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구에 사는 20대 여자 입니다.
오늘은
후끈한 어린이 날이고, 휴일이기도 하네요.
제목처럼 제 아버지는 스님이십니다.
제가 있고 엄마가 있는데,
아빠가 스님이 되신 사연이야,
제가 어릴 적 일이라 알수 없습니다.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는 건,, 스님이 되어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부터니까요.
조그마한 개인절을 차려 불공을 들이시고
절에 신도분들이 많은것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니셔서
그저 작은 방한칸에 법당을,
그리고 주방 아랫목 따뜻한 바닥에서 잠을 주무시며 생활하셨어요.
돈이 안되는 일,
우리 아버지 나이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시절에
초라하고 자그마한 법당은
어린 저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그런 생활을 하시는 아버지 당사자의 마음이 더 답답하진 않을까 싶어
왜 이렇게 지내시냐 물어보지도 못하고 십년이 넘게 지내왔네요.
반가운 부녀 상봉이지만
도손을 덥썩 감사 잡긴 커녕
뭔가 서로 아픈 부분을 한손으로 막은채 나머지 손을 잡은 꼴로 말입니다.
제가 한참 학교 다닐때, 학원을 다녀야 할때
대학을 다녀야 할때, 금전적인 도움을 하나도 주실수 없는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는 울타리만으로도 괜찮았습니다.
바라는게 그저 아버지라는 존재 뿐이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아버지완 눈 마주치기도 힘들어 하시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힘들어 하시지요.
왜 안그렇겠어요?
엄마 혼자 경제적 부담을 다지고 생활하셨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엄마에게 미안하면서도,
혼자 생활하시는 아버지께 마음이 쓰이는 것은 자식으로 당연한 마음이겠죠?
오늘 아버지께서
그 조그마한 절을 옮기셨다하여
새 절에 다녀왔습니다.
낡은 한옥을 전세로 얻으셨다면서..
지난번 보단 휠씬 넓고 좋아,
이젠 니가 와도 "얼른 가라" 말 안해도 되겠다면서 웃으시더라구요.
산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심속, 동네 어귀의 작은 절이지만
주방도 있고, 법당 말고 아버지께서 밤에 몸을 누이실 작은 방도 있더라구요.
아시는 몇몇 분들이 화분도 사주고 했다며
자랑도 하시고
많지는 않지만, 신도들과 다 같이 둘러앉아 얘기도 할 수 있다며 좋아하셨어요
손님 오시면 대접한다고 찻잔을 샀다시며 시원한 아이스 커피도 타주셨어요.
그것 만으로도 제 가슴이 이렇게 벅찬데 우리 아버지 맘이 어땠겠어요?
부처님 오신날 11시쯤 오라시며
"법회하는거 보면 지엽겠나?(지겹겠냐는 대구사투리;;)
하시면서 들뜬 모습이 정말 좋아보였어요.
돈 1500만원이 들었다며,, 그동안 알뜰하게 모은돈 다 털어서 이젠
빈 주머니고, 부처님 큰데 모시니 그런건 괜찮다 하시더라구요.
아버지께서 손재주 많은건 알았지만,
법당 천장에 연등도 일일이 다 만들어 달아 놓으시고
보통 정성을 들인게 아니더라구요..
오늘이 어린이 날인데,
"밖에 사람들 많이 다니냐?"며 너는 그동안 어린이날 엄마랑 둘이 놀러 다녔냐
묻기도 하시고.. 나는 아직도 니가 어떻게 이리 컸는지 모르겠다 하시고...
암튼 이리저리 여러 가지 생각으로 눈물 핑 도는 날입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어버이날 올께요"
했더니, 나도 어린이날이고 뭐고 챙겨준적 없는데,
신경쓰지 말라 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부자가 되시길 바라는 마음도 없진 않습니다.
속된 말로 절도 대박이 나서 어디 산에 근사한 절도 차리시고
그래서 차라리, 동네방네
우리 아버지 어디어디 큰절 스님이시다 하고 싶은 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마음은,
지금 옮기신 절에서는 월세걱정 없어도 되게..
거북이 같은 걸음이지만
또 십년쯤 후엔 방한칸 더 있는 절에서 건강하시게..
그리고 나도 이제 다 컸으니, 아버지랑 절 말구 밖에서도 만나고
그랬음 좋겠다...
그정도만 욕심내고 있답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 동네 어귀 작은 절을 보면서
뭐 이런데 절이 있냐? 땡중아냐?
하면서 찝찝하게 생각하셨다면
그래도 이사람들도 나름대로들 자기 삶을 열심히 살고 있구나.
저렇게 보여도 부처님도 모시고, 자기 자식 혹은
누군가를 아끼고 사는구나 생각해주세요^-^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이유없는 편견때문에 서로 상처 받지 않도록..
이 좋은 날 괜히 센치 해져서 주절주절 헛소리만 해대고 갑니다~
가정의달 5월이네요^-^
모두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