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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팔려요?

꺄아아 |2010.01.05 11:50
조회 128 |추천 0

출처 : http://blog.naver.com/agm5815/100018553451

글쓴때 : 2005/10/19 09:31

글쓴이 : 안건모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 저자, 전 버스 운전 노동자, 현 작은책(www.sbook.co.kr/sincheng.html ) 편집인)


 

 
이런 책이 팔려요?

 


10월 중순 어느날, 수색에서 동해운수 9708번 좌석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동해운수 버스를 모는 운전 기사를 아는지라 운전대 옆자리에 앉아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갔다. 내 옆에는 어떤 여자 분이 꽃을 잔뜩 든 채로 앉아 있었다.

 


나는 <작은책>을 들고 있었다. 책을 선전하려고 늘 몇 권 씩 갖고 다니고 있다. <작은책>을 기사한테 한 권 주었는데 그 여자 분이 바라본다. 나는 그 책을 그 여자 분한테 한 권 드렸다. 그 분은 <작은책> 내용을 이리저리 훑어보더니 나한테 말했다.

“이런 책이 팔려요?”


나는 솔직히 말했다.

 

“많이 팔리지 않지요. <○○○○> 같은 책은 많이 팔리는데 이런 책은 잘 안 보죠”

“왜 안 팔리죠?”

“요즘 세상을 반영한다고 봐요. 요즘처럼 어렵고 살기 힘든 세상은 <○○○○> 같은 쉬운 책들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자신에게 위안이 되는 그런 책들만 보려고 하지요.”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에 이런 책은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예요.”

“그래도, 독자가 많이 늘었어요. 일하는 사람들뿐이 아니라 주부나 학생들도 보고 선생님들도 많이 봐요.”

“선생님들도 봐요?”

“선생님들 가운데 전교조 선생님들이 많이 봐요.”

“저도 선생이에요. 분당 쪽에 있어요.”

“그래요? 선생님이세요? 전 전교조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가장 좋아하는데 혹시 전교조 선생님이세요?”

“네, 맞아요. 하지만 이 책은 처음 봐요. 전 <○○○○> 애독자예요. 얼마나 책이 좋은지 다른 사람들 구독도 시켜주고 그랬어요.”

“전교조 선생님도 그런 책을 봐요?”

“전 전교조라도 활동은 안 해요. 그저 돕는다고 생각하고 조합비 내고 이름만 걸고 있죠.”

 

    나는 그 선생님에게, 전교조에 아예 가입도 안 하고, 어부지리로 합법화가 된 한교조에 가입한 선생님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전교조 선생님들 생각이 옳다고 생각해서 도와주는 게 어디에요.” 하고 대답했지만 한편으로 씁쓸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 세상을 바꿔보자는 우리 <작은책>이 창간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10년 동안 독자 수는 늘 제자리 걸음이고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독자 수가 늘어 이익을 봐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윤구병 선생님 말씀 마따나 <작은책>이 10만 권 20만 권 팔려야 그만큼 이 세상이 좋아졌다는 것을 뜻한다는 말인데, 올바른 교육과 올바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전교조 선생님조차 <○○○○>을 애독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말이다. 아마, 자본가를 대변하고 강정구 같은 진보 지식인을 빨갱이라고 하면서 극우의 행태를 보이는 조․중․동을 구독하는 선생님들도 어쩌면 있을 것이다.

    <작은책>을 봐야만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꼭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교조 선생님들은 <○○○○> 같은 책들이 얼마나 사람들의 생각을 흐리멍텅하게 만들고, 조․중․동 같은 ‘찌라시’들이 얼마나 진실을 왜곡하는지 스스로 깨달아야하는 건 물론,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책>은 안 팔리는 책이다. 책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작은책>에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고 아주 쉬우면서도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 광동고등학교 3학년 윤성준 학생은 <작은책>을 알고 난 뒤 택시 기사인 아버지가 계약직인 것도 알고, 얼마나 고생하면서 살았는지도 깨닫고 아버지에게 작은 힘이 되어 드리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또 어느 학원 강사가 <작은책>을 알기 전에는 원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는데 <작은책>을 보면서 언제부터인가 원장의 부당한 지시에 항의를 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얘기는 <작은책>이 어떤 책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것뿐인가. 고등학교에 들어간 딸이 어릴 적 똥기저귀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뉴패션으로 변화시킨 감각이 어떠냐’고 당당하게 자랑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교육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처럼 늘 양보만 해서 이 세상이 그저 따뜻하고 좋아지는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은 비판하고 고쳐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작은책>은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작은책>이 안 팔리는 책이라는 것은 돈이 없는 사람들이 보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우리 이웃들의 삶이 있는 <작은책>이 재미가 없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안 팔리는 <작은책>이지만 그래도.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고 독자를 만들어가려고 나는 열심히 노력한다. 그것이 내가, 아니 우리 <작은책>이 바라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보고, 그나마 먹고 살 수 있는 버스 운전을 때려치우고 월급이 버스 운전에 견줘 반도 안 되는 <작은책> 일을 한다고 ‘미친 놈’이라고 하지만 똥가방을 뉴패션으로 변화시킨 여고생처럼 나도 당당하다. 적어도 내 후손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위원인 윤구병 선생님도 ‘작은책이 널리 퍼진다는 건 그만큼 세상이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걸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은책> 대표를 맡고 일을 하면서 가끔은 아쉽고 서운한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가 천만 노동자라고 하고 전교조 선생님들이 10만 명이라고 하는데, 노총에서 조직적으로 도와주고,전교조 선생님들이 우리 <작은책>을 구독하고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에게 권유를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이 이루어질 텐데 하는 마음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올바른 참교육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데 다른 곳으로도 눈을 좀 돌려 우리 <작은책>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을 좀 주었으면 좋겠다.

 

2005년 10월 25일 안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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