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잊을라 하면 들리는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라는 노래가 있다. 예전엔 녹두를 집에다 싸놓고 툭하면 부쳐먹었나 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사나 명절에도 어떤 집은 여인네들이 '귀찮아'하는 음식이 되었단다.
요새 전이나 부침개 종류의 음식이 인기가 있다. 이런 저런 종류도 많은데, 그래도 부침개 종류에서 '그랜져'급은 뭐니뭐니해도 빈대떡이다. 물론 파전이 떡 하니 버티고 있지만, 밀가루와 계란이 뒤섞인 것보다는 녹두 맛과 향이 정갈하게 나면서 적당히 투박하게 보이는 빈대떡이 뭔가 있어 보이고.. 너무 깔끔 떨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지도 않은 안주로 한잔하고 싶을 땐 빈대떡이 안성맞춤일 듯. 아.. 아까 얘기했듯이 '빈대떡신사'라는 주제가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교대 앞 맛집이 많은 동네에 '종로빈대떡'이 있다. 예전부터 알려진 종로빈대떡 분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간판에 씌어있다. 전에 눈이 많이 와 다니기 힘들었던 어느 날 근처에서 한잔을 하고 2차로 우연히 들어갔었는데, 빈대떡 맛이 괜찮아 또 한번 찾아갔었다.
전에 갔을 때 해물빈대떡을 시켰었는데 해물이 좀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김치빈대떡을 맛 보기로 하고 소주 한병과 함께 주문을 하였다.

빈대떡 전문점답게 주문을 받으면 바로 빈대떡을 부치기 시작한다. 이모의 손이 재고 빠르다.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빈대떡 부치는 연장도 특이한 듯.

노르스름하게 잘 부쳐진 빈대떡이 나왔다. 이 집 빈대떡은 재료가 딱 한가지만 들어간다. 김치빈대떡이라 녹두 외 김치만 들어가 있다. 집에서 해 먹을 땐 고사리도 들어가고 돼지고기 등 많은 재료를 녹두반죽과 미리 섞어 그걸 부쳤는데, 이 집은 녹두 반죽을 불판 위에 먼저 올리고, 그 위에 김치면 김치, 굴이면 굴, 주문대로 재료를 얹어 빈대떡을 부친다. 아마 빈대떡 종류가 많이 그 맛이 섞이지 않으려는 것 같다.

종로빈대떡이 만드는 스타일은 잘 모르겠는데 전통적인 것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보통 식당에서나 빈대떡을 시키면 거의 밀가루로 만들어 빈대떡 특유의 맛이 나지 않는데 여긴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모들의 부치는 솜씨가 좋아서 겉은 약간 눌어 고소함이 많고 속은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래서 일전 해물빈대떡에 조금은 실망을 하였는데도 이 집을 또 들렀던 것이다.

내용물이 적당히 잘 들어있다. 재료가 너무 많으면 녹두 맛이 잘 안나 빈대떡 맛이 좀 망친다. 김치도 아삭하면서 녹두반죽이 익은 맛과 잘 어울려 전체적 맛이 괜찮다.

막걸리와 같이 먹으려고 했지만, 이 집 막걸리가 시중에 많이 파는 'ㅅㅇ'막걸리라서 그냥 소주로 하기로 했다. 막걸리가 다시 유행하기 전엔 거의 모든 안주가 소주와 함께 하는 것이었으니 전혀 어색하지 않고. 물론 맛도 좋다.

종로빈대떡 가격은 그리 착하진 않다. 하지만 가격은 싸게 해 놓고 밀가루로 빈대떡 비슷하게 만들어 내어 놓는 곳들 보다는 이 집이 훨씬 괜찮다. 보통 집에서 만든 빈대떡보다 내용물이 빈약한 것이 좀 흠이지만, 그래도 이 집 나름대로의 맛이 있어 불만이 그리 많진 않았다.
빈대떡을 가운데 놓고 한 두잔 술잔이 오고 가다 보니까 시간이 꽤 지났다. 종로빈대떡은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먹는 것도 여유를 가지게 하는 '슬로우 푸드'인 듯. 옆 테이블에 젊은 커플도 있었고 나이 지긋하신 부부들도 있었고, 복잡하지 않은 가게 내에서 그들이 얘기하는 것을 간간히 들으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었다. 이 집의 분위기가 원래 그런지 옆 테이블 손님들과도 농담도 나누고… 일하시는 이모들도 친절하고… 맛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아 다음에도 또 가려고 한다.
상호: 종로빈대떡 (서초분점)
전화번호: 02)3486-2727
주소: 묻는 것을 잊어서 인터넷에 찾아봐도 안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