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가장] 이라는 이름의 무게 [3]

남자아닌남자 |2010.04.07 13:56
조회 1,323 |추천 0

어릴적 개학을 몇일 앞두고선 안절부절 하던 때가 있었다.

분명히 나름 열심히 계획적인(?) 방학을 보냈는데, 왜 과제물은 하나도 안되있는 것일까??

다른 과제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기가 문제였었다...

 

요즘이야...인터넷이다 뭐다해서 지난일자의 날씨 정도 알아보는거야 말로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 이지만...

내 어릴적은 집안에 칼라 테레비가 있느냐...없느냐...그리고 전화기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쯤으로 부자다 아니다를 나누던 때였다.

 

그러고 보니 우수운 기억도 하나 있더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 가시고 내가 너댓살쯤일때 난 큰이모집에서 얹혀서 지낸적이 있었다.

 

그집엔 내또래의 아이...즉,이모 아들이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학교라서 6학년 졸업때까지 쭉~ 같이 다니곤 했었는데...

문제는 도시락...

 

학교에 10원짜리 도화지한장 준비도 못해가서 서인숙 선생님(담임...)께 허구헛날 손바닥을 맞곤 했는데...도시락이 왠말이란 말인가...

그때는 이해한다 라든가...아니면 불합리해서 억울 하다던가 하는 생각 따윈 없었다.

그저...오늘 하루도 무사히...그저 무사히..라는 생각이 잔뜩 들어간 두려움(?)만이 있었다.

 

한 반에 6~70여명이 있는 교실을 생각해보라..

또 그많은 아이들이 내는 양은 도시락통 긁어대는 소리가 합주 될때 즈음엔 난 슬그머니 운동장으로 나가곤 했다.

가끔 수돗가에 가서 물도 마시곤 했다.

(뭐...어느 영화의 한장면 같겠지만...그때 그런사람은 부지기수 였고, 때론 나보다 더 힘든 아이도 있었더랬다)

 

아뭏든...어느날 운동회 준비로 학교가 시끌시끌 하던때였다.

점심시간이 다되서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배고픈 나에게 동갑내기인 이모아들놈이 다가와 밥 먹으라며 자기 도시락을 주더라...

비록 반쯤 남은 밥이 었지만,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었다.

눈물도 조금 난것 같기도 하고, 아마 그순간 감동 같은것도 했었던거 같다.

 

그리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 비슷한것을 했더랬다.

앞으로 이 아이의 말은 되도록이면 잘 들어 줘야 겠다는 일종의 충성서약(?)같은 것을 마음속으로 했었던거 같다.

 

집에오니 여느때처럼 이모는 도시락을 먼저 보시더니...

"아이고...우리아들...김밥 다~먹었구나...맛있었니..??"

 

그순간 내 머릿속에 머물러선 이리저리 나를 어지럽힌 단어..."김밥...김밥..김밥..."

 

내가 먹은 밥은 분명 김치와 오댕에 비벼진 보리밥 이었는데..김밥 이라니.....

 

뭐...지나고나서 나중에야 알게된 일이지만...그놈 김밥 다~먹고 친구들 남은밥 몇숫가락 모아서 내게 준 거였더라고 동창회에서 들었다.

더~ 가관인것은 그 밥을 내가 먹느냐 안먹느냐 하는 것을 가지고 떡볶이 내기 따위를 했던 모양 이다.

 

중년에 접어든 나이에 가본 동창회에서 그런 이야기가 아직도 나를 부끄럽고 가슴 저리게 만드는건 아직도 내 수양은 이정도구나 하는 느낌만으로 그저 "허~허.."해버린 내 모자람...

 

날짜가 가는것이 무섭고 두려울때가 있는가..??

내가 요즘 그러하다...

 

집에 들어가기도 무섭고,아침에 눈뜨는것도 무섭고,이젠 마누라가 차려주는 밥대신 새벽 일찍나와 편의점표 센드위치로 하루를 시작하는 내가 무섭다.

 

직원들 월급도 주기 어렵고,이젠 더이상 버틸 여력도 없고...이러저러한 이유보담 그냥 쉬고 십다는 사치스러운 마음이 컷던 탓일까..

 

카드회사 독촉전화는 허구헛날 핸드폰을 잡아 먹고,안받으면 마누라한테 연락이 갈까 싶어 피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다행인건 많진 않아도 직원들 퇴직금을 챙겨줘서 다행이다...

 

벌써...10여일이 지났다.

 

이곳 PC방으로 출근한지 10여일...

갈곳이 없다.

이미 정리해버린 사무실 가봐야 마음만 쓰릴것이기에 미련조차 두지 않았지만...

딱히 갈곳이 없어진 요즘...모르겠다.

 

노는것도 고역이라는 말...요즘은 몸으로 배운다.

하루종일 컴퓨터앞에 앉아 바둑만 두고 있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주려든 배를 달래기위해 알바생이 가져온 "왕뚜껑"은 나더러 먹어달라하고...

 

나...이대로 좋은건가??

 

이젠...이곳 알바생한테 부끄럽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