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2010-06-26]
우루과이전에 선발 출장할 태극전사 베스트 11의 윤곽이 잡혔다.
허정무 감독은 26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넬슨 만델라 베이서 열리는 '2010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했던 선수들 대부분을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른쪽 풀백은 차두리와 오범석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 라인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설 염기훈이다.
당초 허정무 감독은 염기훈에게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하며 박주영과 미드필더들 간의 공격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기대했다. 또한, 염기훈의 정확한 왼발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력을 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염기훈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득점은커녕 잦은 패스 미스와 번번이 공격의 맥을 끊는 플레이로 축구팬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듣고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결정적 찬스를 잡고도 왼발 슈팅을 고집하는 바람에 그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나마 활동량만큼은 합격점을 줄만하다. 그리스전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1,401m을 뛰었고, 아르헨티나전에서도 10,696m을 뛰어 박지성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활동량을 선보였다. 심지어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후반 19분 교체 아웃됐음에도 불구, 대표팀 평균치보다 높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실제로 염기훈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수비 시 후방까지 내려와 상대 길목을 한 발 먼저 차단하고 있고, 역습으로 전환될 때도 빠른 발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
하지만 염기훈의 포지션은 공격수다. 지난 3경기에서 염기훈의 슈팅 횟수는 경기당 한 차례씩, 고작 세 번에 불과해 그의 포지션이 진정 공격수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넣으라는 골은 안 넣고 공격과 수비 진영을 왔다갔다만 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답답할 지경이다.
패스 성공률도 62.2%(61/98)로 대표팀 선발 선수들 가운데서도 최하위권. 무엇보다 연결고리 임무를 부여받은 그가 최전방 박주영에게 패스한 횟수는 3경기 통틀어 6번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패스는 전방이 아닌 백패스 또는 횡패스로 이어졌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단 한 차례도 박주영에게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허정무 감독은 꾸준히 염기훈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우루과이전에서도 선발로 기용할 전망이다. 정확한 킥과 빠른 스피드를 지닌 그가 반드시 '한 건' 해주리라는 바람이 뒷받침되고 있지만 염기훈 카드의 실패는 이미 지난 3경기에 충분히 확인됐다.
그렇다고 염기훈의 기량 미달만을 탓할 수가 없다. 염기훈의 주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니다. '염긱스' '왼발의 달인'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는 그는 윙어로 뛰어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된 그는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린 채 모호한 역할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현재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팀은 K-리그 최고의 골 결정력을 지닌 이동국을 보유하고도 '염기훈 미련' 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다. 바로 '윙어형 스트라이커'에 집착을 보이는 허정무 감독의 전술 운용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은 이미 지역예선 과정에서 왼쪽 날개인 설기현을 공격수로 탈바꿈 시키려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당시 설기현은 스트라이커도, 윙어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다 축구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고, 이제는 염기훈이 설기현의 전철을 밟고 있다.
'윙어형 스트라이커'는 뛰어난 개인기와 정확한 슈팅, 그리고 빠른 발에 의한 활동량까지 삼박자가 고루 갖춰야 쓸 수 있는 전술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호비뉴, 안드리 아르샤빈 등이 해당 포지션의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그러나 완성형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윙어형 스트라이커' 운용은 유럽 축구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전술이다. 무엇보다 4-4-2 포메이션보다는 4-3-3에서 더욱 무서운 힘을 발휘하지만 한국의 주된 전술은 4-4-2 또는 4-2-3-1로 '윙어형 스트라이커'를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윙어형 선수를 최전방공격수로 써야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고집은 우루과이전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허정무 감독의 바람대로 염기훈이 3전 4기 끝에 원하던 '한 방'을 터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데일리안 김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