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별.
지금까지 별똥별을 본 기억은 이라크에서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똥별의 한번도 보지 못했다. 군대에서 야간경계를 하고 있을 때 별똥별을 보고 싶어 1시간이 넘도록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던 적도 있다. 물론 목디스크가 올만큼 뼈저린 고통속에 별똥별의 꼬리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2007년 9월 6일. 나는 이라크로 향했다. 이라크까지 가는데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했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가는데는 10~11시간이 걸리고 돌아올때는 9시간 정도면 된다고 했다. 그놈의 편서풍의 영향이 꽤나 큰가보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영화 두편을 보여줬다. 다른 놈들은 죄다 골아떨어졌는데 나만 쌩쌩하다. 내가 그렇게 체력이 좋았을까? 잠이 안오는걸 어떡하냐고... 그렇게 쿠웨이트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하자마자 C-130 이라는 특전사들 낙하산메고 뛰어내리는 수송기에 탑승하란다. 나는 바로 이라크에 투입되는 정예요원(?)이었다. 10시간이 넘는 힘든 비행을 마치자마자 바로 소음이 고막을 뚫고 지나갈 듯한 C-130을 타고 3시간이 넘는 이라크로 향했다. 이번에도 잠을 못잤다. 생각해 봐라. 그런 상황에서 잠이 올까? 그런 상황에 이런 젠장... 이라크에 가까워 보니 전술비행을 한단다. 혹시 모를 미사일테러를 피하기 위하여 비행기를 급상승 했다가 급하강 했다가... 급우회했다가 급좌회했다가... 몇 놈은 이미 봉투를 입에 대고 있었다. 나도 대한항공에서 먹은 기내식이 목구녕까지 차올랐다가 간신히 참았다. 그렇게 힘들게 내린 이라크. 사막? 후우..
대지에 사우나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이라크일 것이다. 내리자마자 얼굴을 강타하는 뜨거운 바람. 정말로 뜨거운 바람이 맞다. 따뜻한 바람이 아니다. 섭시 50도까지 측정이 가능한 한국의 온도계로는 측정할 수 없는 열사의 땅 이라크란다. 그렇게 16시간이 넘는 비행에 지쳐있던 나에게 자이툰부대에 도착하자 마자 경계근무에 투입해야 한단다. 이런 날벼락도 없다. 이럴 때 나는 정예요원인게 원망스럽다. 이라크 출발전에 새벽 4시에 일어났으므로 잠을 제대로 잤을리 있나. 설레는 마음에 전우들과 얘기를 나누었기 때문에 4시간도 못잤을 거다. 그런데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5시간이 넘는 야간경계를 투입하라니.. 제아무리 헐크라도 그건 힘들었을 것이다.
야간경계에 투입하니 아르빌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낙후한 지역으로 생각했건만 부대에서 보는 아르빌시의 야경은 서울에서 보는 야경만큼 장관이었다. 그 장관을 기억하는 내가 신기하다.
경계작전에 투입한지 1시간도 안되어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경이 춤을 추는지 내가 춤을 추는지 알 수 없었다. 같이 작전하는 우리 돼지 동기에게 미안한 따름이었다. 그런데 내눈을 번쩍이게 하는게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볼 수 없었던 별똥별이 눈앞을 환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어찌고 크고 선명하던지 정말 잊을 수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소원을 빌지 못했다는 것?
그 뒤로 야간작전이 끝나면 담배한대 물고 하늘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별똥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아랍지역이라고 했던가? 담배 한대 무는 그 짧은 사이에 못해도 별똥별을 2~3개를 볼 수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긴 꼬리를 이루며 빠르게 사라지는 녀석, 북극성 근처에서 나에게 꽂히듯이 떨어지는 녀석, 짧은 꼬리로 오랫동안 하늘을 수놓으며 사라지는 녀석.. 무수히 많은 별똥별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아~!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하루에 지구에 떨어지는 유성은 무려 1억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 별똥별이 1억개가 넘게 사라지고 있었다니...
22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경험하고 보았던 것은 무엇일까? 내가 교육받고 내가 느낀 것만이 전부라고 여기고 있었다. 1억개의 별똥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을 때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 하늘을 원망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렇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끔식 자신이 경험했던 바가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아니! 자주 접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경험했던 사실을 가장 믿으며 의지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구름위에서 하늘을 희롱하는 1억개의 별똥별이 있듯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우리를 희롱하고 있을지 모른다.
난 충고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충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가지 고백하자면... 자신의 생각에 갇혀있지 말자. 예수의 가름침대로 인륜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모든게 허용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모두 자유롭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결코 허용할 수 없었던 일을 해볼 필요성이 있다. 사고의 폭은 그렇게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아~ 누룽지가 익어간다. 내가 사랑하는 누룽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누룽지. 밥을 위해 자신의 태워가며 희생하는 누룽지.
지금 나는 누룽지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에게 담백하며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여, 모두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항상 내옆을 지켜줄 나의 운명. 김아름. 사랑한다.. 우리 힘들때 서로 아껴주고 위로하며.. 그렇게 사랑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