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보원이다 더치페이다 해서 정말 말들이 많습니다.
불평하는 남자, 거기에 불평하는 여자들까지 해서
아무래도 답이 안 나오는 논란이네요.
그런데 문제는 더치페이가 아닌거같습니다.
칼같이 반반씩 내고도 뭔지 모르게 억울한 만남이 있고
다 퍼주고도 미련없고 후회없는 만남도 있습니다.
물론 저의 국한된 경험에서 비롯된 지론입니다만
제가 뭐 그렇게 유별난 인생을 살아온건 아니니까요....
만나서 돈 많이 쓰고도 집에 들어가는 지하철 안에서
실없이 웃으면서 다음번 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만남을 가지고 싶고
이런 성격의 사람을 만나고 싶을 겁니다.
물론 욕먹으면서 쾌감 느끼는 변X는 좀 제외하고요.
그런 사람이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반대의 경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론이 지나치게 길었네요.
결국 '개념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만나고 헤어질때 기분이 좋은 사람이 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일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들, 지인들, 가족들 등등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봤지만
도대체 저 '개념' 이라는 표현의 정의를 내리기가 대단히 힘들었습니다.
더치 해주는게 개념이라고 보기에도
애프터 잘 받아주는게 개념이라고 보기에도
지나치게 국한된 점이 많고, 논리의 비약도 가능해집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장장 4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개념' 의 정의에 대한 어렴풋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개념있는 사람이란,
"상대방의 곤경, 고통을 예상할 줄 알고, 그에 따른 배려를 갖춘 사람"
이라고요.
저는 학생입니다. 아르바이트도 한 적 있었지만
그렇게 부유하지 못한 가정의 아들이라 넉넉하게 쓰고 남을 돈 같은건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주시는 생활비가 끊길 정도로 어려운 환경은 아니지만요.
저는 한달을 25만원으로 삽니다. 밥은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학생식당에서 해결하는게 보통입니다. 한끼에 2500~3천원, 저녁때까지 도서관에 남아있다면 하루 평균 5천원 이상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주말에도 학교를 갑니다. 고로 식비로 최소 15만원이 듭니다.
교통비를 최대한 감축하기 위해 1달 60회 정액권으로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가격은 39600원, 대충 잡아서 4만원이라 치고요.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벌써 2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셈입니다. 물론 한달에 몇번은 집에서 저녁 먹곤 해서 저게 다 들어가지는 않죠.
또, 밥만 먹고 사나요. 친구들도 만나고 이제 왕고가 된 동아리모임 뒷풀이에서 소요되는 금액도 있지요. 아무리 긴축재정으로 이런 유흥활동을 한다고 해도 회당 2만원, 즉 한달에 최소 10만원 정도의 유흥비가 들죠....파산입니다.
그래서 영어번역 아르바이트라거나 타이핑 알바 같은걸로 벌어먹습니다. 빚은 지지 않고 살 수는 있더군요.
저희 학교는 남대나 다름없고, 주변에도 여자가 거의 없어서
간혹가다가 만나는 경우는 친구 및 지인들을 통한 소개팅 정도가 전부입니다.
저는 소개팅 나갈때 예산을 5만원으로 잡고 나갑니다. 물론 그만큼인 다른 5만원도 비상금조로 현금카드 안에 넣고 나가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게 나간 소개팅에 나온 분이 어떤 분이든(불편한 이야기지만 외모 말입니다;;ㅋ) 저는 제가 퇴짜 놓고 날라버린 적은 없습니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은(는) 훼이크고, 제가 생긴게 고화질이 아니라 따질 상황이 아니거든요.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려는 순간에 머리속에는 오만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이 하루를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더치 해주면 정말 고마울텐데 아니면 할수없지, 등등의, '개념없는' 분들은 쪼잔하다고밖에 표현 불가능한 그런 연산이 휘리릭 진행됩니다.
여기에서 '개념있는' 축들의 행동방식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의 '곤경을 예상하고 배려하기 위해' 더치, 또는 두번 중 한번의 계산을 떠맡으시는건지, 아니면 배워오신 예절상 그렇게 하시는 건지, 아니면 저한테 마음이 있으신 건지(아닌거 다 압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저의 부담을 큰 부분 덜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개념'이 활약하는 것은 비단 이러한 비용 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소개팅 나온 남자들이 맘에 안드는 여자분들 많으실 겁니다. 뭐 남자들도 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니까(싸우자는게 아니라;;) 어쨌든 세상 복권이 다 당첨만 있는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척 봐도 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해합니다. 키 빼고는 전신이 루저스러운 탓에 그 앞에서 박장대소 해주고 싶은 마음 같은건 없으신 것도 다 용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웃겨봐' 식으로.....
