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싫어함, 더위 싫어함.
바퀴벌레는 물론이고 개미며 나비며 무당벌레며 다 싫어함.
나에게 무슨 투명한 쉴드가 있어서 매일 적정온도가 유지되고 벌레가 자동으로 차단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상상함.
벌레를 보면 그냥 소리도 못지름.
쳐다봄.
삿대질하며 소리침.
"움직이지마,!!!!!!!!!!!!!!!!!!!!!!!!!!!!!!!!!!"
신기함,
벌레 안움직임.
안움직인 채로 서로 눈싸움함.
내가 계속 가만히 있거나 다른 곳 쳐다보면 벌레 움직임.
긴장을 늦춰선 안됨.
눈을 마주치며 레*드를 찾아 뿌려죽임.
벌레 죽이는거 진짜 싫지만,
이것들을 살려주면 다시 알까고 알까서 벌레 천지가 될것같아서 죽여야 할것같은 사명감이 들어서 어쩔수 없이 죽이게됨.
1)
1, 2년 전에 전주 집에서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하는 시기가 있었음.
(후에, 주방 옆 다용도실 하수구가 문제 였던걸로 밝혀짐.)
난 매일 집에 들어가기 싫었음.
엄마 아빠는 매일 늦게 들어오시고,
오빠는 결혼해서 출가한 상태고,
언니는 유학중인거임.
집안에 오직 벌레와 나뿐인거임.
정말 너무 싫고 세상이 날 미워하는것 같았음.
한번은 주방에 엄마가 반찬 해놨다고 해서 씐나게 밥먹으러 들어감.
그날따라 이상하게 실내화를 신고 들어가고 싶었음.
반찬 보고 신나서 손을 뻗는 찰나에
왼발끝에서 우득하는 소리가 들림.
놀람.
경직.
왼발을 살짝 들어봄.
바퀴벌레가 살아있었음.
몸의 절반은 내 발에 밟혀 눌려 이상한 액체가 나와있고,
상반신은 살아서 더듬이를 움직이고 있었음.
너무 놀라 눈물이 나오고 움직일수가 없었음.
참고로 나는,
중학교때 담임선생님한테 엉덩이 100대 맞고도 안울었던 여자임.
손바닥에서 피나게 맞고도 안울었던 여자임.
발바닥 40대 맞고 퉁퉁부어서 실내화도 안들어는 상황에서 안울었던 여자임.
눈물이 나와도 바퀴벌레 처리할 사람은 나밖에 없었음.
그 사실이 더 슬펐음.
막 울면서 치우는데 급 생각났음.
바퀴벌레 밟아죽이면 알깐다는사실이.
그리고 이 벌레는 살아 있었음.
휴지를 대박 낭비하며 바퀴벌레를 위생봉지에 담아서 안방 문앞에 놓아둠.
엄마아빠가 알아서 처리하라고.
바퀴벌레 눌린 자리에는 레*드를 뿌려서 소독함.
그리고 내방으로 올라가 울면서 잠들었음.
다음 날 학교가려고 내려와보니 안방 앞에 위생봉지 고대로 있음.
심지어 바퀴벌레 아직도 살아있음.
아빠한테 울면서 바퀴벌레 처리해 달라고함.
집안에 휴지통에 버리면 알깔지도 모른다고 싫다고 집 밖 멀리 버려달라고 말함.
아빠 엄청 비웃으면서 이딴게 뭐 무섭다고 우냐고함.
내가 볼땐 아빠도 벌레 무서워하는 것 같음.
가끔 벌레 잡아달라고 할때 못들은척 함.
아빠 위생봉지 위에 봉투 한번 더 씌워서 출근길에 가지고 나가심.
2)
또 한번은 내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때였음.
컴퓨터 책상 옆에 방문이 있는데,
뭔가 검은게 쓰윽 고개를 내미는 것이 보임.
나 원래 시야 좁음.
특히 컴퓨터 할때는 완전 집중해서 하기 때문에 다른거 잘 못봄.
그런데 그 날 따라 뭔가 보였음.
벌레 일거라고 상상도 못했음.
무지 컸음.
국산 벌레 아닌것 같았음.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바퀴벌레였음.
