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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자이언츠 탐구생활

 

 

오늘은 오랜만에 사직구장에 갔어요

집에서 안보는 날짜지난 신문지와 저녁에 먹을 거리를 미리 챙겨요.

날씨가 쌀쌀하니 꼴빠후드 안에 두터운 옷은 필수에요.

예매같은 귀찮은 짓 따윈 하지 않아요.

화요일에 매진되는 천지개벽할 일 따윈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한 마실 거리를 사서 버스를 타요.



경기시간이 30분 정도 남으니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요.

원래 진정한 야구팬은 일행따위와 같이 야구를 보지않아요.

시끄럽고 정신사나운 응원단상쪽 1루측에는 가지도 않아요.

쿨하게 자유석을 끊고 당당히 사직구장 최상단으로 올라가요.

원래 진정한 야구팬은 혼자서 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중앙에서 배터리

 

의 호흡과 타자의 스윙을 지켜보는거예요.


 


역시 아직 시간이 일러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갖고 온 신문지를 깔고 자리에 앉아요.

저 멀리 전광판에 오늘의 출전 선수들 명단이 보여요.

아뿔싸.

오늘은 좌완투수 양현종을 상대하는 날이에요.

그래서인지 롯데 야수는 가르시아를 제외하고 모두 우타자들이에요.

한참 타격감 좋은 박종윤과 손아섭은 보이지도 않아요.

7,8,9번이 황성용,정훈,문규현인 걸 보고 여기가 2군시합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어요.

괜히 몇 달 동안 괜찮았던 편두통이 밀려오는거 같아요.




 



사도스키가 1회부터 볼질을 하기 시작해요.

저 투수는 도대체가 3구 이내에 타자를 잡아내는 꼴을 못봐요.

성질급한 기아타자들이 덤벼주는 바람에 1점만 주고 끝났어요.

하지만 투구수는 벌써 30개에 육박해 가요.

사도스키를 6회에도 볼 수 있으면 그거야말로 기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뒤에 앉은 아저씨는 벌써부터 사도스키의 이름을 활용한 다양한 욕설을 지

 

어내서 외치고 있어요.

노벨문학상이라도 주고 싶은 대단한 네이밍 센스에요.


 



김주찬이 첫 타석에서 3루타를 쳤어요.

기세는 인사이드 파크 홈런이라도 칠 기세였지만 3루에서 멈쳤어요.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평소에는 거론도 잘 안되는 사직구장의 크기가 너

 

무 작다며 투덜거려요.

저기에서 더 커지면 롯데 타자들 홈런치라는 말인지 말라는 말인지 모르

 

겠어요.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가볍게 동점을 만들어요.

오케이.

역시 내가 오는 날은 롯데가 좀 한다며 스스로 뿌듯해 해요.


 

 

 



롯데가 2번의 1사 3루 찬스를 날려버려요.

도대체 기본적인 작전수행능력이란게 있는건지 의심되요.

정훈의 1군 첫 2루타가 무의미하게 되어 버린 순간이에요.

믿었던 가르시아까지 오늘은 연신 선풍기를 돌려요.

날씨가 추워서 사람들은 모두 옷을 싸매입고 있는데 팬들의 진심이 전해

 

지지 않았나 봐요.

내 앞에 앉은 아저씨는 추워 죽겠다며 롯데 타자들의 풍기질을 리얼하게

 

욕하기 시작해요.

그 옆에 앉은 아줌마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연신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어요.

아마도 아저씨의 언어구사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나봐요.





 



사도스키는 내내 볼질을 해요.

5회에 이르러서는 볼질이 절정에 이르러요.



뒤에 앉은 아저씨는 더 이상 사도스키를 활용한 욕을 못 찾겠다며 1회에

 

 했던 욕질을 다시 무한반복하고 있어요.



조지훈 단장의 확성기라도 빼앗아서 아저씨에게 물려주고 싶은 심정이에

 

요.

