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먼저 소개하자면, 저는 여중-여고-여대를 졸업하였고, 근처에 남학교도 없었으며, 친구라곤 오로지 여자들 뿐이었고 알고지내는 또래 남자는 0~2명 이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활달한 스타일이 전혀 아니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를 마치기 바쁘게 무조건 집에 갔습니다. 하교 후에는 아파트단지 중앙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거나 저희집 아니면 친구집등 실내에서만 놀았구요.
이렇게 '남자'와의 만남이 한국에서 가장 적은 여학생이었던 저 조차도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2번이나 있습니다.
10살 때, 우리가족은 먼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새 집에 원래 살던 집의 주인아줌마가 과도한 친절을 베풀며 우리식구의 이삿짐 정리를 도와주었습니다. 엄마아빠는 이삿짐 정리에 방해된다며 저와 동생더러 놀러나가라 했습니다. 그리고 주인아줌마의 아들(12살)도 저와 제 동생들과 같이 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새끼가 한창 재미있게 놀다가 갑자기 제 입술에 뽀뽀를 하는것이었습니다. 얼굴도 별 그지같이 생긴ㅅㄲ가 ㅡㅡ 지금 생각하면 그상황에서 가만히 있었던 제 자신이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하지만 성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던 10살의 저는 강한 불쾌감과 거부감을 그놈한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조차 상대방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찌 행동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에... 그러자 그 ㅅㄲ는 이번에는 지 혀를 제 입속으로 집어넣었어요. 12살(초등 5)짜리가 말입니다. 저는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건 정말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ㅅㄲ는 "니가 나 싫어하면 안된다"며 한번만더 키스하게 해달라며 매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또라이가 따로없지만 10살의 저는 오빠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ㅅㄲ 그 표정에 마음이 약해져서 싫다고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그놈은 그렇게 당당하게 행동했고 전 그놈이 나쁜 짓을 하는줄도 몰랐지요. 휴...
이것이 '성추행'이었다는 것은 4년 뒤에나 알았지요. 제가 초등학교(국민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성추행', '성폭행'이라는 말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때니까요. 어쩌면 제가 어렸기때문에 그 개념을 몰랐던건지도 모르지요...지금 생각해도 그 일은 정말 기분이 더럽습니다. 정말 두고두고 기분이 나쁩니다. 제발 여자아이가 귀엽다고 해서(어리니까 당연히 귀엽겠죠) 만지고 뽀뽀하고 그러지 마세요.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불쾌한 느낌이 안잊혀집니다.
또 한번은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의 일입니다. 제가 대학에 가서도 화장같은걸 잘 안하고다녀 고등학생처럼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세련되게 꾸밀줄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1번씩 동아리 활동으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왔다갔다 해야하는 곳이었습니다. 대학생이라 공강시간이 많아서 오후1시쯤에 지하철을 탔고, 잠시 후 제가 반대방향으로 가고있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며 내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살이 뒤룩뒤룩 찌고 눈에 쌍꺼풀이 짙은 아저씨가 저와 같이 내렸습니다. 제가 지하철에서 내려 반대방향쪽 지하철을 타러 가는것을 보고(서울사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7호선은 개찰구를 찍고 나가지 않아도 반대방향쪽 지하철 승차 가능함) 그 아저씨는 말을 걸었구요.
"반대방향으로 탔구만?" 하셔서 처음에는 지나가는 행인인줄 알고 웃음을 지으면서 "네^^" 이렇게 대답을 했더니 갑자기 제 어깨를 쥐더니 자기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섭고 당황하여 "아저씨 왜이러세요?" 했고 제 어깨를 쥐었던 손을 억지로 잡아뗐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평일 오후 1시의 지하철 7호선에는 개미새끼 한마리 없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저보고 왜그러냐며 아저씨랑 같이가자고 다시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제가 "같이가긴 어딜 같이가요?" 하자 그 아저씨는 "학교도 안가는 애들 갈만한 데로 가지" 이러는걸로 봐서 뭔가 제가 학교를 땡땡이치고 놀러다니는 고등학생인줄로 착각한것 같단 느낌이 퍼뜩 들었습니다.
"아저씨 저 대학생이고요. 지금 봉사활동 가는 길이거든요?" 하자 그 아저씨는 약간 동요하는 기색이더니 "대학생?" 이때부터 약간 횡설수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대학 다녀?" "XX여대요." "....무슨과?" "XX과요."
마침 다행히도 그때 지하철이 왔고..그 아저씨는 저와 다른칸에 탔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후들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아무일 없는것에 감사했고 그 아저씨가 납치에 소질이 없는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겪은 미미한(사실 이것들은 남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건 외에도 주위에서 성추행, 성폭행 사고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찜질방에서 잠깐 자고 있는데 모르는 아저씨가 가슴을 만졌다던 친구의 사연(찜질방이 처음 생길때라 여성전용 방도 없었음), 또 어릴때 어떤 아저씨가 3살 어린아기 치마를 들추고 팬티를 벗기고 어린애 성기를 유심히 보는것도 보았구요 ㅡㅡ 등등...진짜 셀수도 없습니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제발 딸하나 낳는게 남자친구의 소원이랍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한국에서 딸을 낳을 생각을 하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저처럼 여중-여고-여대를 졸업하고, 학창시절에 거의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 저같은 사람도 성폭행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데 하물며 제가 낳게될 아이들은 어떨까요. 일단 저는 딸이 모태솔로가 되더라도 무조건 여학교만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뉴스기사를 보니 같은학교 여학생을 강간하는 남학생들은 처벌도 거의 안받고 풀려난다 하더군요.
마치 딸 낳는 사람이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휴;;