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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가 사는 길(38)

윤화숙 |2010.01.21 15:52
조회 256 |추천 0

  3개월마다의 정기검진 결과를 보러 병원에 들렀더니 어딘지 모르게, 주치의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느냐?’고 물었더니, ‘일부 암표지자 수치가 정상 수준을 벗어났다.’고 했다.


“이미, 무너진 둑인데 그런 일이야말로 예사로운 것 아니겠느냐?”

고 가볍게 응수를 하고 말았지만 내심으론 은근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힘겨운 항암치료를 또 받아야 한다는 심적 부담도 있지만 그보다는 ‘적지 않은 재정적 지출이 또 다시 뒤따라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오히려, 더 앞서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 사이에선 지금도, 면역력 증진과 체내 생리기능 활성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대체요법과 수술. 방사선조사. 화학항암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치료요법 간의 비교우위성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진행성 병기(3기 이상)의 암 환자에게는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환자 자신들이 익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수술이나 방사선 조사를 아무리 정교하게 한다고 해도, 이미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와 피나 림프액을 타고서, 체내의 다른 부위로 옮아가버린 미세암세포는 어쩌지 못한다.


항암제의 독성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이미 괴를 형성해서 내성을 획득하도록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암 조직을 완전히 괴멸시킬 수는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또, 체내면역이 아무리 증강되어도, 이미 면역회피 기전을 완성한 일부 암세포들에게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뿐, 면역이 암 예방과 치료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결코,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의 의료수준 하에서는 다만, 그러한 수단들을 그때그때, 유효적절하게 구사하여 잔여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 주력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암의 진행이 적어도, 불가역 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래 버티다 보면 어느 사이, 이유도 모르게 암이 낫거나 그 진행이 늦추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의료기술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옛날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치료성과가 나타나기도 해서, 많은 환자들에게 큰 위안이 되어주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위중한 지경의 환자라 할지라도 지레 짐작으로, 절망을 하거나 쉽게, 삶을 포기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다만, 자기의 삶을 마무리하고 마음과 주변을 정리하는 일에 있어서만은 하루라도 빨리 끝내놓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래야만, 죽더라도 마음이 보다 더 편할 것이고 또, 생각보다 더 오래 살게 되더라도 그 이후의 삶이 덤처럼 감사하게 받아들여 질 수 있을 것 같기에....... 



아무튼, 원발 암의 재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암의 병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검진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지만 내 마음은 의외로, 평안하고 담담하다.


그 결과가 어떠하든, 그것이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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