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니다. 상황설명이 필요하니까요.
제가 사는 지역이 경기도 평택입니다. 정확하게는 송탄이죠.
송탄에는 1호선이 지나가는 기찻길이 송탄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많은 건널목이 있는데, 그 중 서정동에 위치한 건널목에서 유독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났더랬습니다.
그래서 몇 년전에 송탄역이 개설 되면서 그 건널목을 없앴습니다. 그 전부터 그 건널목으로 다니지 말라고 지하도로를 뚫어놨습니다만, 사망사고는 뭐 몇 건 정도 더 일어나더군요.
하여간 그 건널목의 길건너에는 점촌이라는 빌라 주택 단지가 있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동생의 얘기 입니다.
동생이 몇 년 전, 군대를 전역하고 얼마 안된 추운 겨울, 그 점촌 빌라단지 중 한 빌라에서 사는 친구의 집에서 꽤 취기가 오를 정도로 술을 마셨답니다.
밤도 늦었고, 동거중이었던 친구를 위해(?) 이만 집에 가겠다며 일어나서 밖에 나왔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집 방향인 철길 건널목 쪽으로 갔답니다.
건넜답니다. 뭐 아무 생각도 없었고 그 때 까진 아무일도 없었답니다.
건널목을 건너면 직진 방향 찻길 양 쪽으로 가로등이 주루룩~ 서있는데요.
술도 올랐겠다, 차도 안다니겠다, 겨울이고 춥겠다 해서 찻길 한 가운데로 조금 빨리 걸어가고 있었답니다.
자기 말로는 정신은 말짱했고, 볼 것도 다 보이고, 들릴것도 다 들렸답니다.
저 앞에 왠 거지포스를 풍기지만, 키가 크고 KOF의 이오리같지만 뻣뻣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남자가 자신과 마주보며 당당하게 걸어오더랍니다.
찻 길 한 가운데로요.
이 동생은 나름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신감 찬 녀석인지라, '어쭈?' 하며 같이 똑바로 마주보고 걸어갔답니다.
점 점 서로 가까워 졌겠죠. 이제 가로등 불빛으로 서로 얼굴이 확인될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동생은 쫄아서 눈을 돌리고 피하려고 몸의 방향을 살짝 틀었답니다.
멀리서 볼 땐 거지포스라 별 생각 없었는데, 마주오는 상대방의 얼굴이 이 세상 사람의 얼굴이 아닌 듯, 말로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모르게 무섭게 생겼더랍니다.
그냥 뭐 피 질질 흘리고, 눈깔 돌아가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엄마, 절래 무섭네;;' 란 생각밖에 안 들 정도로 무섭게 생겼더랍니다.
더 무서웠던건, 다가갈수록 똑바로 마주보던 시선이 자신을 향한게 아니라, 자신을 뚫고 뒷 쪽의 무언가를 보는것 같았답니다.
어쨌든 그렇게 눈싸움에서 패배한 그 동생은 쪽팔리고, 무엇보다 무서워서 몸을 틀어 마주오던 사람을 빨리 지나치려 했답니다.
근데.
딱 그사람이 왼쪽으로 지나치는 그 순간 자기 발이 땅에 딱 고정 되더랍니다.
그 사람과 방향은 반대되도록, 서로 나란히 서 있는 거였죠.
눈을 옆으로 돌리면 얼굴은 안보이더라도 옆에 사람이 서있는게 보이는거죠.
잠시 멍때렸답니다. 발이 왜 안움직이는지 몰라서요. '내 다리가 왜 멈춘거지?' 하고 잠시 잠깐 한 1,2초 생각 했답니다.
근데 1,2초 생각하고 나니까 옆에 그 무서운 사람이 서있는겁니다.
아 놔 미치겠네 하면서, 눈물 나오면서 다리를 움직이려고 낑낑 거리는데 안움직이더랍니다. 몸이 눈동자 말고는 아예 자기 말을 듣지 않더랍니다.
낑낑 거리면서, 고개도 안움직여서, 옆은 눈동자만 굴려서 보는데.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그 남자의 고개가 자신쪽으로 돌아오더랍니다.
아아-주 천천히요.
얘는 낑낑 거리고 있는데, 그 무서운 얼굴과 눈동자가, 눈동자의 움직임은 없이 시선 고정인채로, 고개만 처언천히 자기를 보러 돌아오더랍니다.
동생은 속으로 엄마와 어릴때 배운 찬송가를 번갈아 부르다가, 그 남자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갑자기 다리가 움직여져서 그냥 뒤도 앞도 안보고 냅다 뛰었답니다.
한참 뛰다가 숨 차서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봤더니, 자신이 지나온 길의 가로등은 모두 꺼져 있더랍니다. 숨을 고르고 다시 뒤도 안보고 뛰어서 집까지 갔답니다.
생전 그런 무서운 얼굴은 처음이었고, 그렇게 무서운적은 처음이었다고 동생은 말 하면서도 1818하더군요.
이 동생의 얘기는 끝인데요.
제가 이 얘길 여기저기 술자리나 잡담하는 자리에서 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조금 친한 여자애가 제가 하는 얘길 듣더니, '아우 에이틴, 짜증나;;' 라면서 울먹 거리더군요.
당연히 조건반사적으로 '왜그러냐' 라고 물었더니, 자기도 겨울에 한 번 그런적 있답니다.
자기는 기차 건널목을 건너서 그 찻길에서 오른쪽 보도블럭 가로등 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에 애기를 포대기로 싸 업은 여자가 걸어오더랍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데, 처음의 남자 동생과 마찬가지로 그 아줌마를 딱 지나치려는 순간 자기 발이 딱 땅에 붙어서 안움직이더랍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그 여자가 서서히, 서서히, 서서히 자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랍니다.
이 여자애도 목이 안움직이여서, 눈동자만 옆을 흘깃 봤더니, 시선이 고정된 채로 자기쪽으로 고개만 돌아오더랍니다.
너무 무서워서 있는 힘을 다해 낑낑 거리고 있는데, 뭔가가 툭 떨어지는 소리와 자기 발을 건드리더랍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몸이 움직여져서, 무서워서 그게 뭔지 확인도 안하고 냅다 뛰었답니다. 너무 무서워서 집까지 못가고, 근처 가까운 친구네 집에서 한참 울고 자고 갔답니다.
그러면서, 그 친구네 부모님께 사정 설명 하면서 말을 했는데, 건널목에서 여러사람이 죽었는데, 그 중에 애기랑 엄마가 같이 죽은 일도 있었다고 하더랍니다.
그 애기와 애기 엄마, 같은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저희 옆집 살던 젊은 아주머니와 애기가 차 타고 그 기차 건널목 건너다가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는데, 오던 기차가 미처 정지를 못해서 엄마는 운전석에서 그대로, 애기는 창문 밖으로 튕겨 나가서 죽는 사고가 있었거든요.
할아버지 한 분 돌아가신 사체는 직접 봤었고.
거지분들도 몇 분 치여서 돌아가셨다는 얘긴 들었고.
하여튼 그런 일이 있었답니다. 그 건널목, 지금은 폐쇄되었구요.
끝입니다 ^^ 다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