팔짱은 굳게, 시선은 삐딱하게, 대답은 군대 신병들보다도 더욱 간결하게.....
저 여자분들 많이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의 심중을 잘 헤아리지도 못하고, 그 분들을 단번에 즐겁게 해 드리는 센스 같은건 뛰어나다 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저는 결코, 그날 '돈 써가며 당신 웃기려고 나온 사람' 이 아닙니다.
이건 더치고 나발이고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러한 태도상의 문제에 비해서 오히려 그런 돈 문제는 별로 큰 부분이 아닙니다.
상대가 얼마나 하찮게 보이면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까?
자신이 얼마나 잘났으면 그렇게 행동해도 되는 겁니까?
군대 이야기 여자분들이 굉장히 질색하시는 거 알지만 좀 하겠습니다.
군대에서 제일 처음 배우는건 별로 대단한게 아닙니다. 총 쏘는거나 수류탄 던지는건 전쟁이나 났을때 하는거고(그나마도 요즘은 미사일 한방에 총 한발 못 쏘고 다 녹지만요ㅋ)
가장 먼저 배우는건 '연기' 하는 것입니다.
그 무슨 뮤지컬이나 영화 말고, '싫어도 싫은 티 안내는' 것을 배웁니다.
어떻게 배우냐고요? 그냥 배우게 됩니다. 배우기 싫어도 자동으로 배워집니다.
사실 저건 군대 뿐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또는 가정 내에서의 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꾹 눌러 참아야 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습니까. 소리 한번 빽 지르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게 다 연기입니다.
그런데, 소개팅에 나온 그 여자분들도 틀림없이 모자람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부족함 없는 교육을 받고 자란 분들입니다. 그런데 일부러 저런 '연기'를 안해주시는건지, 아니면 뭔가 교육 및 성장에 결격점이 있었던 건지 몰라도, 전연 그런 노력을 안해 주시더군요.
'맘에 안드니까 안해도 된다' 라고요?
'맘에 안들어도 해야 되는 것' 입니다.
직장상사 앞에서도 그럴 겁니까?
교수님 앞에서도 그럴 겁니까?
그런 '중요한' 분들한테는 그래야 하지만 저처럼 별로 볼것도 없는 남자한테는 안 그래도 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 그건 전형적인 비겁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사고방식입니다. '중요한' 분들께는 알아서 잘 한다고요? 그건 가식입니다. 연기만도 못하죠.
반대로 돌려 말해봅시다.
그렇게 군대 신병 스타일로 대답하는 여자분들을 앞에 두고서는
스스로가 아무리 모자람 많다고 인정하는 남자분들도 화를 안 낼 수가 없습니다.
돈 깨질 일 없이 만나는 사이인 학교 과제나 레포트 팀원이라고 해도
그런 태도는 불화를 일으키기에 딱 좋습니다.
스크롤 잘 타고 내려오셨나요 ㅎㅎ
길이 지나치게 길어졌습니다. 참 저도 할일이 부족한가봅니다.
결론이랄 것도 없지만 이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더치페이도, 외모도, 키도, 무엇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더 중요하고 무서운 문제는, 점점 남녀간의 대립구도와 필요치 않는 악감정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있습니다.
우리 싸울 필요 없지 않습니까?
한번 눌러 참으면, 한번 별로 보기 안좋은 인간이라 해도 몇시간 연기좀 해주면 원만하게 잘 끝날 일에 악감정을 사서 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상대방을 한번만 더 생각해 줍시다.
남자도, 여자도 똑같이.
세줄요약
1. 상대방의 곤경과 고통을 예상하고 이에 걸맞는 배려를 갖춘 사람 되면 만사 땡'
2. 좀 웃어준다고 남자가 '날 좋아하나' 싶어서 더 들이대면, 그냥 번호를 스팸 저장하면 됨. ㅄ이 아닌 이상 다 숨은 뜻 알아듣게 돼 있음.
3. '싫은 티 팍팍 내고 막 나가는것' 은 결코 쿨하고 멋진 것이 아님. 어차피 나중에 사회생활에서는 싫어도 다 참고 행동 잘 해야 하는거, 지금부터 실천한다고 돈 들지 않음.
사족
남자가 용돈을 많이 받거나 집이 ㅈㄴ 잘살거나 직장 다니지 않는 한, 돈은 언제나 모자라며, 당신과의 데이트 한번에 몇끼는 라면으로 떼워야 합니다.
(스크롤 타고 내려오신분 마지막 부분만 봐도 어차피 뭐 상관없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