바퀴벌레 몸통이 샘플 스킨용기만했음.
소리도 못 지르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책상 위에 있던 책을 집어던졌음.
나는 소질있는 여자임.
단번에 맞췄음.
책이 얇았기에 벌레가 살아있을것 같았음.
그런데 책을 들어보면 바퀴벌레가 날것 같았음.
아까 말했듯이 국산 벌레 아니고 외국벌레 같이 큰데다가 날개까지 있었음.
무지하게 무서웠음.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함.
아아-,
글쓰면서도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함. 그 절박했던 상황이 다시 떠오름.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고,
연락 할 남자따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불행한 여자임.
소리도 못내고 울면서,
친구한테 전화함.
친구 웃겨죽음.
나는 서러워서 꺽꺽 울면서 통화함.
친구가 바퀴는 무서운 존재라며 안죽었을지도 모르니 확인사살이 필요하다고 함.
나는 더 서러워짐.
얇은 책을 들어보니 더듬이를 움직임.
소리지르며 울으니 친구는 막 좋아 웃음.
결국 내가 읽던 두꺼운 잡지책을 이용해 죽이기로 함.
나는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여성이므로,
울면서도 신문지를 구해와서 바퀴벌레 밑에 깔았음.
많은 용기가 필요했음.
집에 있던 두꺼운 잡지책을 얇은 책 위에 올려놓고 내가 그 위에 올라가 밟아줌.
바퀴벌레가 죽은건 다행임.
그러나 죽으며 알을 깠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서러워서 더 울었음.
저 시체를 처리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더 눈물이 났음.
또 꺽꺽 울면서 통화함.
친구 웃겨죽음.
친구도 방법은 없음.
친구는 그냥 웃기만 함.
또 위생봉투에 싸서 이번에는 내가 가져다 버리기로 함.
이놈은 커서 위생봉투 뚫고 나올것 같아서 안방앞에 가져다 놓기 무서웠음.
으허어허어엏엉 소리내 울면서 위생봉투 들고 집 밖으로 뛰쳐나옴.
누가봐도 미친여자 였음.
진짜 미안하지만,
이분쯤 뛰다가 벼룩시장이랑 있는 그 신문통 옆에 버리고 돌아옴.
집에 오니 엄마아빠 돌아와있음.
그렇게 서러울수가 없었음.
몇분만 참았으면 아빠가 처리해 줄 수도 있었는데.
너무 서러워서 막 울었음.
끗.
보너스
초6때 교회 수련회를 감. 동갑인데 생일 두달 빨라서 언니라고 부르는 사촌이랑 함께감.
교회사람들 다 모여서 둥그렇게 앉아서 야식으로 라면을 먹고 있었음.
여름이었는데 어떤 멍청한 사람이 벌레님 들어와주십쇼하고 문을 열어놓았음.
아니나 다를까 매미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 정면으로 날아오는거임.
난 모든 장면이 슬로우로 보였음.
매미가 커도 너무 컸음.
손바닥만했음. 매미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내 기억으로는 매미였음.
현관문하고 나는 정면이었고 그 거리는 대각선으로 꽤나 멀었음.
매미가 집념이 있는 아이었음.
나에게 돌진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음.
흡사 자살테러범 같았음.
나는 경악과 동시에 몸이 굳었고 소리도 안지르고 가만히 있었음.
내 옆에 사촌은 너무 놀라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지름.
매미가 날아오다가 몸이 무거워서 힘들었는지 바닥으로 떨어짐.
사촌이 발을 동동 구르던 그 바닥으로.
사촌이 밟아 죽임.
맨발이었음.
아직도 그 장면이 생각남.
부서진 몸뚱이와 날개의 잔해.
나는 사촌이 졸도하는 줄 알았음.
내 사촌을 좋지 않게 보던 교회 언니들이,
한동안 내 사촌이 발구르다 매미 밟아 죽이는거 한창 따라했었음.
"으아으아으아 어떡해 어떡해, 퍽, 끼야아아아아!!!!!!!!!!!!!!!!!!!!!!!!!!!!!!!!!!!!!!!!!!!!!!!!"
진짜 끝입니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