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하세요, 일하다 잠시 느슨한 시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판을 누비고 다니는
서울시 관악구 사는 스물일곱의 평범한 직장인 여성 인사드립니다.
톡 보기만 즐겼지 제가 이렇게 직접 글을 올리리라곤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저지른 실수때문에..너무 괴롭고,,미안해서 사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연락처도 모르는 상황이라,,다른 방법은 전혀 모르겠고 그냥 언젠가 그 사람이, 아님 그 사람의 주변 분 누구라도 우연히 이 글을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재주없는 글솜씨로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요 ㅠㅠ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재밌는 글은 아니니 요기까지 읽었을때 흥미 유발안된다 하시면 가차없이 다른 글을 읽으셔도 좋아요. 흘흘.
그러나.. 별 특별한 일 없이 주말에 집에서 오늘은 무슨 톡이 올랐다나 궁금해 판보시는 분들..중.. 중고생!!!!! 특히 서울시 관악구 신림과 방배 사이에 거주하는 중고생들!!! 그냥 심심한 김에 끝까지 한번만 읽어 줄래요?
나는야 스물일곱, 그대들보다 대략 열살 안팎쯤으로 많이 나이를 먹은 사람인데요, 그대들과 같은 중고생쯤 되는 어떤이에게 사과할 일이 생겼어요 ㅠㅠ
대략 한시간전 있었던 일이에요~
주간 계획대로 짜여진 업무 하느라 바쁘고 피곤하고 지겨운 월화수목이 지나고 오늘은 신나는 금요일. 쪼아대는 상사도 조금은 이해가 가고 답답하고 얄미운 후배에게도 조금 너그러워지는 주말의 시작이지요.
오늘 하루도 여전히 바빴지만 주말을 코앞에 둔 이유로 룰루라라 위안하며 하루를 보내니 시간이 곰방 가더군요.
칼퇴 후 남친과 곱창을 먹기로 약속하고 남친이 살고 있는 신림역 주변에있는 곱창집중 한번도 안가봤던 맛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어요.
<황소곱창>이라는 데가 맛도 좋고 친절하다는 어떤 이의 블로그를 보고 그곳을 가보기로 했지요.
남친을 신림역에서 8시 경에 만나서 그 맛집을 찾아돌아 다니는데, 남친의 사전 조사가 약했던 탓에 이골목 저골목 찾아 헤메면서 대략 1시간 정도를 걸어다녔어요.. -_-
구두신고 배고픈 나를 한시간이나 걷게 만든 남친을 타박하며.. 황소곱창 집이 어디냐.. 딱 10분만더 걷고 내 눈에 황소곱창 간판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니 곱창을 꺼내 구워 먹겠다..며 -_-;; 투덜거리다가 극적으로 발견한 그 간판을 찾아 들어갔죠.. 그 시간이 대략 9시 경? 우리는 모듬곱창과 막창을 각 1인분씩, 그리고 소주 각 1명, 볶음밥에 사이다 등을 시켜 맛나게 먹었죠.
음~ 곱창스멜~ 저는 이 구워지는 냄새와 입안에 퍼지는 물컹쫄깃구릿한 느낌과 질감과 맛이 너므너므 조하혀 -_-
암튼 곱창구이 먹어본 분이면 아시지만. 마늘, 양파, 청양고추, 기름장, 간장쏘스등을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나잖아요? 저는 이것저것 가리는 것 없이 그 모든것들을 종합적으로 입에 마구마구 구겨 넣으며 신나게 먹고 신나게 마셨어요.
그렇게 또 다시 한시간이 흘러 10시가 조금 넘으니 배도 부르고 알딸딸한 우리는 그만 일어나자며 계산하고 나왔죠.. 제가 집까지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기에 술좀 깰까해서 식당 근처 편의점에서 바로 들어가 과자 몇개랑 커피를 샀어요.
남친이 제가 사는 사당역까지 데려다 주겠다기에 나혼자 이 냄새를 안고 지하철타면 너무 신경쓰이는데 둘이면 같이 냄새나니 잘됐다?;;싶었어요.
평소엔 지하철로 다니는데 왠일인지 오늘따라 버스 탈까해서 버스정류장에서 캔커피랑 과자를 까먹으며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기다린지 5분도 채 안되서 버스가 바로 왔는데..
먹다 남은 과자는 가방에 쑤셔 넣었지만, 캔커피는 어쩔 수 없이 손에 들고 타게 되었어요..음료수 개봉한채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니.. 에티켓이 아닌줄 알지만 정류장에 쓰레기통이 없었거든요.
무튼 그렇게 왼손에 먹다만 캔커피를 들고 승차를 하면서 제가 먼저 버스에 오르고 남친이 뒤따라 타더군요. 우리를 그 정류장의 마지막손님으로 태운 버스가 급히 출발했고, 그 덕에 제 뒤에있던 남친이 순간 제 왼쪽 팔을 살짝 밀치고 제 앞으로 밀려 나가더라구요.
그. 순. 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느님맙소사..................................................................................................
오마이갓..............................................................................................................
