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의 포스트- 잇
김사람
그녀가 흔들리는 몸에 포스트- 잇을 붙였다
난 부적 붙은 나무처럼 굳었다
무슨 글을 적었지만 내 시력은 마이너스
숨쉬기는 편해졌다
여백이 너무 없군 / 많군
당신 몸에는 아우라가 없어 / 있어
흘림체의 말로 가득한 당신이 싫어 / 좋아
가격표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무엇이 쓰였던 나와는 무관했다
어차피 세상이 달라지진 않으니
그녀가 돌아오기 전까지
러닝머신을 하며 찌든 그리움을 빼냈다
허벅지가 싱싱해야 머리칼이 빨리 자라
혈액순환엔 변태적인 시가 필요하고
폐활량을 쥐어짜며 달릴수록 내 사랑은 야해지지
난 나에게 차가운 물을 뿌렸고
서럽게 자라야만 했다
외투를 벗고 바지를 내렸다
무화과 잎 같은 구름 속에서
투명한 피 흘리는 자결한 살점,
하늘에서 내려온 백지수표 같은 그녀가
돌아왔다 눈이 감기는 순간
내 눈꺼풀 위에 파란 눈동자를 그렸다
열매가 없으니 기억해야 할 게 많아
이제부턴 눈을 감을 수 없어
프라이버시는 보면 안 되는 거 알지?
정체가 누설되면 널 포도알처럼 떼어버릴 테야
생각과는 다른 글자들이었지만
내가 본 건 상상이 아니었다
언어가 나를 농락했다
어젯밤 모아둔 정액 발라 옷을 입었다
글자들이 흠칫, 난교하다 굳어버렸다
몸 곳곳이 가려웠다 마구 긁었다
덩어리진 글자들이 햇살처럼 쏟아졌다
그녀가 한주먹 입에 넣고는 떫다며
뽀얀 살점 떼어 독이 든 침을 발라
야금야금 내게 키스했다
나는 그녀만의 지루한 행간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