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사는 스물두살 여대생입니다 ;-)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며칠전 비가 내리는 늦은 저녁에
가족들과 출출함을 이겨내려 치킨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시키던 ㄸㄹㅇㄹ 치킨을 뒤로하고 처음으로
ㅂㅂㅋ치킨을 주문했는데요.
ㄸㄹㅇㄹ는 바로 저희집앞에 매장이있지만
ㅂㅂㅋ는 저희집에서 조금 먼 곳에 있어서 직접 매장을 본적은 없어요.
아무튼 ㅂㅂㅋ에서 양념치킨을 시키고 치킨무 하나까지 추가하며!
40분정도를 기다리는데 마침 벨이 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집 제일 막내인 제가 늘 그렇듯 계산을하려고
현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 배달원이 제 몇년 전 (꽤 오래 사귀었던)남자친구인거에요..
처음엔 긴가 민가했는데 헬멧을 벗으니깐 알겠더라구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느낌이 그걸까요....
노란 배달용 우비를 입고선 젖은머리를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치킨을 배달하러 온
그친구를 보니... 아 정말 표현할수없는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습니다.
처음엔 그남자애가 들어오면서 절 발견 못한거 같더라구요
그런데 뒤늦게 저인걸 알고 자기모습을 훑어보고 또 절 다시 보고
아 그 잠깐의 시간동안 그 남자애가 짓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고등학교1학년때 처음 만나서 재수하면서 헤어진 남자친구...
저는 재수를 하고 그 친구는 바로 대학을 들어갔어요.
그렇게 두번 불효를 저지를수 없던 전 작정하고 공부를 해야했으므로
남자친구에게 이제 그만만나자고 어렵게 말했었죠.
그 친구는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구요.
꼭 12월에 다시 만나자고.. 다시 시작하자구
지금 생각해보면 제 학창시절추억의 대부분은 그아이와 함께였지요..
서로 다른학교였지만 하루도 안빠지고 늘 우리집앞에서 기다렸다가
저랑 같이 우리학교로 등교하고
저를 교문까지 데려다주고선 그제서야 버스로도 10분정도 걸리는
자기네 학교로 황급히 달려가곤 했던 내 남자친구..
제가 그당시 어린마음에 남자친구의 그런 행동이 너무 부담스럽고 싫어서
그만좀 하라고 툴툴대도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하는거라고 씨익 웃어넘기던 남자친구
처음으로 제가 파마를 해보겠다고 선언한 날!
이대에 있는 미용실까지 쫄랑쫄랑 쫓아와서는 잡지들고 꾸벅꾸벅 졸다가
제가 끝나고 집에 가자고 깨우니깐
여자들 파마는 이렇게 오래걸리는줄 처음알았다면서
쭈욱 기지개를 켜대며 쑥스럽게 웃어대던 남자친구
늘 손을잡고 붕붕- 흔들어대며
촐랑촐랑 이곳저곳을 그렇게도 돌아다니던 그시절 우리...
그런 남자친구를 이렇게 이런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이렇게 신경이 쓰일줄 몰랐어요.
다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친구의 그 시절 저의 말에 언제나 씨익-하고 짓던 눈 웃음이
며칠전 흔들리던 그 눈빛이랑 오버랩되어서 더 가슴이 찢어질거같아요.
서둘러 거스름돈을 받고 모른척 인사하고 황급히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쿵쾅거리는 심장이 그사람을 만났다는걸 잔인하게 증명하고있네요..
이런 식의 만남 남자친구에게나.. 저에게나..
너무나도 잔인한 재회였네요.
저와 헤어지기전 꽤 괜찮은 대학에 합격 했었는데
왜 그렇게도 가슴아픈 모습으로 힘들게 알바를 하고있었을까요..
(배달원아르바이트가 안좋다는건 절대 아니에요..^^;)
올여름엔 비가 유독 자주 내릴거라는데
비가 내릴 때마다 그 아이의 눈빛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냥 이도저도 아닌 이런기분이 너무 괴로워
주절주절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