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의 집산지였습니다. 산업은 당시 호황을 구가하던 설탕과 그 원료인 사탕수수 산업에 집중되었지요. 특히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식민지 경제의 분업적 역할까지 담당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다른제품은 사탕수수 재배로 벌어들인 이윤으로 사들여오기만하면 되었던 것이지요. 어쩌면 아이티는 일반적인 경제학자들이 언급하는 '국제분업'을 너무나도 잘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당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주위에는 설탕 가공공장까지 함께 있던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설탕 가공업은 당시 최첨단을 구가하던 산업 분야였습니다. 특히 일부 학자들은 자본주의적 공장제 기계공업의 시초를 영국의 방직, 방적업이 아니라 여기에서 찾는다 하겠습니다. 집약되고 시간배분이 잘 짜여진 노예노동, 컨베이어 벨트식의 설탕 가공기계, 그리고 시장에 의존한 판매까지 거의 대부분의 측면에서 선진적인 산업이었지요. 그런 아이티의 경제가 완전히 주저 앉은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식'과 같은 경제학 교과서적인 운영이 아이티의 경제를 파탄의 길로 내몰았습니다. 플랜테이션 농업에 산업의 우선권을 두다 보니, 곡물 생산은 등한시하게 되었습니다. 기초적인 1차 산품과 함께 가공된 설탕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2차 제조업 분야의 생산물 역시 대부분을 수입해야 했던 것이지요. 자신들이 '비교우위'를 점하던 사탕수수 재배 및 설탕 생산 역시, 19세기에 접어들자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것입니다. 당해 분야에서의 경쟁 격화, 수요의 정체와 생산의 급격한 확대뿐만 아니라, 귀족이나 부유층만 소비하던 '기호품'으로서의 설탕이 점차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보급되어 결국 일상적인 '조미료'로서의 설탕으로밖에 그 가치가 매겨진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설탕에 끼여 있던 거품이 사라지자 경제적 이윤은 급전직하했던 것이지요. 더군다나 식민 지배가 끝나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자본들은 아이티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하였던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아이티 수출 산업의 몰락은 아이티 경제 전체를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았고, 더군다나 아이티 인구조차 지탱해 줄 수 없던 곡물 생산력은 이 섬 나라를 상시적인 기근과 가난, 그리고 경제적 파탄의 현실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선진적인 산업에 기초를 두고 있더라도, 수출에 대한 의존, 해외자본의 무분별한 투자, 식량 생산을 위한 농업역량의 축소, 특정 산업 분야에의 과다한 집중, 대기업을 위주로 한 경제 운용에만 중점을 둔다면 그 어떤 경제라도 국제경제질서의 변화에 따라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 것임은 확실합니다.
아이티의 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90%에 달하는 수출의존도, 쌀 이외의 거의 모든 작물에 대한 해외 수입, 글로벌 자본의 투기행태, 반도체, 자동차, LED 등 수출 위주의 공산품에의 과다한 집중, 삼성, 현대 등 거대 재벌 기업과 그에 따른 하청관계를 중심으로 의한 경제 운용 등. 지금은 상황이 호전되었지만, 반도체 가격과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삼성은 스스로 기업경영의 위기라 진단할 정도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기업조차 이럴 것인데, 국가 단위의 경제라고 한다면 어떠할 것인가요?
이제부터라도 우리 경제의 체제를 국민경제 위주로 바꾸지 않는다면, 아이티의 오늘이 우리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 여기는 그 생각, 이미 우리 경제의 앞길을 어둡게 할 뿐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정치클럽 국가사회연합(http://club.cyworld.com/united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