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현대사상 과제>
월든 - 머리와 꼬리빼고 몸통만 읽고...
경영대학 경영학과
2006101060 박준현
4월 5일 월요일 문학과 현대사상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내 이름이 포함된 명단의 사람들에게 금요일까지 월든의 3장부터 11장까지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주셨다. 아직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는데. 3월초 개강을 하고나서 나름의 바쁨과 그 바쁨 속 사이에서 피어나는 게으름 때문이다. 사실 도서구입도 4,900원의 가격으로 소액이라 배송료가 붙기 때문에 무료배송으로 받을 수 있게 다른 책도 살 때까지 기다리느라 3월말까지 책 없이 열심히(?) 문학과 현대사상 수업에 출석했다.
결국은 때가 왔다. 4월 5일에서 금요일인 9일까지 남은 날은 나흘. 그 사이에 낀 7일은 예비군훈련이라 하루 더 빼면 사흘. 당연히 1,2장의 머리와 12장 이후의 꼬리는 읽을 틈도 없다. 첫날부터 조금 읽어보니까 잘 읽혀지지 않는, 만만치 않은 책이다. 그리고 밀린 사이버강의도 적지 않았고, 여러 가지 모임약속들도 잡혀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사흘 동안 180쪽 가량의 몸통 부분을 다 읽게 되었다. 당연 주마간산 식으로.
한가운데만 읽었으니 소로우라는 사람이 처음에 월든으로 들어간 배경을 제대로 알 리 없고, 나중에 왜 월든에서 빠져나왔는지 알 턱도 없다. 그것을 알기에는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월든만 읽는 게 아니라 해야 될 다른 것들도 있으니,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내 취침시간을 다 뺏길 수는 없으니까. 3장부터 11장을 한권으로 읽었다는 가정으로 이어나가겠다.
저자는 어떠한 이유로 월든이라는 호수에서 거의 원시적으로 살아간다. 알아서 밭을 일구고 호수를 구경하며 이곳저곳 놀러도 다닌다. 그를 제한시키는 사람들도 없고 얽매이게 하는 제도도 미미하다. 이러한 생활을 스스로 찬양하고 만족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듯한데, 각자의 사람 취향이 다르므로 그럴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거나 권장하려는 태도가 없기 때문에 나도 그의 생활태도에 뭐라 할 수 없다.
이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이고 누구를 보게 하려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생각의 고집이 매우 많이 담겨져 있는 듯하다. 기초적인 생활을 하며 그 나머지에는 수준 높은 독서와 교육으로 채운다고 해서 과연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올라갈까. 대부분이 지겹고 졸려하지 않을까. 시작부터 내 생각과 뜻이 맞지 않는다.
세상에는 자기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과 생활방식을 공유하는 사회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소로우처럼 그것을 거부하고 혼자 호숫가에 들어가 살아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잘 돌아가고 있는 사회의 사람들에게 왜 이러한 글을 남기는 걸까. 그냥 혼자 잘살면 됐지, 뭐가 아쉬워서 사회에 메시지를 남기려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는 자기가 쓴 글을 혼자보고 즐기려고 한 목적이었는데 이것을 널리 알려고 했던 출판계의 잘못인가. 내가 읽어본 부분에서 소로우의 생각은 잘 돌아가는 사회를 두고 옆에서 궁시렁 거리는 꽁하고 힘없는 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소로우의 삶이 행복해보이고 괜찮게 생활했다고 느낀다. 그냥 강호한정과 안빈낙도하며 마음을 비우고 살 것이지, 왜 또 거기서 왜 혼자 별 생각은 많이 하고 사는 걸까. 그렇게 살면 머리 아프지 않을까. 아니면 자기가 독특한 천재라는 것을 글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나. 혹은 이렇게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인가. 혼자 편하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한줌의 흙이 될 때까지 조용히 살다갈 것이지, 소로우는 겉으로 자신의 생활이 알고 보면 멋지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태연자약했지만, 결국은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사회에 미련과 그리움이 있어서 2년 만에 월든에서 빠져나왔다고 한 것이 아닐까.
몸통부분만 읽어서 그런지 생태학적인 것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호숫가로 왔으면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은 문제없지만, 월든호수 색깔이 어떻고 저게 아름다우며 이게 멋지며 그게 신기하고, 다른 호수는 저런 점이 별로이고 이래서 안되고 그래서 많이 파괴되었다는 등의 그냥 잡생각이 넘치는 것 같다. 그냥 월든이라는 호수를 예찬하고 그러한 호수에서 사는 자신이 고결한 군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자기처럼 살라고 주장하는 내용은 없지만, 그와 반대같이 생활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안타깝거나 동정하려고 하는 어조가 베여있다.
허클베리를 손수 따보지 않은 사람이 진정한 허클베리 맛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여기는 내용은 과일을 따본 적이 없는 나는 태어나서 아직까지 과일 맛을 모르고 살아왔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할지라도 여태까지 잘 살아왔는데 관심없다. 그럼 내가 직접 도살해서 잡은 돼지가 제일 맛있는 고기이려나. 그렇다면 참 힘들게 산다.
육류와 차, 커피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데 그 이유가 건강에 악영향보다는 고매하고 시적인 능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경향으로 여긴다. 진정한 자화자찬 아닐까. 나도 커피와 차를 거의 마시지 않지만, 그냥 마시고 싶지 않을 뿐이지 그의 매우 깊은 생각에는 따라갈 수가 없다.
읽는 내내 마음에 두는 부분이 들어온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저자의 삶은 대체로 남들이 부러워할만하게 묘사되어 있다. 얼마나 자연적이고 평화로운 삶인가. 그렇지만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잘 맞지 않아 소외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에 벗어나게 되고, 결국은 자연과 고독을 즐긴다는 합리화가 나온 듯하다.
물론 사회도 탐욕과 부정에 찌들어 있고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다. 그러나 그 한 면만을 보아서는 안 되고, 또 다른 면에 있는 희망과 따뜻함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인생을 개척하는 재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것이 너무 싫다면 소로우처럼 월든으로 가면 된다. 가서 사회에서 느꼈던 경험과 특징을 푸념해서 안 되고 조용히 행복하게 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