풀린 듯한 말투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기자..."

그녀는 잠시 웃음을 보이는 듯 했다. 그의 표정은 다시 일그러졌다. 자랑스러워하지만 기자 경력이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정신을 잃고 있었다. 필름이 끊긴 것이었다.

"제 남자 친구도 기잔데... 혹시 ?? 신문사라고 아세요? ?? 기자라고"

"모르겠는데. 새로 생긴 곳인가? 전혀 못들어 본 신문산데. 후배들은 내가 거의 아는데... 혹시 사이비 기자 아냐?"

술이 취했다는 것을 핑계로 말 실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택시를 잡아타고 깨어난 것이 이틀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가끔 그녀 생각이 나곤 했다. 미안한 생각이 들때 찾아나섰지만 이름도, 어느 부근에 있는 바인지도 찾지 못했다.

마음의 짐이 되고 있었다.

"오빤 뭐하세요?"

"기자..."

"제 남자친구도 기자예요. 혹시! ?? 신문사 들어보셨어요?"

"아니..."

그리고 잠에서 다시 깨어났다.

컴퓨터를 켰다.

"뭘 썼나?"

그는 자신의 신문사 홈페이지를 뒤적거렸다. 후배의 기사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은 사건 기사가 있군'

'자살이라...'

그는 머리가 무거웠다. '자살?' 얼마전에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연합뉴스를 뒤적거렸다. 역시 있었다. '같은 동이네...'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 사건 주소좀 보내주라"

그는 후배에게 문자를 때렸다.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서 그를 불렀을 때 수첩에 적힌 날짜와 시간, 이니셜만이 그의 지갑에 껴져 있었다.

팀장은 자신을 머리 부터 발끝까지 훑고 있었다. 기자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음 좀 이상하네...' 그는 불안했다. 그가 날 범인 취급하고 있었다.

"자살 사건 말인데요. ?? 동"

"그 사건 자살로 종결됐습니다. 장례까지 마쳤습니다."

"유족 연락처를 알 수 있을가요?"

"비밀입니다. 가족들이 고소하면 저만 낭패에요. 가르쳐드리면 사생활 보호로 걸려요"

얘기는 진전이 없었다.

처음에 팀장이 그에게 벹은 말이 생각났다.

"애인입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애인?"

다음에 다시 찾기로 하고 그는 발길을 돌렸다.

여기 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동아일보, 뉴시스 등. 아는 기자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봤다. 그렇지만 유족의 연락처를 구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지하 매장이었다. 냉장고에 목을 맸다. 실장이었다. 일명 유흥업소 마담이었다. 경찰은 자살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그는 심하게 갈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껴야했다.

'왜 두 사건에 신경이 쓰이지?'

그는 불안했다.

알 듯 말 듯 했다.

이니셜은 L이었다. '아가씨가 이씨라는 것이군'

이니셜화한다해도 한국말은 쉽게 이름을 유추해 낼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같은 동의 술집. 알 것 같았다. 직업상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어느 곳에 유명한 술집이 있는 정도는 알아둬야 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 차장"

"선배 왠일이세요?"

"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전화했는데요. 혹시 수원경찰서에 친한 순사 좀 있어요?"

"몇명 있죠. 사회부가 몇년인데..."

"?? 자살 사건 알죠"

"아! 그거요. 왜요?"

"좀 알아봐줄 수 있나. 유족하고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 반응이 썰렁했다. "도저히 안되겠는데요"

이상했다.

그 정도로 어려운 사건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배 왜 그러신데요. 저 쪽에서 생각보다 강한데요. 무슨 다른 이유가 있으신가요?"

순간 의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스쳤다.

"전에 ?? 사건이 있었죠?"

"네"

"그 사건하고 비슷한 것 같아서 그래요"

후배는 곧바로 받아쳤다.

"이미 그쪽하고 연관성은 다 파악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아가씨들 혹시 아세요?"

"내가 알리는 없죠. 술을 마셨다 해도 기억을 못할 것이고..."

그는 꿈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알아볼께요. 그런데 기대는 마세요"

그는 솔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던 손을 바꿨다. 바쁘게 문자를 치고 있었다.

"가끔 죽은 아가씨가 꿈에 보이는 것 같아서 그래요. 중요한 일인 것 같아서..."

바로 전화기가 울렸다.

"왜요? 이상한 생각이 드세요?"

"그냥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긴 한 것 같아서요"

"자살은 자살인 것 같아요. 다만 남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게 짐작 하신 건가요?"

"남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도 순수하게 관계가 없다고는 말을 못하겠고..."