왼손에 들린 커피가 찰랑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에 흩뿌려지더니, 뒷문 근처쪽에 서 있던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 친구의 교육 윗도리에 아름답게 퍼지는 것이 아니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남자친구가 밀려간 몸을 균형잡고 뒤돌아보고 저를 처다봤는데. 남친은 남학생 교복에 그 일이 이러난줄도 모르고 절 보며 술냄새 고기냄새 마늘냄새 양파냄새 난다고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며 낄낄낄 거리고 있더군요. 평소였음 맞장구 치며 니냄새나 잘해라 뭐냐 핀잔주고 받아쳐 줬겠지만.. 제가 그런 행동에 미동도 없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 학생의 옷자락을 처다보고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자 그제서야 이게 무슨상황인지를 알아차리고는 억.. 어떡하지.. 어떡하지를 같이 연발해주시더라구요..-_-
일단 급한대로 제 가방에 있는 물티슈를 건내며 "정말 미안해요. 아 어떡해..미안..미안해요..ㅠㅠ 굽신굽신" 을 마구 외쳤어요.ㅠㅠ
그 남학생은 황당해 하며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썩은 표정으로 말한마디가 없었죠..ㅠㅠ
"괜찮다" 든가.. 사실 괜찮지 않을것임을 알기에 "아 됐어요"라고 짜증을 부리던가..했음 좋을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묵묵부답 썩은 표정 일관ㅠㅠㅠㅠㅠㅠㅠ
남학생 몸을 직접 더듬으며 닦아 줄 수 가 없어서 물티슈만 몇 장 뽑아 줬는데 닦기도 전에 벌써 다 흡수 되어서 교복과 커피물은 이미 하나가 된거에요. ㅠㅠ
그렇게 사건이 터진 후로 두 정거장을 지나면서 물티슈로 자신의 망가진교복을 처리?하는 남학생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남친과 소근소근 복화술 하듯 대화한 내용은..
나 : 자기야. 나 지금 현금 하나도 없는데..ㅠㅠ 오천원짜리나 만원짜리 있어?
남친 : 있기야 있는데.. 만원쯤 줘야하나 ?
나 : 오천원이면 세탁하잖아..그정도는 줘야하지 않아?
남친 : 맞긴한데 어떻게 오천원만 줘. 이상하잖아. 근데 만원짜리 한장을 내미는 것도 좀...;;;-_-;;;
나 : 그럼 어떡해..ㅠㅠ 세탁비는 줘야지.. 어떡해 어떡해..
남친 : .............
이러다가 한 정거장이 더 지났는데.. 남친이 지갑을 열려는 순간 그 남학생은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어쨌는지 그냥 쑥- 내려버렸어요.ㅠㅠ
아.. 정말 너무너무 미안하고.. 창피하고.. 그 커피 쏟아 교복에 수놓은 사건도 창피하거니와.... 내 입에서 머리에서 옷에서 나는 이 고기냄새 술냄새..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이미 차안에있는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있는 상황땜에 너무너무 제 자신에게 짜증이 나더라구요..
저 스스로도 당황해서 경황도 없고, 수습은 해야겠는데 돈을 내밀기도 모양새가 웃길거 같고 그래서 어찌할까 고민하던중에 그 학생이 내려버려서 정말정말 마음이불편했어요.ㅠㅠ 그 남학생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 지 생각하니 진짜 마음이 안좋더라구요.
사과를 제대로 하고 싶은데, 차라리 세탁비 줄 생각 대신 명함을 줘서 미안해서 밥이라도 사겠으니 연락을 달라고 한다거나. 할걸...ㅠ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ㅠㅠ
학생!! 이글 혹시 보고 있나요 ?? 아.. 정말 미안해요..
이 누나가 원래 경우 없거나 이상한 여자는 아니에요;;
아까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사과할 수가 없었어요 ㅠㅠ
커피로 샤워하게한 것도 미안한데.;;
그보다 술과 곱창과 마늘, 양파, 청양고추 등등 온갖 악취 요소들을 다 갖춘 입으로 미안하다고 깊은 한숨 섞어 얘기하면서 가까이 몸을 들이댄것.. 그거땜에 더 미안해요;;;
혹시 내 냄새 맡고 내릴 정거장도 아닌데 그냥 짜증나서 내려버린 건 아니죠 ???ㅠㅠㅠ
내일 놀토면 다행인데.. 놀토가 아니면 학교갈때 교복 뭐입고 가요?
ㅠㅠㅠㅠㅠㅠ
빨아놓은 다른 윗도리가 있으려나..ㅠㅠㅠㅠ
서울시 학생 놀토로 검색하니 둘째/넷째주라던데 내일은 다섯째주에요..-_ㅠ
내일 그 커피 얼룩진 교복 입고 학교 가야되나요 ?ㅠㅠ
이 글을 볼 수 도 있을 그 남학생..
초록색버스(평소에 버스를 안타서 몇번버스인지도 기억이 안나요.. 아마 오천번대였던거 같아요) 타고 집에가다가 신림쯤에서 어떤 냄새나는 커플의 여자가 커피로 샤워시켜줘서 짜증났을 그 남학생.. 안경쓰고, 회색 윗도리에 남색 바지 교복 이라는 것밖에 기억이 안나지만.. ㅠ 다신 먹던 음료들고 버스나 지하철 타는일 없을거에요;흑흑.
5월 28일 밤 10시 반 경 신림에서 어떤 못난 커플의 커피 테러로 즐거운 금요일 집에가는 하교길이 짜증스러웠을 그 학생.. 혹시나 내 글을 보게 된다면 리플달아주세요.;
누나가 밥사주고 세탁비 물어줄게요;;ㅠㅠㅠㅠㅠㅠ
미안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