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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 이야기 - # 6 종소리

정운 |2010.01.26 00:06
조회 73 |추천 0

나는 그의 옆모습이 좋다.

나는 그와 마주하는 것이 싫다.

 

그러나 그의 뒷모습은 죽기보다 싫다.

 

 

 

 

 슈이치는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게다가 그가 꽂고 있는 이어폰에서는 아주 미세한 음악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 세상소리를 차단하고 크게 울려퍼지는 음악을 온 귀로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던 나와는 달랐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음악을 듣지 않고 버스에 올라타게 되었다. - 시끌벅적한 버스 안에서 슈이치에게서만 고요한 오오라가 풍겨나왔다. 한 곳을 응시하는 시선은 흔들림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확고하고 고집스러워보이지만 어쩐지 불안정해 보이기도 한 눈빛이 한 순간의 어긋남도 없이 곧은 시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창 밖을 응시하는지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를 그의 눈은 어떤 의미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옆모습을 좋아한다. 언제나 변함없는 표정이지만 나는 그 표정을 매일같이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버스를 타지 않는 날이 올때면 온 세상이 의미 없는 잡소리로 넘쳐나는 것 같아 짜증이 치밀 정도였다.

 

 슈이치를 바라보는 동안에는 편안하다못해 나른해질 정도의 안정감을 맛보았다. 꼼짝없이 서 있는 그의 옆모습은 나를 돌아볼 염려도 없었기에 - 그는 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내가 맛보고 있는 평화도 영원할 것만 같았다.

 

 영원하다, 영원하다라는 아름다운 어휘는 그에게만 허용되는 말인 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날은 유독 꽃집에 손님이 없던 날이었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나의 가게는 '불꽃'이란 이름의 조그만한 간판을 달고 있다. 흰색 페인트로 칠한 나무간판에 불로 그슬려 이름을 새겨 넣었다. 그야말로 불로 이름을 새겨 넣은 꽃집이다.

 

 진조공원이 바로 건너에 보이고 그 공원의 끝에는 놀이공원이 있다. 작지만 관람차도 청룡열차도 바이킹도 있을 만한 것은 다 있는 놀이공원이다. 해질녘 가게 문을 닫을때 푸른 진조공원 너머에서 아련하게 들리는 놀이공원의 소음은 그날의 일과를 칼로 자르듯 잘라 나눠주었고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는 귀가길을 자른 단면 만큼이나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저녘놀이 스물스물 기어나올 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한 없이 외로워지는 시간이니까.

 

 

 그날은 어쩐지 마감하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가게를 나서고 싶은 마음이 서지 않았다. 가게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마냥 어려운 날이었다. 유리문 안에서 나를 바라보는 리시안샤스와 보라빛 수국, 핑크빛 장미를 내가 다시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 내가 너를 보는 거니, 네가 나를 보는 거니... "

 

 

 그렇게 웅얼거리는 사이, 문에 달아놓았던 종소리가 들렸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 종소리는 미세하게 어떤 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종소리는 설레이는 순간, 귓전을 때리던 심장박동 소리와 닮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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