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상합니다.
털어놓을데는 없고 마음은 무겁고해서 판에다가 글이라도 써봅니다.
저는 올해 19살이 된 고3 수험생입니다.
그동안은 학교에선 전교 10등밖으로 벗어나본 적이 없고
모의고사도 사탐 몇과목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1등급을 받아왔습니다.
수상실적도 괜찮고 공인영어시험점수도 나쁘지않습니다.
자랑하냐고요?
만약에 제가 평범한 가정에서 부족함없이 자라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면.
자랑일 것도 같습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저는 집이 없습니다.
제 소유의 책상하나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빚이 많아 빚쟁이들한테서 도망다니며 살다가 중학교때부터는 친척집에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 얹혀산다고 해야겠죠.
아버지 욕심에 보내시던 학원비도 감당이 되질 않아 금방 관두기가 다반사였습니다. 항상 몇십만원이 적혀있는 납부금고지서를 볼때면 아버지께 죄송하고 저 스스로도 속이 상해 몇 번이고 찢어서 버리곤했습니다.
학원필요없다고, 그래도 나 잘할수있다고.
속으로 몇번씩이나 달래면서 겉으로는 씩씩하게 학교다니곤 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졸업때까지는 아버지께서 막노동이나 일용직을 다니시고 학교도 공립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학비에는 커다란 걱정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배정된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생각에는 분기당 사오십만원이 뭐가 비싼거냐 하시겠지만.
학교에서 억지로 듣게하는 방과후학교수업이나 방학보충수업, 논술수업, 급식비등을
모두 생각한다면. 학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집은 아버지가 새벽 2시까지 남 뒤치닥거리하다 오셔도 월 생활비가 110만원에 미치질 못합니다. 자식이 저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갚아야할 빚도 아직 많고요.
근데, 그 쓰잘데기 없는 자존심때문에.
제가 학업장학금받으면 된다고. 학비지원안받겠다고.
1학년때까지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집안사정을 선생님들조차도 모르게,
오히려 우등생이란 타이틀을 달고 당당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학년에 들어서면서 성적이 조금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학비지원은 학기초시즌을 놓치면 다시 지원하는 길이 너무 좁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학교에선 아무도 저의 가정환경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 선생님을 찾아가 학비지원받으려한다는 말을 하기가 너무 힘이들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지만 성적이 좀 처럼 오르질 않더군요.
괜한 오기로 엄청난 양의 수업료만 밀린 채로 2학년을 마감했습니다.
방학 내내 너무 속상하고 아버지 볼 면목이 없어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2010년, 저는 돈 잡아먹는 귀신인 고3이 되었습니다.
제 동생도 저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나마 다니시던 직장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자존심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동생 학비도 변변하게 대주지 못할 것만 같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저희는 아버지 명의로 된 집도 없고 재산도 하나 없습니다.
아버지는 60연세가 훌쩍 넘으신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이시고 건강보험료도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이십니다. 게다가 저희는 아직 미성년자이고요.
외가 명의의 재산.
이게 걸림돌이 되고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저희 남매가 아주 어렸을 때 집을 나가셨습니다.
언젠간 돌아오시겠지, 오시겠지 하면서 아버지는 이혼신고도 하질 않으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몇번이고 다그치지만 얘기를 들으시질 않으십니다.
외가와의 왕래는 끊긴지가 십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사는데 외가가 걸림돌이 되다니요.
어린 저희남매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도 모자라서 외가 명의의 재산까지.
무슨 인생이 하나 쉽지 못하고 이렇게 베베 꼬인건지.
어제 동사무소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고 돌아오며
모(母)란에 적힌 어머니의 이름을 보고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나보다 못사는 사람, 불쌍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행복한 편이다라고 생각하며 절대 눈물보이는 일 없도록해야지 하면서 살아왔는데.
어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차상위계층으로 학비지원을 신청하면 올해 학비는 감면되겠지만
급식비나 보충수업료까지 포함해서 작년 것만 150만원 가까이 밀려있습니다.
그리고 고 3 인만큼, 들어가는 책값도 어마어마하고요.
원서비나 컨설팅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게다가 동생까지. 이 녀석도 차라리 공부를 못하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수석입학이다 뭐다 사람기대하게 만드는 바람에, 거기다 여자애인지라 공부때려치고 돈벌자 소리도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혼자서라도 내일부턴 아르바이트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려 합니다.
저도 조금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싶습니다.
공부고민, 친구고민, 여자친구고민 같은건 저에게 사치같기만 합니다.
1년만 참고 공부하면 된다.
좋은 대학가면 모든게 해결된다.
.....그런데 그 1년을 앞둔 지금, 벌써부터 너무나도 버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