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크레이지 하트]이 영화 이전에 제프 브리지스가 출연한 음악영화가 있다면?

Chiron |2010.03.22 19:34
조회 1,575 |추천 0

 

 

 

 

 

<크레이지 하트>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 그가 음악영화에 출연한 것은 <크레이지 하트>가 처음은 아니다.

 

피아노 위에서 선홍빛 드레스를 입고 노래를 부르는 여인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남자. 연기파+미모=상이라는 공식은 없는 것인지, 그나마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사랑의 행로(Fabulous Baker Boys)>에서 제프는 쇼 비지니스에 몸담은 형제 피아니스트 중 동생으로 출연한 바 있다. 이게 1989년도 영화인데 이때 제프 브리지스가 40대 초반, 미셸 파이퍼가 30대 초반이었다. <사랑의 행로>에서 제프는 자신의 친형인 보 브리지스(Beau Bridges)와 형제 피아니스트로 나온다. 영화는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이 음악을 맡아 이로 더 유명하고 사운드트랙도 좋다.

 

 

<사랑의 행로>에서 이 3인이 맡은 배역은 다음과 같다. 프랭크 베이커(보 브리지스), 잭 베이커(제프 브리지스), 수지 다이아몬드(미셸 파이퍼).

 

클럽을 돌아다니며 순회 연주를 하는 형제는 흥행(?)을 위해 오디션을 거쳐 가수를 고용하는데 바로 수지 다이아몬드다. 재밌는 건 실제 여기 나오는 노래들은 미셸 파이퍼가 다 불렀고, 피아노도 보와 제프 브리지스 형제가 직접 치는데, 형제는 이를 위해 데이브 그루신이 연주할 때의 손 모양 등을 보고 연습한 것이라고 한다.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크레이지 하트>에서 제프 브리지스는 퇴물 컨트리 가수 배드 블레이크를 맡았는데, 여기서 부른 노래들 역시 제프가 직접 불렀다. 두 영화가 20여년의 격차가 나지만 일종의 로드 무비라는 점에서 똑같다. <사랑의 행로> 사운드 트랙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두 번째 트랙에 있는 <Welcome to the road>라는 연주곡이다. 두 형제와 여가수가 대단한 곳에서 연주 제의를 받고 그곳으로 떠나는 장면에 나왔던 음악이다. 영화에 쓰였던 노래에 'road' 가 들어간다고 해서 그 영화가 다 로드 무비냐 하겠지만 두 영화가 로드 무비인 건 맞다. 단지 여행을 통해 성장을 한다든가, 뭔가를 깨닫는다든가 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크레이지 하트>에서 컨트리계의 레전드라고 불리우나 꼴은 영락없는 퇴물 가수인 배드 블레이크는 변변찮은 클럽을 돌아다니며 로컬 밴드와 공연하면서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면서 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의 인생에 개입하게 되면서 이 로드 무비는 행복하게 끝날 것 같지만, 노래 때문에 가족도 모르고 살아왔던 한 남자가 이제야 뭔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있고 해피 엔딩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끝난다.

 

<크레이지 하트>에서 배드 블레이크는 싱어 송 라이터이기도한데, 굳이 노구(?)를 이끌고 털털 거리는 고물차를 몰며 순회공연을 다녀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그냥 작곡으로도 돈 벌어 먹고 살 만하지 않나? 밥 때건 공연 전후건 간에 쉴 새 없이 담배를 피고 술을 들이키는 통에 알콜 중독에까지 이른 배드 블레이크는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존재인지 처절하게 깨달은 후 오랜 친구의 도움으로 알콜 중독 치료를 시작한다.

 

 

<텐더 머시(Tender Mercies)>(1983)라는 영화가 있다. <크레이지 하트>에서 제프 브리지스가 컨트리 가수를 맡아 열연한 것처럼, 이 <텐더 머시>라는 영화에서 제프보다 먼저 컨트리 가수를 맡아 열연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로버트 듀발(Robert Duvall) 이라는 배우다. 1931년생인가 하니 내일 모레면 팔순인데, <크레이지 하트>에서는 잠깐(?)이긴 하지만 배드 블레이크의 고향 친구이며 조력자도 되어주는 바의 주인 웨인으로 나온다. 아, 물론 자신의 바에서 무대도 마련해 주고 말이다.       

 

<크레이지 하트>에서 배드 블레이크를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웨인 역의 로버트 듀발은 <텐더 머시>에서 <크레이지 하트>에서 제프 브리지스가 맡았던 비슷한 역을 연기한 바 있다. 거의 30여년 차이가 나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이들 영화로 두 배우가 각각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크레이지 하트>를  보고 놀란 점은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아도 이름값 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배드 블레이크와 엮이게 되는 매기 질렌할이야 조연이나 주연으로 봐줄 수 있어도 몇 장면 나오지 않는 콜린 파렐이나 전설적인 배우 로버트 듀발은 많이 봐줘야 조연, 아니면 단역이라고 기꺼이 불러줄 수 있을 정도다. 솔직이 까놓고 말해 이 영화가 명작 반열에 들만한 작품성은 갖추지 못했으나, 아카데미는 가족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한 가수가 인생 말년에 어떤 의미를 찾는다는 일종의 재기담-노래가 아닌 작곡으로!-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아 여전히 보수적이긴 하지만, 이라크 얘기로 아카데미의 노른 자를 다 가져간 <허트 로커>를 보면 정권과 시상식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크레이지 하트>로 돌아오면, 솔직이 이런 연기를 했는데도 오스카를 못 가져가면 그게 이상할 정도로 제프 브리지스는 열연을 펼친다. 제프 이전에 컨트리 가수 역을 맡아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상을 수상한 로버트 듀발이 몇 장면 안 되지만 떡하니 이 영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였을까. 선배의 기를 받아 제프 브리지스도 골든글로브와 오스카를 수상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오래 전이지만 순회 연주자를 맡아 본 적이 있어서 그 경험이 새록새록 살아났던 것일까? 다만 <사랑의 행로>에서 잭 베이커는 재즈로, <크레이즈 하트>는 컨트리로 그 장르는 달랐다. 하긴 기원을 거슬러 찾자면 재즈나 컨트리나 다 블루스로 귀착되는데....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