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대
차 옆에 비서가 서 있고 민준과 준혁은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말없이 걷는다. 지금 상황에서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한 참을 걷는 준혁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민준을 바라본다. 민준도 기다렸다는 듯이 각오한 눈빛으로 준혁을 바라본다.
“오랜만입니다. ”
“ 그렇군요. ”
“ 오랜만이더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
“ 그렇습니까.”
“ 무슨 생각으로 다시 지수 앞에 나타났습니까?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고 지수를 따로 만났습니까? 당신이?!! ”
머리부터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 없을 정도다. 너무도 아끼고 사랑하는 지수의 마음을 가진 것도, 그런 지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도,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자신의 경고한 말을 무참히 짓밟고 지수를 다시 만난 것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준혁 앞에서 1년 전 처럼 또 다시 죄인인 마냥 아무 말도 못하고 듣기만 하는 민준.
“당신 때문에 지수가 그 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압니까? 당신이! 너무 큰 충격이어서 당신이라는 사람 기억 도 못합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매일 같이 그 악몽에 시달려서 힘들어 한달 말이야!!!!! 그런데...”
감정을 주체 못한 준혁이 민준의 멱살을 잡자 놀란 비서가 다가온다. 그러나 민준은 손으로 제지한다. 오지 말라고.
“ 하하하하하하하. 왜? 가만히 있지? 당신 같은 사람들은 나 같은 거 죽이는 거 아무 일도 아닐 텐데, ”
“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일은 나도 잊지 못했고 지금껏 그 여자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렇게 다시 만났 습니다. 내가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거 압니다. ”
“ 알면! 만나지 말았어야지! ”
“ 내 잘못으로 그런 일이 벌어졌지만.... 그런 마음조차 죄가 된다는 거 알지만 그 여자 . 김지수. 사랑합니다. ”
민준이 그 말을 꺼내고 얼마 후 준혁의 주먹이 민준을 쳤고 바닥에 내팽겨쳐 진 민준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 않을 겁니다. 이건 충고가 아니라 경고하는 겁니다. ”
# 지수와 준혁의 집 안
준혁이 집으로 돌아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자 지수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른 시간인데도 불이 꺼져있고 누워있는 준혁. 지수가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한다.
“ 준혁아.. 자? ”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다시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 우리 이사 갈까? ”
#달식이네 집
달식이네 집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온 지수는 현관문에 들어서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집안 살림살이가 모두 엉망이 되어 뒤엉켜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가 있는데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불안한 마음으로 문을 여는데 달식이가 쓰러진 엄마를 붙잡고 울고 있었다.
“ 아주머님!!!!! 달식아... 어떻게...이런.....벼..병원 가야지... ”
# 응급실 & 건설 회사 임시 사무실 & 민준의 집
[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갑자기 와서는 막 떼려 부수고 던졌어요. 엄마가 안 된다고 ..안 된다고 말리니까.. 엄마를 밀치고 막 때렸어요..엉....엉....빨리 이 집에서 나가라고.... 돈 준 댔는데 왜 안 나가냐면서.. ]
응급실 밖으로 나온 지수는 주체 할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감정을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다. 잠시 뒤 뭔가 결심한 눈빛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눈물을 흘리며 달려간 곳은 건설 회사 임시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 이봐요. 문 열어 봐요. 누구 없어요? 문 열어 보라구요! "
한 참 뒤에 문이 열리고 무서운 인상을 한 몇 명의 남자들이 나온다.
“ 무슨 일입니까? ”
그 남자들을 보자 멈칫 했지만 이내 용기를 내서 소리친다.
“ 여...여기.. 책임자가 누구에요? 만나야겠어요! 누구에요? ”
그 소리를 듣고 홍기가 인상을 찌푸리며 사무실 밖으로 나온다. 누가 봐도 무서운 인상이었다.
“ 뭐야? ”
“ 아..예.. 책임자를 불러 달래서.. 형님.. ”
“ 책임자? 지금은 없는데.. 나한테 말하슈. 뭐 때문에 그러지? ”
“ 시...시간을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아직 결정도 못했는데 이렇게 막 집을 막무가내로 부수고 때리는 게 말이 되 요? ”
“ 하하하... 이 아가씨 봐라! 지금 나한테 소리 질렀냐? 아씨~!! 죽을라고! 나는 우리 실장님처럼 매너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 얼굴은 예쁘면서 입이 그렇게 무서우면 쓰나? 엉? ”
지수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위협한다.
“ 이...이거 놔요.. 경찰을 부르겠어요. ! ”
“ 하하하.. 경찰? 하하.. 불러 보슈! 불러보라고!!!! 엉? ”
감정을 주체 못하고 손이 올라가려는 순간 주먹이 날라와 홍기가 바닥에 쓰러진다.
“헉... 아....누구야? ”
“ 허..실장님.....”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은 지수가 다시 눈을 뜨자 그 앞에는 민준이 서 있다.
“ 정리들 하고 나가지! ”
“ 예. 죄송합니다. 실장님 ! ”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힘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는 지수. 놀라 지수를 부축하는 민준의 손을 뿌리친다. 순간 지수의 머릿속에 안 좋은 장면들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아...악....머리가...놔요... ”
“ 지수씨.. 괜찮습니까? ”
“놔요!!!!!!”
머리를 잡고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지수를 바라 볼 수밖에 없는 민준은 괴롭기만 하다. 한참을 힘들어 하던 지수가 힘겹게 일어나 민준을 바라본다. 그런 지수의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 볼 수 없었다.
“ 당신...이런 사람이에요? 당신... 깡패에요? 그럼 나도 한 번 때려 보세요.”
‘깡패’ 라는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 민준. 뭐라고 변명도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왜 못해요? 당신이 저 사람들한테 시킨 거였어요? 주민들 괴롭히고 떼려 부수라고? 기다려 준 댔잖아요. 주민들이 스 스로 넘기도록 설득 하겠다면서요!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이래요..나한테.. 살아있으면서.. 왜 이제야...왜!!!!”
절규하면서 바닥에 쓰러지는 지수를 안아서 자신의 차에 태운다. 펜션으로 도착한 민준은 지수를 자신의 침대에 눕힌다. 얼마 뒤 출장 의사가 와서 지수의 상태를 진료하고 안정제를 놔주고 돌아간다.
“ 김지수.....다 기억 난건가..”
오랜 시간을 지수의 손을 붙잡고 간호하다가 전화벨이 울리자 거실로 나간다.
“ 네.. 회장님. 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
핸드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힘없이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혹시나 자신의 방 안에서 잠들어 있는 지수가 들을까 싶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린다.
# 공터
“ 혀....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저는.. 실장님 일이 더 순조롭게 되라고..약간.. 겁을 주려고 했던 것뿐인데..”
민준이 의자에 앉아 있고 홍기를 다른 백호 파 일원들에게 맞아 쓰러진다. 피투성이가 된 홍기의 목덜미를 민준이 잡는다.
“ 넌 실수 한 거다. 아무도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너를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라. ! ”
“ 아니..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 해 주십시오.. 형님.. 형님~~!!!! ”
민준을 애타게 부르는 홍기를 뒤로 한 채 차를 타고 멀어지는 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