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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를 기다리며

김형석 |2010.02.27 09:13
조회 126 |추천 0

고수를 기다리며




김형석/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천지는 크게 아름다우나 말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거제도를 방문한 윤대녕 소설가와 함께 지역 명소를 문화기행 할 때, 천혜의 자연환경에 대한 찬사나 격조 있는 덕담을 부탁하자 중국의 대학자 이택후의 화하미학(華夏美學)에 나오는 이 문장을 인용했었다.




‘거제도의 비경에 무슨 표현을 써야 이 아름다움을 필설로 형용할 수 있을까?’라는 수년간의 화두에 대한 답이 한꺼번에 풀린 듯했다. 무협지에서 내공이 뛰어난 고수들은 진검승부를 하지 않아도 눈빛과 기(氣)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듯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에 빛나는 소설가의 촌철살인에 감동했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니 지역과 지역민들을 위해 멸사봉공의 자세로 출마한다는 후보자들이 넘쳐난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란 사심을 버리고 공익을 위하여 봉사하고 힘쓴다는 뜻이다.




그런데 막상 당선되면 사사로운 사욕에서 초연한가? 2006년 출범한 민선 4기의 230여 기초단체 가운데 90여 명 이상의 자치단체장이 기소된 상태이며, 그 중 40명 이상이 이미 부정부패 혐의로 옷을 벗었단다. 저승 갈 때 가져갈 것도 아닌 데, 창고 가득 뭘 그렇게 쌓으려고 할까?




'풀뿌리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지방자치제가 제법 착근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아직도 금권선거, 학연, 지연, 혈연의 연고주의, 지역주의 정당 등 후진적 행태로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고질적인 토착비리, 부정부패로 주민들의 정치적 무관심까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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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밴쿠버=연합뉴스)




그러나 밴쿠버 동계올림픽 경기장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한 김연아, 이승훈 등 태극전사들 낭보처럼 감동을 주는 정치나 지방자치도 가능하다. 6월 지방선거 때, 기권하지 말고 깨끗한 공명선거에 동참하자. 너도나도 지역발전 전문가라 말하는데, 창의적인 정책 대결의 정정당당한 고수들을 잘 판별해 투표하면 된다.




"색깔은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가 한 기획이 똥 같은 기획이면 악취가 진동하며 썩을 것이고, 된장 같은 기획이면 숙성되어 '문화거제'의 식탁을 맛있고 풍성하게 할 것이다. 시간이 진실을 판명해 줄 것이다. 프로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자!" 일부 시민이나 지역 언론에서 기획행사에 대해 비판을 받을 때마다 거제문예회관 직원들에게 ‘창조적 유전자’와 함께 강조했던 말이다.




유배지였던 섬에 사는 무지렁이 촌놈도 남이 가지 않은 새 길을 갈 땐, 독창성과 정체성이란 명분을 얻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끝나면 거침이 없다. 봉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한다. 지역사랑을 실천하려는 일꾼들은 우직한 애향심, 청렴한 도덕성, 창조적 리더십, 문화마인드 그리고 따뜻한 카리스마를 갖춘 고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욕심을 조금 더 부린다면 강철왕 카네기의 묘비명 의미를 아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여기, 자기보다 우수한 사람을 거느렸던 사람이 누워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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