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2010-07-08]
늙어서 아프면 더 서럽다고 했다. 프로축구선수 나이로 환갑에 부상을 당한 미하엘 발락(34·바이엘 레버쿠젠)이 주변의 냉대에 가슴이 찢어지고 있다.
남아공에서 독일의 젊은 선수들은 발락의 빈자리를 말끔히 메웠고 축구팬과 원로는 이를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봤다.
발락은 월드컵 개막을 한 달여 앞둔 5월 포츠머스와의 잉글랜드 FA컵 결승에서 발목을 다쳤다. 이후 독일 축구계의 '황제' 발락의 신분은 급격히 하락했다. 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5년간 헌신했던 소속팀 첼시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으며 눈물을 훔쳤다.
지친 몸을 이끌고 남아공 현지에 후배들을 응원하러 갔지만 '불청객'일 뿐이었다. 발락의 부상 덕분에 독일이 선전했다는 치욕적인 말을 들으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1980년대 독일 축구의 간판스타였던 베른트 슈스터(51) 베식타스 감독은 "독일은 매우 훌륭하게 4강까지 올랐다. 오히려 발락의 부상이 독일에 큰 행운이었다"고 주장했다.
'전차군단의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49)도 거들었다. 그는 "발락의 월드컵 불참이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결장은 독일에 도움이 됐다"면서 "발락은 매우 정적인 경기를 펼친다. 젊어진 독일 축구에 맞지 않다"고 비수를 꽂았다.
젊은 독일 축구에 마음을 빼앗긴 국민도 '발락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의 발락의 국가대표 복귀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 국민 57%는 복귀가 필요 없다고 투표했다. 복귀를 바라는 응답은 43%에 불과했고 주장 복귀를 바라는 이는 16.4%에 그쳤다.
대표팀 내에도 적이 있었다. 발락의 부재를 틈타 국가대표팀 주장에 오른 필리프 람(27·바이에른 뮌헨)은 "발락에게 자발적으로 주장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 없다"며 경계했다.
'발락이 곧 독일, 독일이 곧 발락'이라는 말은 옛 말이 되었다. 독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98경기에 나서 42골 11어시스트를 선사한 팀의 전 주장에게 때 아닌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간스포츠 엄동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