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톡커님들.
23살, 올해부터 삼재가 끼어 재수 없을듯한 3년을 보낼 예정인 직장女입니다.
보통 다 이렇게 시작하더라구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들어온 회사에서 당한 일을 써보려고 합니다.
사회생활 선배한테 욕도 먹고 얘기도 들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뭐 직장이라고 해도 급하게 알아보고 들어온 회사긴 했습니다.
집에서도 가까운 거리인데다가 대리점형식의 소규모회사라 부담없이 오라는소리에
이력서를 보낸 후 통과되었지요.
사장님과 직원분들 첫인상은... 음 글쎄요.
처음엔 약간 '윽 무서워보여!' 였지만 다들 무뚝뚝하니 친절하게 해주시길래 안심했고
사장님이 "소규모라서 겁먹지 마세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게 일인데 월급 밀리거나
안주는일은 없어요" 라며 웃으며 말씀해주시길래 또 한번 괜찮을것같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은 힘든 건 없었어요. 경리사무 일. 하루하루 들어오는 파일 정리하고 세금계산서 띠고 회계프로그램 조금씩 만지고(몇백개정도 되는 서류철을 나눠서 관리했어요)
제가 원래 외향적인데다 사람 가리는게 없어서 금방 친해지거든요.
그런데 다른분들은 5일 내내 외근나가시고 얼굴 마주칠 시간이래봐야 출근해서 잠깐이나 빨리 들어오시면 퇴근 전에 뵈는 것 뿐. 사장님도 몇일 빼고는 사무실에 하루종일 계시는 법이 없어서 그런가보다 했죠.
1. 아니이게 왠걸. 복병은 따로 있었어요.
첫날 잠깐 얼굴 보러 오신 사모님이 절 처음보고
별일 없이 지나가는가보다 싶었는데 어느날 말 없이 오시더니 사장님이랑 둘이 얘기하는 걸 보고 가신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바로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는거예요.
통화내용은 대충이래요.
"당신은 어린게 일을 열심히 하는것도 좋고 욕심내서 하는 것도 좋고, 눈치가 빠르고 상냥하면서 싹싹한 것도 좋은데 너무 눈치가 빨라도 독이 되니 오바하지말고 니 처신 잘하라." 였어요.
무슨 말인지 ............................................네?
"못알아듣겠어요? 회사에 유부남 밖에 없는데 그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면 달리 남자가 짐승이라고 하는 줄 아냐며"
........진짜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백만번
빠르면 저희 아빠뻘이예요. 제가 나쁜맘이라도 먹었으면 모를까. 이건 뭐-
2. 사모님이 어느날 또 오셨어요.
저번에 전화 한 일을 사장한테 말을 했냐는 식으로 묻더군요.
그걸 어떻게 낼름 가서 꼬다 발른답니까. 아니라고 했죠.
그러더니 책상에 앉아있는 저를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이번에 삼재꼈죠?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하구"
네네.. 뭐 용띠는 말띠랑 안맞는다느니 사장이 말띠인데.. 블라블라
역시나 결정적인 한마디를 날리고 가주시더라구요.
"내가 사실 저번에 기분나쁜 소리를 듣고 와서 그러는데 사무실 주변 사람들이 자기랑 친분이 있어서 말을 해주었다. 근데 새로온 경리아가씨 사장이랑 정분날 것 같으니 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저희 사무실 외져요. 주위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손님은 다 사장님 손님들.
그래요.. 들을 수도 있죠. 근데 제 머리속은 허~얘지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 부터 너무 오바할 것 같아서 맘에 안드니 잘라버리란 식으로도 얘기했다고 자신 입으로 말하더군요.
너무너무 힘들어서 꾹 참고 있는데 퇴근할때
차장님이 오셔서 눈치채고 먼저 사모님 말씀
꺼내주시는 바람에 울컥해서 눈물 질질짜며 결국 얘기했죠.
3. 문자사건
어린이날 전날이었어요. 전 처음에 구직할때 공휴일 휴무라는 걸로 알고 왔기 때문에
당연히....라기 보다는 사장님께 여쭤봤죠. 바쁠지도 모르니까 퇴근하기 전에 말씀해
주시겠다길래 기다려도 대답이 없었어요. 그래서 보낸 문자가
< 사장님 퇴근해보겠습니다. 내일은..쉬는게 맞겠죠? > 라고 보냈어요.
