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story
<나쁜 자석>
-our bad magnet
이 연극의 첫 느낌? 상투적 표현 같지만 이 말 이외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쁜 자석>은 한마디로 더운 여름날의 "단비"였다.
날씨가 굉장히 더워 졌다.
이번 여름 계절학기 시작 할 당시에는 이런 더위쯤 가뿐하게 이겨 낼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역시 더위 앞에 장사 없다. 연극을 보러가던 날은 유난히 더웠던 것 같다.
문화적 체험과는 거리가 조금 먼 나는 대학생활 이후 연극을 본 기억이 단 한번 밖에 없다.
강폴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나의 대학 생활의 첫 연극 이었다.
게다가 연극에 관한 기억은 매우 흐릿하다.
어렸을 적에는 방송 작가 경력을 가지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연극 관람을 하러 자주 데리고 다니셨지만
이제 다 큰 딸 혼자 잘 다니려니 하시는데........ 여유가 없던 탓으로 돌리기엔 대학생활 1년 반 돌이켜보면 부끄럽다.
올해 들어서는 첫 연극인데 신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대사라도 잘 들어야한다는 생각에 맨 앞줄 왼쪽 구석 끝에 조용히 앉았다. with S&J
<나쁜 자석>은 "연극 속의 동화 중 하나이자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극중 인물들은 이야기가 전개 될수록 서로서로를 밀어 낼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각각 지니게 된다.
그들에게 '섬'이라는 곳은 추억을 공유 하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공간이자 서로를 밀어내게 되는 공간으로 남게 된다.
결국 '섬'은 자석처럼 밀어낼 수도 당길 수도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나쁜 자석>에서 "극중 초반 원석의 동화 '하늘 정원'과
연극의 막 내리는 장면(하늘 정원이 무너지는 장면 재현)은 수미상관을 이루었다."
-연극 속의 첫 번째 동화 '하늘 정원'을 보는 중 원석의 마지막 대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마 이 대사는 마지막에 한 번 더 들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다시 표현 될지 어떻게 다시 대사가 인용될지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역시 연극은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다. 하늘 정원을 묘사하는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마지막에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지만 그냥 하늘 정원의 의미는 그 자체 즉 외부적 힘이 없는 나의 해석으로 파헤치지 말아야 할 연극 속 공간 인 것만 같았다.
이 장면에서 봉구 역의 배우가 울음을 토하였지만 영화의 결말이 열린 결말 인지라 보통 연극에서 느끼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무대 위의 분위기가 나에게 전이되어 다가왔다. 저 울음의 의미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연극의 갈등 양상은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작한다. 각 배우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하는 대사를 하며 그 궁금증을 완벽히 풀어주지만 결국 갈등의 완결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다만 '하늘 정원'의 일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알 수 없는 갈등 완화 감을 맛 본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원석이라는 들꽃은 들꽃인 채로 두었어야 했는지도……."
-무서운 아버지 아래에서 성장한 원석, 잔인한 아버지 아래서 있던 왕비 이 둘은 그들의 보호막이자 탈출구가 되었던 또래집단과 궁궐의 왕 둘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나쁜 자석> 인물들의 갈등은 "원석은 천재성을 외면 받았기에 죽음을 선택하였다." 와 "원석은 우리(민호, 은철, 봉구)가 꿈(밴드)을 짓밟았기에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사이에서 일어났다.
-갈등이 가장 최고조인 부분에서 등장인물들은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말하기 시작한다. 사건적 연계성으로 원석의 죽음을 바라본 민호. 기타 케이스속의 동화를 바위에 놓고 떨어져 자살 한 것을 보고 증거물을 통해 원석의 죽음을 천재성의 외면으로 바라본 은철. 자신의 말 때문에 원석이 죽었다는 죄책감에서 조금 벗어나고자 회피하는 봉구.
하지만 원석은 아버지의 인형 휴고라는 존재에 대하여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 점을 감안하여 보면 휴고의 '넌 안 돼'라는 말이 '밴드에서 퇴출당하는 사건'을 통해서 이루어 진 것을 스스로 확인했기에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석을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자기 생각났다."
-원래 사회적 주제의식을 지니는 연극이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을 볼 때 사회적 배경과 예술 작품을 별개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최근의 사건이라서인지 연관을 짓게 되었다. 사실 자살이라는 코드 보다는 그(원석)가 자살한 이후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고 연관을 짓게 되었다. 미치광이로 묘사 되었던 그가 천재로 바뀌고 시대를 앞선 사람으로 바뀌어 회자되고 똘갱이었던 그가 죽은 뒤에는 '원석'이라는 본명이 처음 불리는 장면을 보고 생각나게 되었다. 마치 재임 당시 '정신이상자 노무현' 이라고 불렸던 그가 서거 후 '서민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불려 졌듯이.
"폐교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으로 작용하였다."
- 이 연극은 끊임없이 과거 사건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전개해 나간다.
특히 민호와 원석이 함께 폐교에 들어가서 놀다
미지의 불빛(현실 세계에서는 봉구가 폐교로 들어오면서 비추는 불빛)으로 인해 피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인물 캐릭터가 매우 평면적 이라는 것"
-극중에서 민호는 끝까지 강직하다. 9살일 때도 그랬으며 29살이 되어서도 그러했다. 친구의 자살이후 감정적인 변화가 생겨 명랑하던 성격에 흠이 좀 가게 되었지만 전체적 캐릭터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봉구 또한 전형적 캐릭터로 극을 끝까지 이어나갔는데 은철, 봉구, 민호 셋 중 한명만이라도 캐릭터의 변화를 주었더라면 좀 더 극에 긴장감이 더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쁜 자석>은 "나에게 꽃을 선사한 연극이었다."
-봉구의 기계에서 뿜는 꽃잎들이 쉴 새 없이 떨어지면서 스르륵 연극의 막이 내리는 듯하다. 봉구의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졌다. 원석 역할의 배우가 꽃 4송이를 들고 나왔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던 봉구 역의 배우가 왼쪽 구석에 앉아 있던 내게 꽃을 주었다. 당황한 나머지 '훌륭했어요.' 라는 한마디 못해서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