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같은 외모, 한 템포 느린 유머, 이미지를 배반하는 목소리…
어느덧 데뷔 15년차. 중견가수라고 부르기엔 여전히 풋풋하다.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10대 아이돌그룹 조금 위의 나이 같다.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종국은 청바지에 파카를 걸친, 소박하고 평범한 차림이었다. 연예인인지 가수인지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이상하게 지금도 명품에 관심이 안 간다"는 그는 "절약하는 집안 분위기가 큰 것 같다"고 씽긋 웃었다.
년 3개월만의 컴백. 정규 6집 앨범 'Eleventh Story'는 터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총 11장의 앨범을 뜻한다.
가수로서는 통산 11번째 앨범이지만, 솔로로는 6집이다. 중압감이나 책임감보다는 대중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멜로디 라인은 대중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짜임새이지만, 보컬 어레인지와 곡의 진행 구성, 그리고 사운드 등을 통해 음악적인 완성도를 견고히 했다. 당연히 그 마지막을 완성한 김종국의 보컬은 매혹적이다.
"제가 발라드 가수로 데뷔했다면,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을까 싶어요. 댄스그룹을 했고, 이후 발라드를 들고 솔로로 데뷔하니까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 주신 게 아닌가 싶네요."
가요계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연구대상이다. 보디빌더 같은 근육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유쾌한 배신감을 안긴다. 때문에 목소리와 얽힌 에피소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번은 목소리 보험에 들라는 제의를 받았죠. 성대가 약간 기형 같다고. 기형적인 성대여서 이런 독특한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평소 목소리는 이 정도는 아닌데, 노래 부를 땐 유독…."
그를 만난 날은 정규앨범이 발매된 지난 27일이었다. 또, 앨범 발매를 기념해 한 팬이 신문광고를 게재한 날이기도 했다. 그에게 이같은 소식을 묻자 "안 그래도 얘기를 들었다. 팬클럽에서 신문광고를 낸다고 하면 말렸었는데… " 하면서도 숨길 수 없는 흐뭇한 표정이다.
타이틀 곡은 발라드가 아닌 팝댄스 곡이다. '이 사람이다'는 운명적인 만남의 설레는 감정을 산뜻한 멜로디와 김종국의 달콤한 보컬이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빚어냈다. 솔로로 데뷔한 이후 줄곧 발라드를 타이틀 곡으로 내세워왔던 그였다. 변화라도 생긴 걸까.
"'패떴' 하면서 밝은 이미지를 쌓았잖아요. 갑자기 너무 진지한 곡은 대중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을까 싶었죠.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서도 그렇고 계절도 봄이니까 밝은 곡이 더 어울릴 듯 해요. 연차도 되는 가수다 보니 무게 있는 곡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사람들이 많은데, 편안하게 무겁지 않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타이틀 곡은 신인 작곡가 박건우의 작품이다. 그는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신인 작곡가들의 곡을 적극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람이다'의 경우 편곡이나 가사가 서정적이어서 끌렸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종국표 발라드를 기다린 사람들에겐 박예진이 뮤비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잘해주지 마요'를 추천한다. 또 한 번의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표현한 노래로, 애잔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김종국의 보컬이 어우러져 심금을 울린다.
특히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참여한 그는 "트랜드를 맞춰가는 게 힘들고 어려웠다"며 "결국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강조하고, 힘을 쏟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 듀엣 곡도 처음 불렀어요. 8번 트랙 '다 알면서'라는 노래인데, 저희 사무실에 있는 신인가수(소야)와 함께 불렀죠. 그동안 듀엣제의가 많았는데, 제 음역대가 여성들과 비슷하다보니 잘 안했어요. 이번에는 대중들과 팬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싶어 변화를 줬습니다."
◆ '패밀리가 떴다' 그 이후…
지난 1년 5개월 동안 '패밀리가 떴다' 멤버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지난 달 11일과 12일 전라남도 보성군에서의 촬영을 끝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종영소감을 전한 그는 "이제 일기예보 볼 일이 없어졌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무엇보다 예능 출연 후 얻은 수확은 가수활동에 있어서도 탄탄한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그는 "예능의 역할이 그 사람의 다른 면, 연장선상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긴 공백 이후 돌아와서 (나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대중과의 친밀도를 높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패떴'을 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생 스쳐갈 뻔 한 사람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고마운 기회였어요. '패떴' 나가서 모두 잘 됐으면 좋겠어요. '평생의 동지'라 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까지 얻은 것은 고마운 일이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이후 간간히 드라마나 뮤지컬 등에서도 섭외요청이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래하고 예능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한다.
'엑스맨'과 '슛돌이' 등이 해외에서 방송되면서 외국 팬들도 생겼다. 지난해 일본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열기도 했다. 일본 도쿄의 나가노선 프라자홀, 31일 오사카의 NHK홀에서 공연을 갖고 현지팬들과 만난다.
"외국에 팬이 있다는 건 고무적이에요.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니까요. 올해도 3~4월 경에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 생각입니다.
◆ "먼저 대시 못하는 스타일… 결혼은 2~3년 후"
76년생 용띠클럽 멤버로 차태현, 장혁 홍경민 등과 남다른 친분을 쌓고 있는 김종국. 유부남이 된 절친 동료들과 달리, 그는 아직 '애인도 없는 솔로'다.
의리 있고 남자답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편. 기막히게 부르는 사랑 노래와 달리 연애경험이 많지 않다고 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대시한 적이 없어요.(웃음) 성격상 다가가지 못하죠. '아, 진짜 예쁘다'고 생각만 하지 그 이상은 안돼요. 아무래도 연예인이 된 이후에 그런 기회들이 왔으니까, 거절 당하면 이상한 남자라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용기가 안 나네요. 하하하!"
새 앨범 타이틀 곡 '이 사람이다'는 길을 가다 순간, 첫눈에 반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하지만 노래와 반대로, 첫눈에 반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적어도 1시간은 대화를 해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편이란다.
"나이가 있으니까 당연히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봤지만, 경험이 많아서 그런 필이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스스로 몸이 진화 되고 간접적인 상상도 많이 하고… 가사를 보면 좀 빠지는 편이에요."
결혼은 2~3년 후에 할 생각이다. 띠동갑을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런 거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
"어느 정도 대화도 되고 나이 차가 많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요즘은 현명한 여자한테 끌려요. 제 친구랑 어울릴 줄도 알고, 어른 앞에서는 참하게 있을 줄도 아는 여자요. 연예인도 일을 이해해준다는 차원에서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일반인이 조금 더 나을 것 같아요.(웃음)"
그는 인터뷰 내내 '대중'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대중가수'여서 행복하고, 대중가수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음악연륜에 맞는 명예나 위엄을 추구하는 이들에 비하면, 소박하게 다가온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대중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가요계엔 신승훈, 이문세, 이승철 선배들처럼 음악적으로 존경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김흥국 선배님처럼 대중들과의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잖아요. 저는 그 양쪽 면을 다 가져가고 싶습니다. 대중가수라는 건 정말 행복한 직업이에요. 음악과 함께 한 추억을 만든 가수라는 게 정말 매력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