오늘도 날씨가 추워서 그런거라고 1그램도 위안이 되지 않는 중얼거림으로

 

사도스키의 강판을 지켜봐요.




뒤 이어 올라온 이정민은 초구부터 시원하게 데드볼을 날려요.

밀어내기보다 차라리 그게 낫다며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기립박수를 치

 

고 있어요.

그리고 시원하게 분식회계를 해버려요.

이정민은 전생에 분식점 사장이었나봐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롯데가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어디까지 점수주

 

나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변하고 있어요.

아마 기아 타자들이 배트를 휘두르지만 않았다면 이번 회에 10점은 가뿐히

 

 줬을거 같아요.

이미 주변은 오늘 경기 튼거 같다는 발빠른 패배감에 술잔 기울이는 속도

 

가 빨라져요.






이대호가 투런 홈런을 쳤어요.

그제서야 사람들은 오늘 처음으로 열광하기 시작해요.

다른 선수보다 이대호의 홈런은 역시 롯빠들에게 특별해요.

내 앞에 앉은 아저씨는 대호 홈런 봤으니 오늘 경기 져도 된다며 즐겁게

 

 소주를 원샷하고 있어요.

그 옆에 앉은 아줌마는 홈런이고 나발이고 술 좀 적당히 자시라며 바가지를

 

 긁고 있어요.

경기가 막장이다 이렇게 한 번 터지는 홈런은 술 맛을 각별하게 만들어주

 

는거 같아요.

점수 차는 여전히 있지만 어쩌면 역전할 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분위기

 

가 맴돌고 있어요.

옆에 앉은 아저씨는 5회 때 던져버렸던 신문지발을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다시 주워들어요.

그리고는 언제 집어 던졌냐는 듯이 맹렬히 흔들며 응원하고 있어요.






불펜투수들이 볼질을 해요.

불펜투수들이 전부 사도스키로 보이기 시작해요.

지난주까지 잘하던 김사율이도 볼질하다 쳐맞기 시작해요.

그 뒤에 올라온 좌준혁이는 아예 사람들이 기대 자체를 안하기 시작해요.

수비가 너무 길어지니 어느새 사직구장은 여기저기서 집중력을 서서히 잃

 

어가요.

투수가 삼진잡는 것보다 관중이 맥주 페트병을 원샷하는 장면에서 더 큰

 

 박수와 환호성이 나와요.

치어리더들은 쫄딱망한 경기로 흥분한 관중들을 잠재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힘차게 섹시댄스를 추고 있어요.

1루쪽은 저런 재미라도 있지 다른데는 그런 것도 없다며 앞에 아저씨가

 

투덜거리고 있어요.

생수병이 소주병으로 보이기 시작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져 와요.

오늘 하위타선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예상되었던 결과들이 현실로 다가오

 

기 시작해요.





7회초가 끝나자 봉다리를 나눠주기 시작해요.

이미 경기장을 뜬 사람들이 늘어난 관계로 봉다리는 경쟁률이 현저히 낮

 

아졌어요.

의미없는 기대감을 가지며 봉다리를 머리에 쓰고 있어요.

어떤 처자는 봉다리 6개를 연결해서 치마로 만들어 입고 통로를 활보하고

 

 있어요.

봉다리 치마가 어쩐지 비옷처럼 보이기 시작해요.

한 청년은 봉다리로 마스크를 만들어서 얼굴에 덮어 쓰며 웃고 있어요.

그래 얼굴이라도 안보이게 가리는게 훨 낫다며 속으로 대놓고 비웃어 주고

 

 있어요.

 

 

 

오늘 내 밑으로 다 죽었어 하는 감독의 표정이 느껴지네여

 

오늘 선수들 숙소에서 통닭 시켜먹긴 힘들꺼 같아요

 

이상 롯빠들의 롯데자이언츠 탐구생활 이였어여





경기는 무난하게 10대 3으로 깔끔한 패배로 끝이 났어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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