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람사르 환경재단에서 영상환경포럼의 작품으로 로드킬의 심각성을 다룬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 를 상영했다.
제목이 시사하는 것 처럼 영화는 많이 아프고 슬펐다.
평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로드킬에 대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생명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지리산은 육지에 만들어진 거대한 섬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만든 도로에 의해 갇쳐버린 섬 - 지리산
지리산은 88고속도로, 섬진강변도로, 19번 산업도로에 의해 철저하게 막혀 있었다.
그 길을 탈출하여 자유를 갈망하던 수많은 동물들이 사선(死線)을 넘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이 땅위에서 사라졌다.
한해동안 로드킬이 일어난 지점을 점으로 표시했더니 완전한 도로의 형태로 나타났다.
즉,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차가 달리는 모든 도로에서 로드킬은 일어 난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에, 아무런 꺼리낌 없이,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겨버린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한마디로 그들의 집안으로 그 무시무시한 도로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큰 방에서 작은 방은로, 순이네 집에서 영희네 집으로 놀려 다니던 그 삻의 터전에.
인간이 만든 도로는
분단의 장벽보다 더 무서운 죽음의 지뢰밭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도로위에서 찢기고 찢겨져서
그 형체마저 알아볼 수 없는 먼지가 되어서.
우리의 하늘을 떠돌며, 떠돌며,
인간에 대한 원망을
인간이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악마와 같은 존재임을...
그래서 철저하게 두려워 하고 저주 할 것이다.
어느날 갑짜기 잃어버린 자신의 생명을, 행복을,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 어딘가에서
무정한 인간들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임이 새삼 두려워지는 영화였다.
길에 대한, 자동차에 대한, 속도에 대한 생각들을...
느림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