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있을때 어느 겨울날.
그해 2월쯤에는 창원을 떠나 서울쪽으로 옮기게 되서 슬슬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군대 있을때 중고로 구입했던 승용차를 타고 있었는데 서울 올라가면서 새로 사야할지 그냥 고쳐서 더 탈지 결정을 해야했다. 고민 끝에 본가에 차가 한대 더 있었고 어차피 여자친구도 없던 처지라 고쳐서 더 타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견적이 많이 나왔지만 다 고치고 나니 왠지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데 일주일 후부터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차 정비할때 정비기사가 냉각수, 각종 오일이 많이 새서 차체에 묻어있었다고 하셨는데 그게 정비하면서 녹아서 냄새가 나나 하는 생각에 좀더 지켜보기로 하였으나 점점 더 냄새가 나기 시작하여 결국 고친지 2주일만에 정비소로 차를 다시 끌고 갔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나온 수리비에도 군말 없이 대금을 지급하였는데 왜 아직까지 이런 냄새가 나는지 불만을 표시하였고 기사님은 그럴리가 없는데 하시며 본네트를 여셨다.
그런데... 엔진 위에 새끼 고양이가 가로로 누워서 죽어있었다(옛날 차라 엔진 위에 프라스틱 커버가 없었다). 정비기사와 나는 황당해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결국 비닐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엔진에서 떼내기 시작했다.
자세히보니 독신자 숙소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놈이었다. 마침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터라 예사로 보지 않고 가끔 사료도 던져주고 뽀얀이(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친구도 없이 심심해하는것 같아 데리고 나가 가끔 눈인사도 시켜주던 놈이었다.
솔직히 차에서 고양이를 떼낼때의 심정은 당혹감과 짜증이었다. 왜 하필 내 차에 들어갔을까? 차 고치기 전에 그랬으면 차 안고쳤을텐데... 세차장에 가서 엔진세차를 하고 온갖 방향제를 다 뿌렸어도 한달동안은 그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았었다.
독신자 숙소에는 여자동료들도 많이 있었다. 놀랄까봐 그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나중에 내 차에 태워줄 일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냄새때문에) 이야기해주었더니 엄청 놀라면서 무서워하는 반응이었다.
나는 그때서야 그 고양이가 왜 내 차에서 죽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남쪽이긴 해도 창원의 겨울은 꽤 추웠다. 오갈데 없는 고양이로서는 방금 운행을 마친 차의 엔진위야말로 보일러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이런 일에 당혹스러워했는데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의 차에서 죽어갔다면 그 사람은 평생 고양이를 욕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이해해줄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하고 내 차에 들어가서 언 몸을 녹였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졌다.
생각해보니 그 고양이를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했었다. 카센터에 전화해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보니 마땅히 묻을 데도 없어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셨다고 한다. 사실 애완동물도 법적으로는 정해진 화장장이 아니면 함부로 화장하거나 땅에 묻지 못하게 되있다. 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
창원을 떠나는 날 나는 그 고양이가 자주 가던 곳에 오징어채를 놔두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지금은 그 차를 바꿨지만 겨울마다 가끔 그 고양이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