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진 유진의 입술을 낚아채듯 카이의 입술이 다가왔다.
거세게 저항하는 유진의 두 손을 간단하게 제압하며 거침없이 파고드는 그의 입술.
[침입자다! 문서가 없어졌다]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그들의 외침과 연회장의 웅성거림
그러나 카이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의 입술을 탐했다.
오히려 유진의 허리를 더욱 감싸안았고,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전해져 왔다.
[저쪽을 찾아봐! 여기저기 흩어져 보란 말야!! 빨리 움직여]
그들은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이윽고 카이와 유진이 서있는곳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어! 죄.죄송합니다. 저 혹시 이곳에 수상한 사람이]
[이봐! 그만 피해주지 않겠나]
[네? 아..예..그럼]
카이는 음흉하게 웃으며 유진을 바라보곤 혀를 낼름거린다.
[서툴군..좀더 연습해야겠어. 테크닉 부족이야]
[뭐...하자는 거야...]
[왜? 넌 느끼지 못했나? 여자들은 이키스에 온몸을 맡겨오던데..ㅋㅋ아하~남자라서?ㅋㅋ]
놀린...건가....그런건가.....
유진의 놀란 얼굴을 보며 카이는 아무렇지 않은듯 숨겨놓은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한가지 더. 좀 뛰어봐!^^]
[?!!!]
[그럼, 너에게 행운이 있길~]
카이는 미소와 함께 주변 경호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쪽이다! 여기 수상한자가 있다!]
[!!!!!!!!!!]
카이의 외침에 여기저기 분포되어있던 경호원과 주변인들이 그곳을 향해 몰려들었다.
물론 카이는 몸을 숨긴채 원망의 눈을 한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저쪽으로 갔다! 입구를 막아!!]
독안에 든 쥐...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유진을 외면하지 않았다.
막 모퉁이를 돌자 요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당신 가지 않았군요! 무슨 일이죠?]
요나는 유진의 얼굴에 맺힌 땀을 바라보며 서둘러 그에게 다가섰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대체 무슨일이죠? 괜챦아요?]
[설마...저 때문에 돌아온건가요?]
유진의 말에 요나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아가씨! 물러나세요! 수상한 자입니다]
그때,
2~3명의 경호원이 그들앞에 나타났다.
[이게 무슨짓이야?]
유진의 팔을 붙잡은 이들을 향해 요나의 날카로운 음성이 울려 퍼진다.
[당장 놓지 못해?]
[하지만 아가씨 이자는]
[내 손님이야! 무례하게 굴면 내가 용서 안해!]
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그들은 유진을 잡았던 손을 풀어놓는다.
그 순간 요란한 소음과 함께 담장을 넘어 갈라지는 오토바이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저쪽이다! 차를 대기시켜!!]
[죄송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한발늦은 추격을 시도했다.
[미안해요...기분 상한건 아니죠?]
[아뇨...괜챦아요]
유진은 말과 함께 힘이 빠진듯 자리에 주저 앉았다.
카이가 무사히 빠져나간 안도감과 함께 무리한 움직임에 피로가 밀려왔다.
[요나! 요나! 멀리가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 아무일 없는거냐? 자넨??]
뚱뚱한 몸집에 노신사가 헐레벌떡 뛰어와 요나의 용태를 살피며 곁에 있는 유진을 바라본다.
[아빠! 이분이 전에 말씀드린 내 생명의 은인이예요!]
[오~이거 정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사는곳은? 어느댁 자제분이신가?]
[아닙니다. 지금 유학중이라 잠시 친척집에 신세를...]
약간 곤란한듯 보이는 유진의 손을 잡아 이끌며 요나가 말했다.
[우리 나가요!]
[어딜 간다는 거냐? 이렇게 어수선 한데?]
[아빤...그럼 이런 난장판속에서 데이트를 하란 말야?]
요나의 반 강제에 못이겨 경관은 체념한듯 걱정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리고 둘은 호텔을 빠져나와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유진의 머리속은 혼란하기만 했다.
갑자기 떠오른 카이와의 입맞춤...그리고 눈앞에 미소짓고 있는 요나의 얼굴...경관의 걱정스런 모습...
한참을 말없이 걷던 요나가 걸음을 멈추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난히도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
동양인은 신비롭다더니...마치 이 세상사람이 아닌듯 착각을 일으킨다.
[뭐..뭐가 뭍었나요?]
유진은 빤히 바라보는 요나를 응시하며 손을 얼굴에 들이댔다.
가늘고 긴 손가락과 갸름한 턱선.
요나의 시선이 유진의 한곳 한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당신.....여자??]
한참을 그렇게 주시하던 요나의 입술이 움직였다.
요나의 말에 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듯 엉겁결에 뒷걸음질 친다.
그런 행동에 확신하듯 요나는 유진앞에 성큼다가선다.
[맞군요! 놀라는 모습이...당신이 아빠의 물건을 훔쳤나요? 그럼 처음부터 의도한 건가요? 내게 접근하기위해...남장을 한건가요? 날 속이기 위해서...]
요나의 질문이 쉬지않고 쇄도했고, 유진은 마음을 가라 앉혀야 했다.
[무..무슨소릴 하는지 모르겠군요. 난 도둑이 아니에요. 당신을 만난것도 우연이었고...그리고 난...여자가 아니예요.]
[흥! 그런 서툰 연기는 나에게 안통해요! 내 직감은 정확하거든. 당신이 남자라면 가슴을 만질수 있게 허락해봐요!! 그러면 지금까지 내 무례함에 대해 정중히 사과 드리죠!]
그렇게 할수 없을 거란 생각에 요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확신에 찬 미소를...
그리곤 빠르게 유진을 향해 다가가 손을 뻗어보인다.
당황한 유진이 요나의 손을 잡아 막아낸다.
[맞군요...당신...너무하지 않아? 날 이렇게 속이다니...]
금방 요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진다.
그렇게 추궁하던 그녀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유진은 알수가 없었다.
[왜.. 우는 거지?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정말이지 당신은 단순세포군요! 난 당신을 염모했다구요...첫사랑이 여자라는 사실이 그럼 아무렇지 않다는 거예요?]
요나의 말에 유진은 가슴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그렇다.
그녀는 나에게 호감을 표현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행동은 변명으로밖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유진은 요나의 떨리는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것놔요! 아빠 물건이나 돌려 주세요! 그럼 저도 더이상 당신을 붙잡진 않을 테니까]
[미안 하지만...]
[훔치지 않았다고 하실건가요? 정말 관계없는거예요?]
[...이미 다른이의 손에 들어갔어. 날 어떻게 하든 그건 요나마음이야. 어차피 돌아갈 생각 하지 않았으니까]
더이상 그녀를 속일수가 없다...
미안해 카이...
아마도...오늘 돌아갈수 없을것 같아.....
혹시...넌 그걸...원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