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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대학생이기를 거부한다 - 김예슬 양에게

하루 |2010.04.11 00:41
조회 799 |추천 0

 

나는 오늘 대학생이기를 거부한다, 사양한다. 스스로 빛내기를 거부하는 것이 대학생으로서의 자격이라면 나는 그를 거부한다. 나 역시 청춘의 낙을 포기하고 고정화된 취업 준비와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지만, 나는 반론한다.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그에게, 그들에게.

굳이 사전적 정의를 따지지 않더라도 대학생이란 커다란 학문을 배움을 지성으로 여기고 삶의 보람으로 여겨야 하는 사람이다. 그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어느 이력서에도 나의 직업은 백수가 아니라 ‘대학생’이라는 세 글자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은 큰 학문에 대한 욕심을 지워버렸다. 기대를 져버렸다. 그들이 대학에 바라는 것은 학문의 가르침이 아니라 학교 이름이 박힌 졸업장과 높은 학점이다.
참 우스운 일이다. 그대들이 그토록 바라는 것은 삼성이나 LG 따위의 좋은 기업에 취직하여 좋은 연봉을 받는 일상이다. 그를 위해서 스스로의 대학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들을 지내왔다. 학업 성취를 얼마나 이뤄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기업이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스펙’이라는 것이 목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한다. 88만원 세대를 만든 자본주의를, 기업을, 기업형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하지만 생각해 볼 일이다. 대학은 한 번도 먼저 나서서 기업형 인재를 만든 적이 없다. 가르침에 앞서 높은 학점을 주겠다고 나선 적도 없다. 수업 내용은 둘째치고 일단 나에게 좋은 학점을 주시죠, 영어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가르쳐주시죠 하고 요구해 온 것은 언제나 학생이었다.
나는 궁금하다. 88만원 세대를 만든 것은 정부였는가, 기업이었는가, 대학이었는가, 학생이었는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안에서 더 높은 권리를 위해서 손을 뻗은 것은 누구였던가.

밀집된 교실에 앉아 초중고 12년을 살아왔다는 것은 당신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 역시 나열된 형광등 아래 나열된 책상에 앉아 12년을 보내왔다. 책상 옆 쌓인 흑연 자국이 빼곡한 문제집의 높이가 내 능력의 크기라도 되는 냥, 옆 자리 친구들과 문제집 탑의 높이를 재어왔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참으로 미안하게도 나는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한 적도,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 한 적도 없다. 사실이다.

미안하다. 당신의 위악한 졸업장 인생에 이런 얄궂은 답변을 해서. 하지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88만원 세대를 만든 것은 정부였는가, 기업이었는가, 대학이었는가, 학생이었는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안에서 더 높은 권리를 위해서 손을 뻗은 것은 누구였던가.
비록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한 채 시급이 조금이라도 비싼 파트타임 자리를 찾고 있는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만드는 것도, 그 환경에서 위치를 찾아가는 것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졸업장과 좋은 학점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물론 필요하긴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졸업장이나 학점 따위를 위해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나는 항상 내게 가장 재미있는 일을 찾았을 뿐이었고, 때론 그것이 연애였고, 여행이었고, 대외활동이었고, 공부였을 뿐이다.
나는 내가 지금 큰 학문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 일이 부끄러운 것이었다면 내 이력서 상 직업은 백수였거나 취업준비생이었을 것이다. 타인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나의 학교에 대해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때때로 그들의 행정은 문제가 되지만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나는 내 학교가 자랑스럽다. 나에게 있어 나의 학교는 국내 제일이다.
당신이 자퇴서를 내고 대학 간판을 버리든 굳이 나에게는 상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말해야겠다. 대학을 버려야만 진정한 大學生의 첫 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는 당신의 말이, 정말로 학문적 즐거움을 위해 대학을 다니는, 많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존재하는 그러한 학생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투영될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학문보다는 졸업장과 학점에 목매달아 대학을 다니다가, 어느 날 신물이 나서 대학을 때려치우는 것만이 진정한 大學生의 길이라면, 무엇인가 시대 비판을 하는 것이 있어보이는 대학생의 길이라면, 나는 오늘 대학생이기를 거부한다, 아니 사양한다.

그래. 당신 말마따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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