"경찰쪽에서도 그 놈을 족쳤는데 , 왕 양아치인데 기자 사칭도 좀 한 것 같답니다. 그런데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자살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 빼면 정황이나 증거가 자살이라고 얘기하고 있으니... 함께 살던 동생이 있는데 지금은 서울에 있어요.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 동생이란 여자가, 친동생은 아니고 애인하고 심하게 싸웠답니다. 그게 이유인 것 같지만 남자는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구요"

"그래요. 그냥 가족들하고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후배에게 전화가 온 것은 며칠 후의 일이었다.

"이름은 이??이구요. 스믈여덜이네요. 집은 강원도 춘천, 그리고 직업은 바텐으로 일하기 전에 옷 가게를 한 것 같습니다. 장사가 잘 안되서 바텐으로 알바를 했던 것 같던데요. 여기까지 밖에 모르겠고 담당 순사가 가족한테는 한번 얘기를 해본데요. 동생이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네요"

"감사. 감사요"

그는 기다렸다.

그리고 뭔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세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벌서 철쭉꽃이 지고 있었다.

도의회에서 본회의를 청취하고 있었다.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전 ???라고 합니다"

"네. 혹시 이??씨 아세요?"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에 처음 듣는 여자 목소리였다. '이?? 이라?'

그는 이제야 기억이 났다.

"기억이 나네요. 혹시 가족이신가요?"

"동생입니다. 한번 만나뵙고 싶은데 언제쯤 시간이 되실까요?"

그는 아무 때나 괜찮다고 말을 했다.

토요일 오후 서울에서 약속을 잡았다. 사실은 광명이었다.

그는 담당 형사를 만났다.

두 번째 자살 사건의 현장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철제 냉장고 냉동실의 문을 열고 여린 여자가 목을 맸다. 그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같은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심하게 다툰 상황이었다.

돈이 문제인 듯 했다. 잘생긴 외모에 멋진 말투 직업도 좋았다. 거짓말이지만.

'돈을 뜯고 있었군...'

그는 눈을 지긋히 감았다.

'돈 문제였어...'

그는 여자들이 안타까웠다. 상상만으로도 그 문제 일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증거는 없었다. '자살 방조라...' 그렇지만 그것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법의 테두리는 옭아매기는 힘들지만 빠져나가려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무식이 죄인 무기였다.

그가 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씨 동생의 전화가 오기 전에 후배와의 통화를 끝냈을 때 담당 형사로 부터 전화가 왔다. "동거하던 여자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실래요. 지금은 강원도에 가 있습니다. 만나겠다는 연락이 왔으니 한번 만나보세요"

그는 차를 몰아서 춘천으로 향했다.

한림대 앞에 옷가게는 커다란 유리문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장사를 처음 했었어요. 학생들 한테 인기 많았는데...”

“사실 아는 언니가 소개를 해줘서 수원으로 옮긴 건데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됐어요. 그래서 둘 다 알바를 해야했고 언니가 그 자식을 만나게 된 것이죠”

“그날 같이 있었나요”

“네. 제가 처음 봤죠.”

“미안해요”

“이제는 다 잊어가요. 저도 기운차려서 고향에서 성공해보려구요. 잘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요. 그 남자 전화번호가 있나요?”

“네. 있긴 한데... 경찰에서 연락해도 잘 안받던데요”

“그래요. 그래도 얘긴 해봐야죠”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렇지만 생기가 없는 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부모님을 만날 것이냐는 그녀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죽은 사람의 부모를 만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벤처 타운 근처에 있는 3층 커피숍이었다. 커피숍이라고 보기에는 그렇고 다분히 사무실에 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라고 봐야했다.

“안녕하세요. ??? 기잡니다”

그도 머슥하게 인사를 했다.

깔끔한 외모에 안경을 쓰고 벗는 것을 제외하면 그리 나쁜 인상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가슴에서 강하게 밀려오는 부담감을 지을 수 없었다.

‘나쁜 남자!’

그의 가슴은 그리 외치고 있었다.

“이?? 씨 잘 아시죠?”

“그 얘기 하러 오셨습니까? 경찰한테 다 얘기했는데요. 그리고 자살로 종결된 것으로 아는데요. 왜 속을 긁죠?”

“아닙니다. 할 얘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혹시 종교가 기독교신가요?”

그는 피 웃었다.

“부모님이 다니시기는 하시지만 저는 일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 해요”

“그럼 다행이군요”

“뭐가 다행이죠?”

그는 담배를 피고 싶다고 말했다.