사장님이 전화해주시더니 웃으시면서 "누가 퇴근시켜줬냐구, 내일은 쉬고싶다구요?" 라면서 그냥 화기애애하게 얘기했죠.
다음날 부재중 전화를 보니 사모님 한테 또 연락이 왔더라구요.
전화드렸더니 밥 한 끼 같이 하면서 얘기나 좀 할까 했다구 하시더라구요.
그 얘기인 즉슨, 문자 보내는 걸 다시 배워야겠다. 이건 부부로 사는 나도 사장한테 이렇게 못 보낸다. 이거 모르는 남이 봤을때는 완전 애인사이 아니고 뭐냐. 사장한테 명령조로 얘기하는 철딱서니가 어딨냐 라는.
얘기 후 명령조로 보낸거 제가 죄송하다고 오해하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습니다.
4. 노래방
몇일 전 또 오셨더라구요.
요샌 뭐 무슨 얘기 나올까 질려버린 상태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더라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사무실에는 저뿐이었는데 단둘이 숨이 막혀서..
이번얘기는 말그대로 노래방.
(사실 제 월급이 적어요. 다시 시작하는 직장생활이고 처음부터 큰 곳에 들어가서 헤매느니 작고 월급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경험으로 1년이상 버티자 해서 온거였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이 월급 받아서 되겠냐. 요새 똑똑한 20대 애들은 물주 따로있고, 남자친구 따로 있고 다 그렇다더라. 자기 아는 애는 낮에는 공부하고 학원다니고 저녁에 노래방도우미 했는데 5년정도 해서 전세 집한채를 얻었다" 라고.
저라고 안똑똑하고 못나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저도 어엿한 한 가정의 딸이고 소중한 자식인데 그런 사람한테 너도 생각이 있으면 이런데 와서 쥐꼬리만한 월급받으면서 사장 꼬시지 말고 노래방이나 나가서 돈이나 벌어라 이 말로 들리더군요..
그렇다고 소위말하는 밤일에 종사하는 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 나쁘니 좋으니 왈가왈부 할 문제는 아니지만 남에게까지 들을 얘기는 아니다 싶어 기분이 상했던 것이지요.
5. 터졌습니다.
평소와 같이 일 끝나고 친구와 간단하게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만났어요.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오더라구요. 역시 사모님.
사장님이랑 싸우셨데요. (차장님께서 조심히 사모님과 제 얘기를 사장님한테 말씀하셨나봐요. 물론 제 입에서도 흘러나간 말이니 남이 얘기했다고 뭐라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서 많이 울었다면서 저한테 실수한 게 있으면 미안하다고 하시더군요.
어디까지 얘기 했냐고 묻는것도 잊지 않으시며.. 사장님이 다시는 경리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저한테 그새 하셨네요. 이런 부부싸움에 까지 끼어야 되는건가 싶어 옆에 있던 친구는 상욕을 하며(ㅈㅅ) 그만두라고. 뭐가 아쉬워서 있냐고..
다시 걸려온 전화에 그만 두겠다고 하니 상황 파악이 되셨는지 그만두지 말라구
자기가 잘못한 거 있으면 미안하다고. 자기 상황이 너무 안좋아진다고.
그냥 계속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데 저때문에 두분 이런일 생기게 되서 죄송하다고 쉬시라고 하고 끊었어요.
오늘 아침에 또 출근하는데 전화가 왔네요..
사장님은 눈치 채셨는지 할 얘기 있지 않냐고 조용히 말씀하시더라구요.
세세히 다 얘기하자니 얘기도 너무 길어지고 눈물은 자꾸 나오고 서럽고..
그냥 사장님도 아실 얘기, 오늘 있었던 얘기. 안하려다가 때려치는 판에 다했네요.
(노래방 뭐 사장님 뒷담화 이런얘기는 그래도 못하겠더군요;)
사장님은 그만두지 말라고 자꾸 붙잡으시는데 맘이 떠나서 어찌해야될지를 모르겠어요
이 모든일이 한달 새에 벌어진 일인데, 정말이지 새치 백만가닥이 늘고
안그래도 노안인 얼굴 주름살 오천개는 더 잡혔어요. 바짝바짝 마르네요.
참 길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만약에 끝까지 보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해요.
그냥 답답해서 쓰긴 했는데 아무튼, 이런경험 있으신분들 조언부탁드려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