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렀음..
안녕하세요.
저는 기숙사학교에서 기생하는 한 인간(숙주)입니다.
기숙사에서 살면 밥을 삼시세끼 식당에서 먹게 되지요?
(간혹 식사비 다 내놓고 딴 쓸뗴없는 군것질이나 쳐하는 저같은 놈들도 있구요)
어? 근데 오늘따라 왠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네요..
그래서 식당을 향해 내려갔습니다.
기숙사와 식당은 떨어져 있구요, 식당은 지하 1층 정도 깊이에 있습니다.
어이쿠, 기숙사 밖으로 나오니 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다. 땅이 이미 좀 젖어있네요.
일단 식당으로 걸어 갔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 가야죠.
앗,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참고로 매우 가파르고 계단 수가 매우 많습니다.
가끔 이마위에 '식당'이라고 쓰여진 악마가 무시무시하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 굴러떨어지길
기다리고있다는 느낌?..
강조였구요.
그날따라 왠지 저는 그 분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비로인해 바닥이 김연아가 이제 바로 피겨를 아무런 구애없이 현란하고 자유롭
게 구사하여 금메달을 따도록 준비된
매끄럽게 잘 닦아진 정도의 느낌을 주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단지 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조금 뛰어 내려간 것 뿐인데..약간의 설레임과 함께.
그 순간...그 매끄러운 계단 바닥에 발이 그만......
*(고백하자면, 구두를 신었습니다. 아니. 남자구두말고 여자 구두요.
전 남자가 아니고 여자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자라구요.
아니 사실 그날따라 조금 멋을내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비록 밥먹으러 가지만)
..여튼 그리고 발이 그만,
어잏챃얗ㅇ랜ㅇㄹ걎댜1ㅂ3ㅔㄷㅎㅍㅊ차오랴ㅗㅁ차!!!!!!
미끄러져 잠시 육체가 허공에 머무르게 된 순간 온갖 생각이 나더군요.
파노라마처럼.
엄마...
아빠....
죽여버릴 오빠...
내 죽고못살아서 패고싶은 내 절친들....
온갖 추억들...
남자친구 갖고 싶다...
등등
그것들이 일순간 한번에 떠올랐다가 슉 사라지면서 세상이 하얘지더니만,
나는 앞쪽으로 넘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단 한 생각만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앞으로 계단을 구르게 될것이다. 하지만 이상태로 굴러 저 밑까지 떨어지게 된다면 나는 죽을 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이다. 아니, 죽지 않아도 최소한 전치 5주는 나올것 같다. 아직 나는 해야할 것들이 많은데...ㅠ씨. 아니, 정신차리자. 정신차리고 앞으로 넘어지는 것만은 막아야겠다!!!!!'
네...맞습니다. 저는 그 죽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대로 앞으로 얼굴을 쳐박
으면 죽겠다 라는 생각뿐이 들지 않은거죠.
전그래서 순간 천재적인 계산을 하여
'그래, 몸을 옆으로 틀면... 얼굴은 다치지 않고 난 죽지 안케 되게치!!!!'
라는 답을 얻어내었습니다.지금생각하면 그냥 빙ㅋ신ㅋ이네요
그래서 앞으로 넘어지고 있는 나에게 엄청난 스핀을 있는힘껏 주어,
옆으로 넘어지는데
성공했습니다!!!!!!!!!!!!!!!!!!!!!!!!wow!!!!!!!!!!!!!!!!!!!!!!!!!!!!!!!!!!!!!!!!!!!!엄마 내가해냈어
는 개뿛ㅎ 옆으로 넘어지나 앞으로 넘어지나 계단 위에서 구르게 되는 것은 데스티니
였던 것이죠.
..
그대로
ㅁㄴㅇㄹ
ㅁㄴㅇㅀㅁㄴ
ㅁㄴㅇㅁㄴㅇㄴㄹㅇㄴㄴㅇㅁㅇㄴㅁㄻㄴㅇㅁ
안보셔도 아실꺼라 생각합니다.
옴팡지게 옆으로 새우말이 하듯이 굴려졌습니다. 투퉅ㅌㅌㅌ토톳토톨ㅌ토
앗.젠장.. 구르면서 밑에 창문 안에서 맛있게 친구와 대화하며 먹는 선배도 보이더군요.
뭔가 차원이 다른 세계에 있는 기분? 나는 절체절명의 어떡하지 으앙 구르는 신세,
식당 창문 안쪽은 평화롭고 내가 뭐하고있는지 신경도안씀ㅋ분위기....
....네.그리고 멈췄습니다.
지옥같은 순간이 끝이 났습니다.
확인해보니 전 죽지 않았더군요 ㅋ
다행이다................... 하고 털고 일어났습니다.
?
어라? 왠지 하나도 안아파!^-^ㅋ
룰루! 하느님이 나를 좋아하시나봐!ㅎㅎ
...근데 몸이 말을 잘 안듣네요..
약간 삐걱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지 무릎이 터졌네 ㅋㅋㅎㅋㅋㅋㅎㅋㅋ아이쪽팔렷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마침 주위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하나도 쪽팔릴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쪽팔린 것보단 이렇게 아무도 없는 게 나으니까!^-^난 허세쩌는 사람이니까!^)
네, ㅎ 그래서.. 뭔가 쉴곳이 필요하긴 한데, 식당은 좀.......
그래서 뭐...
다시 계단을 기어올라갔습니다.
무슨 영화 찍는 것 같네요.
하나, 하나, 하나, 하나......둘, 하나......하나, 둘, 둘, 둘(스킬이 생기네요 헷헷)....
헉헉....헉 ㅠㅠ 이그 힘들어 잉잉
다올라왔습니다.
진짜엄청대박너무도힘들고죽을것같이제몸을이끌고기숙사로들어가 사감실에앉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러지지 않은게 신기 한지도...)
다시 평화로운 세계....*로 왔네요...
아까의 위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급 고통이 밀려오긴 하지만.. 뭐.
친구들이 왔다 갔다 하네요. 가끔 친구가 말도 거네요.
"xx야 여기 앉아서 뭐해?^^ㅋ"
전.."응 뭐 그냥..ㅋ 굴렀어 그냥..."
"아..ㅋ굴렀구나 ㅋ 아팠겠다 수고해"
"응"
혼자만 남모르는 꽃천지를 구경하고 온 것 같았네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