그도 담배가 피고 싶었다.

그와의 대화에서 남은 것은 없었다. 여러명의 여자 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그도 인정했다. 그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수천만원의 돈이 오고갔지만 갚으려했다는 그의 말을 사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천천히 담배를 빨던 그의 눈빛이 갑자기 변한 것은 모를 일이었다.

순간 그도 당황했고 그 남자도 당황했다.

그는 욕을 해댔다.

그가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이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그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 콩밥 먹고 싶어?”

그게 끝이었다.

뒤 돌아서 의기양양하게 사라지는 그의 등에 이렇게 얘기했다.

“춘천 강변에 뿌렸다고 하니 한번 찾아가 봐라”

그는 씁쓸했다.

자살 사건의 이유는 죽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다. 유서조차 찾을 수 없는 몇 개의 사건, 유달리 자살이 많은 유흥가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대수일 수도 없었다. 젊은 생을 마감하는 술집 아가씨들의 이야기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가슴이 아펐다.

까맣게 잊고 있을 쯤 그녀의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긴 생머리에 그녀는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아! 추카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죠. 언니 얘기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시간이 나지 않아서요. 그래도 마음에 남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종교가 뭐세요?”

“저 교회다녀요. 부모님도 그랬고 언니도 신자예요”

“그래요” 그는 그의 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 제가 점을 보러 가시라고 하면 힘드시겠네요”

“왜요? 꼭 그래야 하나요?”

그는 고개를 끄떡이기도 그리고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언니가 천국에 가지 못한 것 같아서요”

“생각해 볼께요”

그는 그녀와 그렇게 헤어졌다.

그의 나이가 서른 일곱을 넘어서고 있었다.

12월의 태양은 마지막 불꽃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 한해가 가는구나. 나도 이제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무슨 소리?”

그녀는 여전했다.

그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을 느꼈다.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 않아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도서관의 차창에 어둠이 내릴 때쯤 노트북을 서서히 닫았다.

혼자 만의 세상에 숨은 지 벌써 몇 개월인지 몰랐다.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무언가 갚을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동생의 결혼 소식이 날아들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다.

“스키장에나 한번 가가?”

넉살 좋은 막내 동생이 핑계를 대고 있었다.

“응. 엉아 돈도 못버는데 어딜 가냐?”

“내가 내게...”

그는 고마웠다.

그는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보따리 장사가 될 것이라고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소녀시대의 노래가 퍼지고 있었다.

‘누구지?’

그녀의 동생이었다.

‘결혼할 때가 됐나부네’

“오~ ?? 씨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하셨어요?”

“나야 백수로 잘 살고 있습니다. 캬~”

“호호”

그녀가 웃고 있었다.

“청첩장 보낸다는 말 하려구요?”

“아니요. 한번 만나 뵙고 싶은 데 어떠세요?”

“그래요. 나 돈 없는데...”

“제가 사게요”

그녀는 요즘 춘천에 있다고 했다.

“호! 날 만나려고 이 먼길을 왔어요”

“네. 근데 그때 얘기하신 점이요”

“응? 아직 기억해요”

“왜 그런 얘길 하신거죠?”

그는 천천히 설명을 했다. 영혼의 세계에는 종교나 현시롤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이 있다고. 그리고 그녀가 계속해서 언니의 꿈을 꾼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는 “그리고 꼭 굿이나 이런 것을 하라는 뜻은 아니예요. 한번 점을 봐보면 무언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그런 거예요.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선은 맘을 잡기에는 무속이 좋을 때도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예요”

“저 한번 가보려구요. 그런데 아는 집도 없고 혼자가기 무섭고 해서요. 요즘 부모님도 잠을 좀 설치시는 것 같다구 하셔서 사실 걱정이 많이 되요”

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는 점접이 있을리 만무했다.

형수에게 전화해서 몇군데 알아봤다.

그가 차를 몰았다.

그녀는 천천히 창밖을 내려다봤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녀도.

그도 마음이 편해지길 바랬고 그녀도 또한 그러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침울했다.

“부모님께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해요. 이런 일이 사리에 맞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솔직히 말해요.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부모님도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독실한 신자들도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럴게요”

그녀에게서 답이 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이유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가 슬프게 우는 모습만이 머리 속에 남았다.

그는 공부에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고마워요”

눈이 맞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눈이 맞는다는 표현은 조금은 어색했다.

삶의 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은 쉬우면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항상 삶에서 알아야 할 것을 한정짓곤 한다.

그녀가 평생행복하길 기도합니다.

 

 글/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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